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들아 안녕]
더불어 함께 오늘을 살자!
김숙희
장애인자립생활센터판 활동지원팀 활동가

안녕 노들님!
나는 맑은 계집이라고 해요.
노오란 들판을 떠올리면 평화, 한가로움, 넉넉함, 그리고 여러 생명체의 어우러짐과 녹아듦이 그려집니다. 노들의 한솥밥을 먹게 되었을 때, 새로운 관계맺음에 대한 설렘과 긴장, ‘쓰임새 있는 나’가 되고 싶다는 욕구로 심장이 요동쳤음을 부끄럽게 고백합니다.
처음 만난 노들님은 여리고 순한 잎사귀처럼 보이기도 하고, 한발 다가서면 두 발 도망가는 새침떼기 고양이 같기도 하고, ‘너 거기, 나 여기’라는 경계를 분명히 하는 범상치 않은 존재랄까? 가까이 가기에 쉽지는 않지만 한발 한발 다가가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어느덧 반년의 시간을 센터판과 보내고 있습니다. 정신없이 쏜살같이 지나간 시간이었습니다. 센터판과 노란들판, 모든 이들의 사력을 다한 애씀과 피땀으로 일군 삶과 투쟁의 역사에 무한한 존경을 표합니다. 또한 그 길에 함께 서 있음을 감사합니다. 함께 일하는 동안 개인의 장애와 업무수행은 무관함을 새삼 깨달았으며, 나의 장애(?)를 들여다보는 시간이 되기도 했습니다.
들다방 벽에 붙어있는 표어에서 좋아하는 노랫말을 발견하고 한결 가까워지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습니다.
우리가 산다는 건 장작불 같은 거야
먼저 불탄 토막은 불씨가 되고, 빨리 불붙은 장작은 밑불이 되고, 늦게 붙은 놈은 마른 놈 곁에, 젖은 놈은 나중에 던져져, 마침내 활활 타는 장작불 같은 거야
장작 몇 개로는 불꽃을 만들지 못해, 여러 놈이 엉겨 붙지 않으면, ....
몸을 맞대어야 세게 타오르지
마침내 활활 타올라 쇳덩이를 녹이지
‘더불어 함께’를 발견하고, 뽀땃한 동질감에 동행을 요청하는 손을 꽉 잡고 싶어졌답니다.
모든 선은 점으로 이루어져 있고, 나의 인생 곡선도 내가 함께하는 사회의 역사도 점으로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에 ‘내일이 없는 것처럼 오늘 사랑하라’고 누군가 그런 것처럼, 나는 오늘 하나의 점을 열심히 찍고 싶습니다.
노들과 함께라면 분명 선명한 점들을 찍을 수 있을 거라고 아직은 생각합니다.
노들과의 동행에 서툴고 부끄럽지만 언젠가는 진정한 자유인으로서 당당하게 걸어갈 수 있기를 소망하며, 오늘을 그리고 내일의 오늘을 살고자 합니다.내일은 조금은 덜 전투적으로, 경계의 벽을 낮추고, 자존감 있게, 출근길 발걸음은 가볍게, 내적 갈등도 녹여내고, 노들의 식구로서 웃을 수 있기를 꿈꿉니다.
‘누군가에게 되고 싶은 나’의 마음을 담은 노랫말로 마무리를 지으려 합니다.
언제라도 힘들고 지쳤을 때 내게 전화를 하라고
내 손에 꼭 쥐여준 너의 전화카드 한 장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나는 눈시울이 붉어지고
고맙다는 말 그 말 한마디 다 못하고 돌아섰네
나는 그저 나의 아픔만을 생각하며 살았는데
그런 입으로 나는 늘 동지라 말했는데
오늘 난 편지를 써야겠어 전화카드도 사야겠어
그리고 네게 전화를 해야지 줄 것이 있노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