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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노들피플퍼스트 People First!

 

박임당
노들야학 교사, 방학을 만끽 중

 

  노들에 발달장애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일명 “낮수업”이 생긴 지 3년차이다. 정식명칭은 ‘천천히 즐겁게 함께’이고, 대략 오후 1시 반부터 가장 큰 교실이 북적대며 시작했다가, 4시 즈음이면 또 나름의 수선스러움으로 마무리가 되는 수업이다. 발달장애인 학생들에게 맞춘 수업이므로, 발달장애인이 직접 목소리를 내는 대회인 ‘피플 퍼스트People First’를 우리 수업에서도 매년 작게나마 열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있었다.

 

그렇게 “노들 피플퍼스트”가 생겨난 지 올해로 3년 차이다. 이번 글에서는 올해 노들 피플퍼스트에 대한 스케치와, 필자의 시간과 정신이 버텨준다면(?) 대회에 얽힌 우여곡절에 대해서도 곁들여 볼 생각이다. 올해 대회는 ‘사람이 먼저다, 노들 피플퍼스트’라는 이름으로 10월 21일에 열렸다. 노란들판의 연례행사와 같은 날, 사전행사형식으로 부스도 꾸리고 무대 행사도 1시간가량 운영했다.


1부. 부스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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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스행사에서는 매년 활동사진과 작품을 전시해왔다. 올해에는 200장에 달하는 사진과 학생들이 만든 ‘진Zine’, 그리고 텃밭수업 때 만들었던 과도하게 예쁜 밀짚모자를 전시했다. 담당자로부터 부스를 운영할 텐트(?)의 크기를 듣긴 했지만 실제로 보니... 생각보다 과도한 크기(5M*5M)의 텐트에 한숨이 푹푹 나왔다. 하지만 이를 염두에 두고 엄청난 양의 사진 인화를 주문해 두지 않았던가! 두 벽면에 노끈을 동여매고 작고 (부러지기 쉬운)나무 집게로 엄청난 양의 사진을 모두가 매달려 죽어라고 걸었다. 그리고 목요일 수업 때마다 각자의 성격과 외모(...)를 200% 표현한 ‘진Zine’도 전시했다! 그런데 ‘왜 외모인가?’ 하는 질문에 답하자면, 학생들이 진에 그려 넣은 사람들이 해당 학생들을 똑 닮았기 때문에... 하여 여기서 진을 더 보고 가야 하겠다.

 

예쁜 그림들이 너무 많아서 ‘스티커로 만들어서 판매하자!’는 계획을 급하게 추진하다가 제작 단가를 알고 포기했던 비운의 진Zine들! * 피플퍼스트_진들 재미있는 사진과 작품이 담긴 부스는 1시간가량 짧은 시간으로 운영했다. 그런데 결국 부스 안에서 별다른 프로그램을 준비하진 못했다. 모여서 사진을 찍고 이야기를 도란도란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그동안 부스를 어설프게 운영하면서 생각한 것은, 낯선 사람들이 우리의 활동에 관심을 갖고 다가올 때, 어떠한 형태여야 할 지아직 방법을 찾지 못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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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방문객(?)이 당사자와 만나야 할 텐데, 그 만남을 어떠한 방식으로 운영해야 하는 것일까? 그동안 부스 운영에 대한 실패가 있었고, 당사자가 낯선 사람들을 만나고 소통하는 데 어려움이 있구나 정도의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러나 수업을 운영하는 우리 교사들은 이러한 행사에서는 당사자와의 관계에서 힘을 보태는 조력자가 되어야 한다. 우리는 이에 대해 부스 안에서의 어떤 프로그램이 운영가능한지, 가능하다면 어떠한 준비들이 필요한지 당사자와 충분히 소통 하였는가? 커다란 부스에 있는 비어있는 공간과 시간을 채우는 일은 만만치 않고, 준비할 시간과 내용, 질문거리들 또한 넉넉해야 했다는 생각을 남기며 부스 행사가 종료되었다.

 


2부. 행진과 무대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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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스가 끝난 2시부터, ‘하자작업장학교’의 연주와 함께한 동네 한 바퀴로 무대 행사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이어서 아프리카댄스팀, ‘쿨레칸’과 함께하는 댄스타임! 엠마를 비롯한 쿨레칸의 멤버들은 매주 화요일마다 낮수업을 통해 노들과 만나고 있다. 한번은 무대 리허설을 위해 마로니에 공원에서 연습하고 있는 이들을 만났었다. 아프리카 전통북을 흥나게 치며, 다 같이 모여 환호하며 춤추고 있으니 사람들이 절로 모여드는 진귀한 광경을 목격했었다. 그러나 그것은 예고편에 불과했던 것. 당일의 무대는 완벽하게 아프리카댄스팀의 것이었다.

 

아무리 글로 옮긴다한들 그것이 옮겨지지는 않으니 사진을 공유하는 수밖에 없겠다. 이 흥을 어찌할까나. 흥나는 잔치에 이어 당사자들이 무대에 올랐다. ‘발달장애인 당사자가 말한다’ 코너를 위해서다. 활동사진이 무대 한 켠에 마련된 스크린 위로 올라갔다. 첫 순서는 당사자들의 런웨이. 레드카펫 대신 핫핑크 카펫을 깔고 그 위를 패션쇼 런웨이하듯 걸으면서 무대를 즐기는 시간이다. 사전에 런웨이를 연습해보기 전에는 이러한 무대를 학생들이 충분히 즐기고 표현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다.

