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기두의 일상을 지켜내기 위하여
남궁우연
노들센터 남궁우연 활동가입니다
문기두 언니의 중구 구비추가지원이 갑자기 사라졌다. 중구는 매년마다 연초에 구비추가지원을 재신청해야지 연장하여 지속할 수 있는데 기두언니가 방문 신청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21년도부터 활동지원 담당이었던 나는 처음 듣는 말이었다. 방문 신청을 해야했다고?
기두언니는 원래 야학을 다녔던 학생이었지만, 가족이 아프면서 시설에 들어가게 되었다가 시설에서 조용히 있으라며 준 약을 먹고 나서부터는 누워서 생활하고 계신다. 기운이 없을 때가 많아 수시로 가래 제거를 하며 산소포화도를 확인해야한다. 일년에 한 두 번씩 야학교사를 비롯한 조력자들과 함께 외출을 나오곤 했지만, 작년에는 외출이라고는 건강상의 이유로 병원과 집을 오갔던 응급차 안이 끝이었다.
사실, 기두언니의 중구비추가지원이 사라진 건 이번이 처음인게 아니었다. 작년 초 기두언니의 중구비추가지원 100시간 중 50시간이 사라졌다. 이유는 단순했다. 한정된 예산 편성. 당시 중구청 주무관은 한정된 예산을 기두언니만 지속 사용하면 다른 사람에게 기회가 돌아가지 않아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했다. 여러 차례 요청하고 대안을 물색했지만 결국 다시 찾지는 못했다. 활동지원 교대 공백 시간을 늘리고 매달마다 활동지원 일정을 조정했다. 간혹 언니의 몸상태가 좋지 않을테면 활동지원사들이 30분씩 “선의”로 추가 무급 지원하면서 기두언니는 일상을 무사히 보낼 수 있었다. 그러나 모든 중구비추가지원이 없어진 지금, 기두언니의 일상은 어떻게 되는 걸까.
주민센터와 구청의 담당 주무관에게 계속 문의했다, “지난 몇 년간 연초마다 주무관이 방문해서 기두언니를 보고 갔는데 방문하셨나요, 방문은 안했지만 전화랑 문자는 남기셨다고요? 기두언니 어머님은 보청기 사용해도 전화 소통이 힘들고 장기요양지원을 받는 고령자라 주민센터에서도 사례관리 지원하는 걸로 아는데 알고 계신가요? 기두언니는 지원자가 없으면 언제고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르는 분이에요, 생존권이 달린 일이라구요.” 여러 말이 오고가며 얻은 건 이전 주민센터 주무관이 “선의”로 가정방문하여 구비추가지원 신청을 챙겼던 걸 올해 신규 담당 주무관이 전화와 문자로 소통했으니 본인 역할을 다했다 여겨 미신청으로 행정처리 끝났다는 사실과 이미 중구비추가지원 예산이 마감되었기에 기두언니의 사라진 구비추가지원 생성이 불가하단 내용 뿐이었다. 그놈의 행정과 예산.
행정은 결국 사람들이 편의상 만들어낸 절차 과정이지 명확한 정답이 아니다. 활동지원 예산이 부족한 건 특정한 개인이 예산을 독점해서가 아니라 자치구가 예산을 낮게 측정한 탓이고, 24시간 지원을 책임지지 않은 채 자치구로 떠넘긴 정부의 탓이다.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누구나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권리가 있고, 국가는 시민을 보호하고 지원할 의무가 있다. 헌법상에도 있는, 우리들은 아는 당연한 권리가 행정과 예산이라는 편리한 단어로 또 묵살되었다. 기두언니의 삶과 인권은 당연한 것이 아니라 타인의 “선의”가 있어야지 지킬 수 있는 조건부가 되었다.
결국, 노들 모두가 나섰다. 기두언니를 아는 사람들, 모르는 사람들 모두 ‘활동지원시간이 없어서 심각한 상황이다’라는 소식을 듣고 연대와 투쟁의 마음으로 이른 아침부터 중구청으로 향했다. 중구청 주무관들은 당황한 낯을 숨기며 달려온 장애인들을 모른 척하기 급급했던 것 같다. 달려온 높은 직급의 주무관이 상황을 파악하더니 말했다. “예산이 없어요. 24시간 지원도 받고 계시잖아요. 우선 상황은 알았으니 돌아가세요.” 실제로는 더 길고 긴 말이었지만 축약하자면 이랬다. 또 예산이었다. 그들이 말한 24시간 지원이란 <서울시추가지원 350시간>을 말한다. 문의하는 과정에서 연락했던 모든 주무관들은 제도상 받을 수 있는 서울시추가지원을 제일 많이 받고 있으니 괜찮지 않냐는 말을 꼭 했던 것 같다. 우리도 24시간 지원 투쟁으로 얻어낸 <서울시추가지원 350시간>을 편의상 24시간 지원이라고 말하지만, <서울시추가지원 350시간> 하나로는 중증장애인의 24시간 지원이 충족되지는 않는다. 공휴일, 야간 노동할 때 1.5배로 지급해야하는 노동법 원칙에 따라 바우처 시간을 소진하면, 결국 장애인이 필요한 바우처 시간은 28시간 이상이다. 기두언니는 그렇기에 <서울시추가지원 350시간>을 받았지만 시간이 한참 부족했고, 이를 구비추가지원으로 부족한 시간을 그나마 조정할 수 있었다.
항상 제일 앞서는 이형숙 대표님이 얼마나 시간이 부족한지 계산을 시작했고, 그 자리에 있는 모두가 외쳤다. “한 달 중에 3-4일은 부족해요! 이대로 죽으라고 하는겁니까?” 누군가는 외침을 종이에다 쓰고, 누군가는 종이를 붙이고, 버텼다. 그리고 우리의 외침은 중구비추가지원 50시간을 다시 생성하는 것으로 얘기가 되었다. 행정과 예산보다 연대와 투쟁이 더 멋지고 중요하구나. 요구가 끝나고 돌아가는 길, 기두언니를 보러갔다. 기두언니는 코골면서 자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