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2015년 420장애인차별철폐 투쟁
그렇게,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광화문농성장은 1000일이 된다.
by 노들야학 명 희
언제부터인가 아침 6시에 바로 눈이 떠진다. 군대 갔다 온 동기가 아침에 엄마가 일어나라고 툭 치면 관등성명을 소리쳤다는데, 나는 일어나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메신저방을 스윽 훑는다. 간밤에 무슨 일이 있지는 않았겠지. 하루 동안의 농성장 총화와 춥고 더움의 하소연부터 다양한 일상의 공유사항들이 오고간다. 10시 30분 정도가 되면 오늘의 농성장 사수조가 언제 왔는지 빵꾸가 났는지 안 났는지 어쨌는지 저쨌는지가 판가름 난다. 아, 오늘 농성장 빵꾸다. 오늘 사수하기로 한 서울장차연 단위에게 전화를 걸거나, 연락처 찾아 삼만리 하거나,서울장차연 사무국에, 친구에게 전화를 건다. 등등. 사건에 대처하는 여러 매뉴얼이 펼쳐져있다. 아침에 찌뿌둥한 몸을 일으키며 일어난다. 여름이건 겨울이건 농성장의 아침은 출근길 무심한 발걸음 소리처럼 시리기만 하다. 서명해달라는 말조차 전혀 나오지 않는다. 에스프레소도 단숨에 들이킬 만한 피로가 몰려왔을 텐데, 얼른 집에 가고 싶었을 텐데, 그 이후에 교대할 사람이 오지 않는다는 것은 낭패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을 거다. 누군가는 분명히 오겠지. 누군가 분명히 가게 되어있다. 그렇게 지낸 시간들이 1000일이 다 되어간다.
사진 : 광화문농성장을 지키는 명학
사진 : 농성 1000일을 버티며 닳을대로 닳은 모금함
20살 대학을 가서 오래된 해고자들의 농성장을 자주 갔을 때 그들의 신명과 의지가 존경스러웠다. 따뜻하지만은 않았을 그 시간 동안 상처받아 찢기고 상처 난 그 마음들을 추스르며 언제나 먼저 손 내밀어주던 사람들. 광화문에 누군가가 온다고 해도 오늘은 누가 가서 그들을 만나야 하나가 먼저 생각나는 일상의 피로감이 있다. 그럼에도 만나고 나면 언제나 그렇듯 오길 잘했다. 이렇게 힘 받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시간이 지났다. 26살의 내가 29살의 내가 되었다. 농성장만큼 나도 나이를 먹었다. 이 모든 읊조림은 벌써 3살 된 광화문역사 지하 2층의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광화문농성장의 이야기이다.
1000일의 시간 속에 주위의 환경도 바뀌어갔다. 태평로 대한문 한 쪽을 차지하고 있던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의 농성장은 없어지고 중구청이 대왕 바가지만한 화분들을 엎어놓으면서 느닷없이 도심의 화단이 자리하고 있다. 꽃이 미워 보이긴 처음이었다. 작년엔 광화문광장에 식구가 생겼다. 가끔 농성장 정수기에 물이 떨어지면 새 물통을 꽂아놓고 가시는 세월호 유가족 분들이다. 장소가 없거나 하면 지하 광화문농성장에 회의도 하러 오신다. LGU+ 노동자분들이 고공농성을 하기도 하였다. 그렇게 태평로는 태평하지 않은 사람들이 모여든다. 이제 어느덧 광화문 지하역사 안에 있는 편의점 아주머니와도 인사를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가끔 무언가를 빌리기도 선물하기도 하는 사이. 광화문 지하 1층 해치마당 상황실 아저씨들과는 맨날 싸우지만, 그래도 추석, 설 명절 때는 음식도 나누어 먹는다. 광화문광장을 담당하는 서울시 공무원도 몇 번 바뀌었다. 우리는 천막 위 켜켜이 쌓인 먼지만큼이나 그 자리 그대로에 있다.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은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광화문농성장이다. 함께 농성장을 차렸던 친구들 몇몇은 결혼도 하고 애도 낳았다. 가끔 광화문농성장을 지켜보며 이곳이 사라지면 서울시는 얼른 커피숍이나 무언가를 설치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면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농성장도 사라질 거다. 그 세상엔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가 폐지되어 그렇게 일찍 떠나지 말았어야 할 11명의 친구들도 함께 웃었으면 한다.
그리고 나도 어느 순간 외부의 사람이 되어 농성장이었던 공간을 바라보고 있을 거다. 그때 나는 지금을 잘 기억하고 싶다. 우리가 오랜 시간 함께 살기 위함으로 싸웠던 시간들을 말이다. 생각나는 사람들 그리고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 모두가 그때도 나와 함께하길, 그때도 역시 함께, 살기 위한 세상을 위해 싸웠으면 좋겠다. 한 글자, 한 글자. 소중한 광화문역사 2층 장애등급제*부양의제 폐지 광화문농성장이 1000일이 된 시간 동안 점점 사람들의 마음속에 깊숙이 새겨진다.
1000일을 준비한다. 그리고 3주년까지 95일 동안 더 끈질기게 이 광화문을 흔들 준비를 하고 있다. 그리고 우린 이제 보건복지부 장관이 아닌 국무총리 면담을 위해, 대정부 투쟁을 할 거다. 우린 더 싸울 거다.
사진: 광화문농성장을 지키는 사람들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광화문공동행동, 힘 보태는 방법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광화문농성이 더욱더 힘찬 투쟁을 할 수 있도록,
투쟁기금을 모으고 있습니다!
[입금계좌 : 국민 533301-01-088191 (조성남, 광화문공동행동)]
1000일부터 3주년까지의 일정에 힘 모아주세요.
1)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전체회의_부글부글 결심대회 TWO
- 일시 : 5. 6(수) 오후 2시
- 장소 : 서울시청 태평홀
2) “95인의 그린라이트를 켜줘”농성 1000일 + 기자회견 (5.17(일) 농성 1000일 맞이)
★ 그린라이트 : 투쟁의 직진 신호, 어떤 일을 하도록 허락하는 것, 주자 스스로 도루를 판단할 수 있는 권리
- 일시 : 5.18일(월) 11시
- 장소 : 광화문광장 이순신동상 앞
3) 광화문농성 2주년 맞이 사진전
- 시간, 장소 미정
4) 광화문농성 3주년 투쟁문화제
- 일시 : 8. 21 즈음, 시간 미정
- 장소 : 광화문농성장 또는 인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