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모든 평화로운 나날은 ‘악마의 테이블’에 앉는 순간 끝이 났다고 한다.
- 학교에 교무부장이 비었어. 교무부장이 회의 진행해야 하고 이런 업무가 있어. 근데 그게 비었다고 나보고 하래. 난 처박혀서 서류나 만지고 이런 건 잘하거든 내가. 근데 막 회의를 진행해야 하고 그런 건 하지를 못하는데... 일이 생기면 조정해야 하고. 근데 난 나도 조정이 안 되는데 누굴 조정하냐, 푸흡. 회의나 이런 것들 잘 못하겠다. 근데 해야만 하고 막 그건 게 너무 스트레스다. 나랑 맞지 않는. 그래서 처음에 그렇게 고사했음에도 불구하고 할 사람 없다고...
✽그럼 야학 복직은 언제쯤?
- 모든 게 이 악마의 테이블로 귀결되는데, 이거 안 했으면... 난 야학이 좋거든. 야학이 재밌거든 나는.
✽ 그럼 내년에는 그런 업무 안 맡도록 야학에서 적극적으로 대처할게요. 전동 몇 대 싸악 와서 점거하고 여기 오야 누구냐고. 오야 나와! 전동이 둘러싸면 겁나지 ㅋㅋㅋㅋ
✽수업하는 건 재밌어요?
- 수업하는 건 좋아하지. 1학년이라 재밌는 것도 있고. 애들 귀엽잖아. 오늘은 수업 들어가서 뭐 했냐면 수업 시간에 누가 그런 말을 했다. “닭죽을 먹었는데 닭이 없었어요!” 그래서 “주말에 닭 먹은 사람 손~!” 하니까 스무 명 중에 열두 명이나 닭을 먹은 거야. 푸핫. “그럼 닭 말고 돼지를 먹은 사람 손~!” 이런 걸 해도 애들이 그렇게 즐거워해. 애들 진짜 착하다.
✽ 며칠 전에 ebs에서 하는 프로그램을 봤는데 미국에서 시작한 교수법인 거 같아요. 무슨 이름이 있었는데...
- 거꾸로? 거꾸로 수업?
✽ 어어어어. 재밌더라. 미리 동영상으로 집에서 공부해 오고 학교에 와서 모둠별로 토론도 하고 그러더라고요.
- 그렇지. 해볼 만한 수업이지. 근데 내가 잘 못하는 게 모둠수업, 활동수업 이런 걸 능숙하게 못 하고 교사주도의 수업을 하는 편이거든. 그래서 올해는 그런 거 쫌 해볼라구. 애들한테 기회를 주는 수업. 근데 애들이 너무 밑바탕이 없으면 토론도 안 되잖아. 그래서 밑바탕 만들어 주는 것 때문에 수업을 하다 보니 내가 너무 주도를 하는 수업을 하게 되는 거야.
- 야학수업 할 때 조금 힘들었던 게, 활동하는 거 할 때 학생들은 굉장히 적극적이야. 주체적이고. 근데 부자연스러운 게 있다 보니 뭔가를 하려고 할 때 살짝 아쉽고 그랬지.
✽ 맞아요. 덕민이형 같은 사람들이 “그거 왜 해” “하던 거 해” 이런 말 하고. 새 학기 때 교사가 항상 물어 보잖아요. “이번 학기엔 어떤 국어 수업을 해 볼까요?” 하면 “뭘 물어. 어차피 물어 보고 니가 하고 싶은 거 할 거면서~” 푸핫.
- 푸하하하하. 짱 현실적이야.
- 일이 많으니까 다들 컴퓨터에 코 박고 있다가 날카로워지고 막. 참. 나 노들텃밭 떨어졌다. 노들텃밭 떨어지고 대방동 여성프라자 앞에도 텃밭 있거든. 거기도 신청했는데 떨어졌다.
✽ 누나도 텃밭농사 좋아하죠? 그럼 학교를 조금 한적한 곳으로 가고 싶진 않으세요?
- 가고 싶지. 가고 싶은데 혼자 너무 따로 떨어져 있는 거 같아서...
✽ 나중에는 한적한 학교로 가고 싶은 계획도 있어요?
- 가면 좋지. 구체적인 계획까지는 없는데 그런 거 좋아하니까.
우적우적 음식을 먹으며 인터뷰는 계속됐다. 하지만. 쉿! 이후 대화는 오프더레코드(영어로 못 씀)다. 뒷담화는 소중하니까! 이후 대화가 궁금한가? 그렇다면 ‘화짱의 엄동설한’에 가입하시라. 언제 할지 모르는 2차 정모 때 얘기해 줄 테니. (회원가입 루트는 비밀이다. 워낙 비밀스럽게 점조직 형태로 활동하는 조직이니 이해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