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 바르고 싶었던! ^^ 마로니에 공원
휠체어 타는 내겐 작은 턱도 너무 높다
by 노들센터 문 주
사람들이 두 발로 걸을 때 나는 휠체어를 타고 이동한다.
가는 길 인도에 턱이 있을 때, 사람들이 두 발로 턱을 밟고 올라서면 다시 걸음을 이어갈 수 있지만 난 그대로 뒤돌아서 턱이 없는 인도를 찾아 길을 바꿔야 한다. 턱 하나 때문에 한참을 돌아가자니 내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인도의 작은 턱이 내겐 너무 높아 올라갈 수 없는 산이나 마찬가지이다. 휠체어를 타고 이동하다 보면 길이라는 게 사라지기도 한다.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길이 끊어져서 왔던 곳으로 돌아갈 일만 남게 되는 길도 있다.
그런데 길이 아닌 공원은 앞으로 움직여야하는 길과는 다르다. 누구든지 잠시 움직임을 멈추고 쉴 수 있는 것이 허락되는 공간이 공원이기 때문이다. 그런 공원에서, 종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턱 때문에 전동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불편함을 느끼고 심지어 다치는 일도 있었다. 쉼을 허락받을 수 있기에 성별에, 나이에 상관없이 찾아오는 공원이 누군가에겐 제대로 쉴 수 없는 공간으로 변하는 것이다.
사진 : 지난해 열린 마로니에공원 공구리를 치자 기자회견
사진 : 대학로, 계단뿐이라 접근할 수 없는 도로에 뿅망치로 두드리며 물감칠을 했다.
그래서 작년에는 마로니에 공원에서 턱을 없애기 위한 싸움을 시작했다. 기자회견을 열었고 공원 내 계단에 시멘트를 발라 턱을 없애려고도 했다. 물론 그렇게까지 하진 못했지만 흰 천을 물감을 찍은 뿅 망치로 두들기는 퍼포먼스도 했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난 출근길에 마로니에 공원을 지나가는데 경사로를 설치하는 공사가 진행되는 걸 보게 되었다. 그때는 막힌 것이 뚫린 것 마냥 시원한 기분이 들었다. 타인에 대해 조금만 더 생각하고 배려할 수 있는 사회라면 공원은 누구에게나 편안하고 동등하게 쉴 수 있는 곳이었을 것이다. 모든 공원을 장애인들만이 아니라 편안하고 동등하게 쉴 권리가 필요한 사람들이 쉽게 찾아올 수 있는 곳으로 만들기 위해서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사진 : 뿅망치질 이후 경사로를 놓는 공사가 시작되었다.
사진 : 경사로가 설치된 혜화역 1번 출구 부근 인도. 모델 박경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