메뉴 건너뛰기

     

자료실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윤민진 님

 

[노들아 안녕] 드디어 페이스 친구가 되었다

 

 

윤민진


 

  2011년 4월에 청주에서 장애인활동보조인 교육을 받았다. 강사가 했던 말이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는다. “저는 disabled person이라는 말을 싫어해요. differently abled person(다르게 기능이 발달된 사람)이라는 말을 좋아해요.” 내가 보조를 했던 첫 번째 이용자는 근육장애를 가진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었다. 그는 무릎을 거의 굽히지 못했고 낮은 문턱에 걸려서도 충격이 심하게 넘어졌다. 모두 내 잘못처럼 느껴졌고 그 후로 언제든 부축할 수 있도록 긴장하며 걸어 다녔다. 통합학교에 그는 비장애인과 같은 반에서 공부했다. 수영장 안에서는 넘어져도 충격을 받지 않으므로 얕은 물에서 걱정 없이 운동할 수 있었다. 나중에 이 친구가 중학생이 되었는데 휠체어를 타고 다닌다는 소식을 듣고 가슴이 아팠다.


첫 번째 이용자 말고 남는 시간에 내가 보조했던 이용자가 한명 더 있었다. 그녀는 특수학교 고등과정을 마친 뇌병변 장애인으로 휠체어를 탔다. 도서관이나 병원에 동행했다. 그녀는 우울증때문에 외출하지 않는 날이 많았다. 승용차로 함께 이동하며 대화를 나누면서 조금이라도 내가 정서적으로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2012년 6월에 나는 환경단체에서 일해보라는 제안을 받았다. 친한 형에게 말했더니 한번 해보라고 했다. 나는 두 명의 장애인 이용자는 어떻게 하느냐고 물어보았다. 형은 활동보조 일은 나중에라도 할 수 있다고 대답했다. 환경단체 일을 시작하며 두 명의 이용자를 생각해서라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나는 그들에게 미안하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었다.


2년 동안 환경단체에서 일하고 나서 다시활동보조 일을 시작했다. 친구를 통해 서울에 있는 재야 인문학 연구소 선생님의 페이스북을 알게 되었다. 그분이 어느 날 박경석 고장 선생님의 글을 공유하셨다. 새롭게 보조하게 된 이용자는 경석 선생님과 비슷한 장애를 가지고 있었다. 산에서 등산로가 아닌 길로 내려오다가 추락해서 척추가 손상되어 휠체어를 탔다. 그 이용자는 다리의 통증을 덜기 위해 나에게 다리 운동을 부탁하였다. 과외를 하러 일주일에 한두 번 외출하는 것 빼고는 항상 집에 있었다. 경석 선생님과 노들이 생각났다.

 