 

대회를 며칠 앞두고 급작스럽게 무대 행사를 조율하던 중, 혜성처럼 등장한 구 야학교사 민구는 당사자가 무대를 장악하고 즐기는 시간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조언해 주었다. 그럼에도 드는 생각, ‘단지 어설픈 매트 위를 걸어 나갔다 들어오는 것뿐이잖아....거기서 무얼 할 수 있지?’ 그런데 그것은 너무 큰 걱정이었을까. 누구는 사랑의 총알을 20방쯤 날리다 발목을 접질리고, 무대를 걸어 나가며 웃옷을 휙 벗어서 던지기도 했다. 특유의 뜀뛰기 동작을 선보인 사람도 있었다.

 

런웨이 배경음악이 크게크게 나오는 가운데 좋아하는 트로트를 목청껏 외쳐 부르는 사람, 어리둥절해하며 런웨이를 걸어 나갔다 걸어 들어오는 사람도 있었다. 또 누군가는 런웨이를 또 한 번 걷고 싶어서 다른 사람을 제치고 재차 걸어나갔다가 백스텝을 밟으며 들어오기도 했다. 어설프게 붙여 놓은 핫핑크 카펫이 뜯어져 나올 정도로 여유롭고 활기찬 사람들의 모습이 정말 멋있었다. 심지어 어설프게 붙인 카펫이 자꾸 뜯어져서 구겨지자 그걸 잘 당겨서 다듬은 다음 잘 눌러 붙이고 런웨이를 걸어 나가는 사람도 있었다!

 

마지막 순서는 종이비행기 날리기. 사전에 수업을 통해 각자 자립생활에서 필요한 것들을 모으는 작업을 했었다. 큰 전지에 누워서 서로의 실루엣을 그려주고 그 안에 자기가 필요한 것들을 오려 붙이는 것이다. 오릴 재료들은 패션 잡지책, 인테리어/건축 잡지, 관광안내서, 마트 전단지 등을 모아서 각자 골랐다. 가스레인지나 냉장고, 세탁기 같은 가전제품이나 침대 같은 가구 등은 컬러 프린터로 출력해 준비했다. 종이비행기의 한쪽 면에는 이렇게 작업한 ‘내가 필요한 것들’을 프린트 했다.

 

 

반대편에는?

 

부스행사에서도 전시했었던 학생들의 ‘진Zine'을 프린트 했다. 종이 위에 새겨진 무늬가 좀 복잡스럽긴 해도 그럴싸한 종이비행기가 완성되었다. 잘 날아가는 모양으로 단단히 접고 무대 위에서 다 같이 비행기를 날렸다. 비행기는 바람의 힘과 아래에 사전 배치된 요원(?)들의 활약을 빌어 관객들에게 속속들이 도착했다. 비행기를 받은 관객과 그 비행기의 주인인 당사자들이 소통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비행기에 당첨(?)된 사람은 비행기를 열어 그 비행기 주인과 가볍게 인사를 나누거나, 비행기 안에 있는 내용을 대신 읽거나, 그에 관해 간단한 질문을 하거나 느낀 점을 이야기하는 시간이다.

 

활동보조인 교육장에서 수업을 다같이 한 시간 미루고 참여한 관객은, 활동보조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비행기 내용에 응답하였다. 진을 그린 사람과 똑 닮은, 진 속의 두 사람이 누구인지 물어보는 관객도 있었다. 시계를 눈여겨 본 관객은, 시계를 좋아하냐고 물어보았다. 서로 소개를 하고 이름을 불러서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어떤 질문을 해야할지 관객도 당황하고 어떻게 대답할지 당사자도 난감해 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다소 어수선한 가운데에서도 서로 한 가지라도 나누는 시간을 위해 애를 쓰는 모습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사실 무대 위 주인공일 당사자들은 그 순간을 완전히 편안하게 느끼진 않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사회자가 중간에 질문을 거들기도 했고, 무대 위에 있던 조력자는 관객의 질문을 풀어 전달하면서 당사자가 평소 생각을 전달하는 데 힘을 보탰다. 이러한 대답들과 더불어서 갑자기 신명나게 노래를 부르거나, 자신의 이야기를 계속 더 하고 싶어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쏟아내는 모습들은 피플퍼스트만의 풍성함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런데 이러한 무대의 풍성함이 있었다면 이는 온전히 당사자의 끼와 표현력 덕분이었다. 긴 호흡을 가지고 무대를 준비할 수 있도록, 당사자가 행사와 무대에 대해 오랜 시간 인지하고 준비할 수 있는 시간과 장소를 우리 조력자들은 지원했을까? ‘피플 퍼스트People First’는 발달장애인이 주인공이 되어 스스로 준비하고 꾸려나가는 대회이다. 이러한 당사자 중심성에 사로잡혀서 지원을 게을리 한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무대의 무거움에 대해서 이야기 나누고 함께 소통하는 것은 조력자의 몫이 아니었을까?

 

 

푹푹 찔려오는 질문들을 남기면서 노들피플퍼스트에 대한 갈무리를 마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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