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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들바람을 여는 창
‘한 잔 하다’가 이렇게 모두 띄어 쓰는 게 아니라 ‘한잔하다’ 이렇게 한 단어라고 합니다. 그간 노들바람에선 무수히 많은 이들이 한잔하였고, 저는 무수히 띄어 써왔는데 말입니다. 노들바람 102호에도 ‘한잔하다’가 여러 번 나옵니다. 어미가 다양하게 변용되어 등장하는데요.
노들바람에서 첫 인사를 전하는 노들야학의 가나는 “현장인문학이 끝나고 나서 얼마 뒤에 저는 은별, 준호 선생님과 그 두 사람을 따라 온 상용 씨를 따로 만나 술 한잔했어요.”
노들센터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로 ‘잠시’ 자리를 옮긴 현수는 “힘들 때 ‘밥 먹자’, ‘차 한잔하자’, ‘술 한잔하자’라고 말 한마디 건네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저에게 있어서도 큰 힘이고 위로였습니다.”
노란들판의 해니는 짝꿍 시백과 “모스크바에서 말라가로 가는 비행기, 기내식으로 제공하는 와인을 한잔했다.”
난데없이 유언을 보내온 만인의 ‘교장샘’ 경석은 “이제 유언장은 그만 쓰고, 노들장애인야학 교실에서 나팔 불고 있는 준호를 꼬여서 술 한잔하겠습니다.”
이렇게 모아 놓고 보니, 여기저기서 한잔하는 장면이 하나같이 정겹습니다. 친해지고 싶어서, 힘들어서, 기분이 좋아서, 지쳐서, 헛헛한 마음을 채우고 싶어서, 그렇게 저마다의 이유로 우리는 여기저기서 한잔하고 있나봅니다. 꼭 술이 아니라도 우리는 서로의 마음에 다가가기 위해 잔을 가운데 두고 마주보고 앉는 걸 테지요. 저랑은 커피 한잔해요.
지난 노들바람 101호엔 편집위원들과 노들바람 디자이너를 깜짝 놀라게 한 인쇄 사고가 있었는데요. 64쪽, 야학 창립멤버이자 현재는 특수교사인 김혜옥 동문이 쓴 ‘도움반에서 드리는 편지’에서 중요한 한 문단이 통째 ‘$#%)@*#) f , ‘ ‘’ 이런 문자들로 가득 인쇄돼버렸습니다. 최종 확인에서도 파일에서도 문제가 없었기에, 더 당황스러웠고 또 미안했습니다. 하늘의 뜻이라 생각하고, 다시 싣습니다. 잘 읽어주세요.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이야기’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