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봄여름 104호 - [나쁜 행복을 말하다] 귀신일까? 산 귀신?

by 노들 posted May 20,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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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행복을 말하다]

귀신일까? 산 귀신?
by 노들야학 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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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황당한 일이 있어서 나만 알고 있는 건 무섭고 잼 없어서 얘기해보려고...

난 춤 배우려고 노들에 갔었어. 한 시간 춤 배우려고 노들에 가나? 했지. 잠깐 갈까 말까 망설이다가 저번 주도 안 갔는데 오늘도 안 가면 가르쳐주신 쌤한테 미안하기도 하고 이러다가 계속 빠질까봐 노들로 출발... 40분 배웠나? 노래도 모르는데 춤 배우라고? (노래 알아도 출까 말깐데) 속으로 멘붕, 그랬다고. 집에 가려고 지하철을 탔는데 오늘은 지하철을 몇 대 기다리지 않고 한 번에 탔네. 딴 날은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아서 몇 대 보내고 탔거든.

지하철 타고 한참 가는 도중에 옆에 있는 칸에서 사람이 나오더라고. 예수 하나님에 미친 사람? 십자가 들고 사람들한테 보여주면서 예수 하나님 믿으라고, 사람들한테 전도하는 아줌마였나 봐. 사람들한테는 예수, 하나님 믿으라고 안 그러면 지옥 간다고 얘기만 하고 지나가더라. 거기까지는 난 괜찮았어. 이해도 했고. 그런데 예수 하나님에 미친 아줌마가 나를 2~3초를 봐. 십자가 들고 내 앞 옆에서 알짱 알짱거려. 뭐라고 중얼 중얼거리는데 난 그냥 고개 숙이고 있었어. ㅉㅉㅉ 갑자기 나 보고 귀신이래. (깜놀. 헐~) 귀신아 물러가라 여기 산 귀신이네 (기분 상했어) 내가 거기서 뭐라고 해 가만히 있어야지... 내가 자꾸 몸을 움직이니깐 십자가를 나한테 대면서 이래서 몸이 이래 귀신이다 귀신아 물러가라 목소리가 점점 커져. 한참 중얼중얼 기도해. 기도하면서 옆 칸으로 가서 또 사람들 예수 하나님 믿으세요 그런다.

도대체 나한테 왜 그래? 기분 더러워. 예수 하나님에 미친 아줌마는 내가 귀신으로 보였나 좀 더 했으면 울 뻔했어. 집에 어떻게 왔는지 몰겠다. 귀신이라고 듣는 순간 뇌가 정지됐어. 잠깐 아무 생각도 안 들었어. 정신 차리려고 하니깐 사람들이 나를 귀신으로 보는 거 같았어. 집에 와서 생각해보니깐 억울한 거야. 장애인이기 때문에 귀신 취급받는 게... 그 아줌마는 또 다른 장애인 만나면 귀신이라고 분명 할 거야. (속상하다. 어떻게 할 수 없는 게 내 자신이 미웠어) 장애이라서 귀신이라는 말 들어야 해? 도대체 왜? 왜? 왜? ... 또 듣는 귀가 맘에 상처가 됐네. 빨리 잊고 살아야지. 난 귀신도 산 귀신도 아니거덩. 이런 사람들이 인권 교육받아야 해. (받아도 소용없는 사람도 있겠지) 난 그래도 내가 삶이 헛되지 않게 살려고 남을 이해해주고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니깐 그럴 수도 있지 라고 존중하고 있긴 한데 가끔은 이해고 존중이고 뭐고 사람들한테 정신 차리라고 한두 대 때려주고 싶을 때도 있어. 솔직히 때려주고 싶어. 더 바라지도 않고 나를 나대로 봐주고 사람은 사람으로 봐줬으면 해. 휴~ 답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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