2015년 3월에 위에서 말한 재야 인문학 연구소에서 요가를 시작했다. 김유미 선생님을 거기서 만났다. 얼마 후 급식후원주점에 오게 되었다. 그날 사람들과 많은 이야기를 밤늦게까지 나누었다. 물티슈 한 상자까지 챙겨서 돌아가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2017년 6월 10일 급식항쟁 날에 충무아트센터에서 연극을 보느라 쿨레칸 공연을 놓치고 말았다. 노들 분들이 고생해주시는 덕분에 이번에도 좋은 시간을 보냈다. 박종필 감독님 추모 영화제가 끝나고 우연히 참석하게 된 비마이너분들 술자리에서 경석 선생님은 처음 만난 나에게 말씀하셨다. “언제 야학 교사 할 거예요?” 드디어 나는 선생님의 페이스 친구가 되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380 2017년 겨울 113호 - 노란들판의 겨울맞이:) #벌써일년 / 진실로       노란들판의 겨울맞이:) #벌써일년   진실로 노란들판 디자인2팀 디자이너.트램폴린 위에서 뛰는 점핑 운동에 빠져있어요. 저 깊숙한 곳 어딘가 흥이 잠재... file
379 2017년 겨울 113호 - 어쩌다 보니 10년 노란들판 10년 일꾼 /조수안 · 공대식 · 이범민 · 김상희     어쩌다 보니 10년 노란들판 10년 일꾼 - 공대식, 이범민, 조수안 님 인터뷰     김상희 노들야학 학생으로 시작해서 노란들판 디자이너까지 두루두루 활동과 ... file
378 2017년 겨율 113호- [노들아 안녕] 날개 / 김영미   [노들아 안녕] 날개     김영미 1972년 10월16일생이고요. (46) 고향은 너무 어려서 인강원에 와서 잘 모르겠읍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김영미라고 합니다. 제... file
377 2017년 겨율 113호- [노들아 안녕] 오랫동안 이 세계를 알아가 보고 싶다 / 유지영   [노들아 안녕] 오랫동안 이 세계를 알아가 보고 싶다   유지영     '만약 당신이 나를 도우러 여기에 오셨다면 당신은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겁니다. 그러나 ... file
» 2017년 겨율 113호 - [노들아 안녕] 드디어 페이스 친구가 되었다 / 윤민진   [노들아 안녕] 드디어 페이스 친구가 되었다     윤민진     2011년 4월에 청주에서 장애인활동보조인 교육을 받았다. 강사가 했던 말이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 file
375 2017년 겨울 113호 - [교단일기] 우리의 몸을 찾아서 / 박누리       [교단일기] 우리의 몸을 찾아서     대추 청솔1반의 담임이며 학생들과 2017년 2학기에 과학을 공부하고 있다. 장애인에게 한방진료를 지원하는 장애인독... file
374 2017년 겨울 113호 - 중구난방 세미나 뒷담화 비정상 교육철학 세미나 후기 / 박준호 중구난방 세미나 뒷담화 비정상 교육철학 세미나 후기     박준호 노들야학 교사. 야학 수업 잘하고 싶어요. 새해부터 놀고 있습니다. 집이 너무 추워요.       ... file
373 2017년 겨울 113호 - 노들장애인야학의 사회복지현장 실습을 마치며 / 박성준     노들장애인야학의 사회복지현장 실습을 마치며     박성준 저는 노들장애인야학에서 2017.10.16. ~ 11.21. 기간 동안 사회복지현장실습에 참여한 실습생 박성... file
372 2017년 겨울 113호 - 몸으로 표현하는 것이 불가능할까 / 최영은     몸으로 표현하는 것이 불가능할까 <몸의 시간> 참가 후기     최영은 안녕하세요 저는 노들야학에 다니고 있는 최영은입니다       연극공연을 하며. 내가 ... file
371 2017년 겨울 113호 - <추신>을 관람하고 나서... <추신>, 장애인문화예술판 2017년 작품 / 이은애   &lt;추신&gt;을 관람하고 나서... &lt;추신&gt;, 장애인문화예술판 2017년 작품     이은애 장애인자립생활센터판에서 중증장애인응급알림 사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전 ... file
370 2017년 겨울 113호 - ‘여기, 노란들판입니다’구멍이 숭숭 진행요원의 뒷이야기 / 민아영  ‘여기, 노란들판입니다’ - 구멍이 숭숭 진행요원의 뒷이야기   민아영 노들 활동가. 자기소개 글이 &lt;노들바람&gt; 글 중에 제일 어렵네요. 뭘 소개해야 할까. 나를 ... file
369 2017년 겨울 113호 - 우여곡절, 노들피플퍼스트 People First! / 박임당 우여곡절, 노들피플퍼스트 People First!   박임당 노들야학 교사, 방학을 만끽 중     노들에 발달장애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일명 “낮수업”이 생긴 지 3년... file
368 2017년 겨울 113호 - 어둠모꼬지 <노들 선감도에 가다> / 이현아 어둠모꼬지 &lt;노들 선감도에 가다&gt;     이현아 첫 학기 수업을 가까스로 마치고 스스로 대견해하는 중. 수업을 빠진 횟수와 뒤풀이를 빠진 횟수가 동일하다(...) ... file
367 2017년 겨울 113호 - 왜 어둠이라고 했을까? 이제는 알 것 같다. / 박정숙 왜 어둠이라고 했을까? 이제는 알 것 같다. - 노들야학 모꼬지를 다녀와서   박정숙 나는 노들 야학 학생(휴)이고 상근 활동가 박정숙입니다.       여름부터 기... file
366 2017년 겨울 113호 - 베이징에 다녀왔어요!! / 이형숙 베이징에 다녀왔어요!!   이형숙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   2017년 11월 27일부터 12월1일까지 중국 베이징에서 제3차 아시아·태평양(아·태) 장애인 10년 인... file
365 2017년 겨울 113호 -‘나도 혼자 산다’단기 체험홈을 마무리하면서 / 최정희 ‘나도 혼자 산다’단기 체험홈을 마무리하면서 - 공동모금회 지원 중증장애인자립생활모델개발사업 후기     최정희 안녕하세요? 장애인자립생활센터판 남성체험홈...
364 2017년 겨울 113호 - 장애인 독립진료소를 지원, 후원해주세요! 장애인 독립진료소를 지원, 후원해주세요!     발바닥행동, 참의료실현 청년한의사회가 공동운영하고 있는 장애인독립진료소 인사드립니다. ‘한방의료활동 들풀’... file
363 2017년 겨울 113호 - [자립생활을 알려주마] 오직 운뿐이랴~! 오 지 우 뿐이다~! / 오지우 · 김진수 오직 운뿐이랴~! 오 지 우 뿐이다~! - 겁 없는 자립생활자 오지우 학생 인터뷰     김진수   얼마 전에 눈썰매를 탔습니다. 남이 끌어주는 썰매를 얼마 만에 탄 ... file
362 2017년 겨울 113호 - [나는 활동보조인 입니다] 남옥 씨랑 같이 웃고 웃으며 살렵니다 / 이경숙 남옥 씨랑 같이 웃고 웃으며 살렵니다   이경숙 - 노들야학 학생 남옥님의 활동보조인         60살이 넘었어도 일을 하고 있었죠. 그런데 쉬게 되자 일중독이 있... file
361 2017년 겨울 113호 - [뽀글뽀글활보상담소] 65세가 되면 하루 4시간만 살라는 건가 / 박명애 · 민아영  65세가 되면 하루 4시간만 살라는 건가 - 대구 장애인 지역공동체 박명애 대표 인터뷰     - 박명애 장애인이 일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도 못했습니다. 그러다 ... fil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31 32 33 34 35 36 37 38 39 40 ... 54 Next
/ 54
© k2s0o1d5e0s8i1g5n. ALL RIGHTS RESERVED.
SCROLL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