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봄 141호 - [장판 핫이슈] 가난한 사람들 병원 가지 말라는 정부, 끝나지 않은 의료급여 정률제 개악 시도 / 정성철

by 루17 posted Dec 09,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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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판 핫이슈]

가난한 사람들 병원 가지 말라는 정부, 끝나지 않은 의료급여 정률제 개악 시도

 

 

 

 정성철

빈곤사회연대 활동가

 

 

 

    

  2024년 7월, 정부는 의료급여 수급자들의 외래 병원 이용 시 본인부담금을 높이겠다는 “의료급여 정률제 개악안”을 발표했다. 한국의 의료보장제도는 크게 건강보험과 의료급여로 나뉜다. 건강보험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고 의료급여는 빈곤층을 대상으로 하며, 이 둘 모두 사회구성원들의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한 사회보장제도다. 건강보험 가입자의 경우 급여 항목의 치료에 대해 건강보험공단이 지원하는 비용을 제외한 본인부담금을 병원비로 내게 된다. 건강보험의 본인부담금은 정률제다. 의료급여 수급자의 경우 정부에서 지원하는 비용을 제외한 본인부담금을 병원비로 내게 된다. 의료급여의 본인부담금은 정액제와 정률제가 섞여 있다. 정률제는 총진료비의 n%가 본인부담금으로 정해지는 것을 의미하며 총진료비에 따라서 본인부담금이 달라진다. 정액제는 총진료비와 상관없이 정해진 금액을 본인부담금으로 정하기에 내야 하는 병원비가 예측가능하다. 건강보험과 의료급여 모두 급여 항목 내에서만 건강보험공단과 정부에서 지원한다. 비급여 항목에 대해선 전액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정부가 발표한 의료급여 정률제 개악안은 정액제로 시행되고 있는 의료급여 외래 이용 시 급여 항목에 대한 본인부담금을 건강보험과 같은 정률제 방식으로 변경하겠다는 계획으로, 구체 내용은 아래 [표] 같다.

 

 

[] 의료급여 정률제 개악안

구분

1(의원)

2(병원,종합병원)

3(상급종합병원)

약국

현행

1,000

1,500

2,000

500

개편안

4%

6%

8%

2%

 

 

  예를 들어 보자. 서울대학병원(3차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의료급여 수급자 A씨의 외래 진료비가 20만원 발생했을 경우, 정액제인 현재에는 2천원을 본인부담금으로 내면 된다. 하지만 정률제로 변경될 시 본인부담금은 16,000원으로 8배 증가하게 된다. 그렇다고 총진료비가 낮은 경우, 적게 내게 되는 것도 아니다. 정부 계획에 따르면 최소 본인부담금은 현행 정액제인 1,000원 ~ 2,000원을 유지한다. 결론적으로 의료 수급자 누구도 의료비 증가를 피할 수 없게 되는 구조다. 특히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의 치료를 받는 사람들의 병원비 증가 폭이 높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의료급여 정률제 개악안의 문제

 

  정부는 ‘의료급여 본인부담금이 지난 17년 동안 변함없이 유지되며 실질적 본인 부담 수준이 하락하였고 이로인해 의료급여 수급자들의 비용 의식이 약화되어 과다 의료이용이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한 근거로 의료급여 수급자의 평균 진료비와 외래 이용 일수가 건강보험 가입자보다 3.3배 높은 수치를 제시했다. 병원비 부담이 높아지는 가구에 대비하기 위해 건강생활유지비를 2배(월 6천원에서 1만2천원)로 인상하겠다는 계획을 덧붙였다. 하지만 기초생활수급 가구 중 노인과 장애인 가구의 비율은 44.5%이고 만성질환이 있는 가구가 91%라는 점에서, 건강보험 가입자와 의료급여 수급자들의 의료이용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맞지 않다. 게다가 정부에서 발표한 보고서에서도 ‘아파도 치료를 포기한 비율’이 수급가구에서 27.8%로 높게 나타나고, 이 중 87.1%가 ‘진료비 부담’으로 치료를 포기했다고 답했다. 정부 계획이 발표된 이후 <기초법 공동행동>에서 의료급여 수급자 16명의 1년치(2022년도) 의료이용기록을 조사해 정률제로 변경 시 의료비 부담 변화를 조사했다. 조사결과 건강생활지원금 2배 인상분을 적용하더라도 5가구에서 연평균 134,876원의 의료비 증가가 나타났다. 가장 많이 증가하는 가구는 277,791원에 달했다. 월로 계산하면 약 23,000원이 오르게 되는 것인데, 적은 생계비를 감안 한다면 적지 않은 금액이다. 또 병원비는 고정적이지 않다. 현재 정기적으로 받는 치료 외에 추가 검사나 처치 또는 다른 질병으로 인한 의료비 지출이 발생할 수 있다. 상상해보자. 현재 의료급여 수급자들은 내가 받는 치료가 급여인지 비급여인지 확인한 이후 비급여 검사나 치료를 포기할지 받을지 결정한다. 급여 항목에 대해서는 비용을 예측할 수 있다. 하지만 정률제가 시행된다면 급여인지 비급여인지를 확인한 이후에도 급여 항목의 총진료비가 얼마인지를 알아야 본인이 내야 하는 병원비를 알 수 있게 된다. 복잡할 뿐만 아니라, 가능하지도 않다. 치료를 받기 전에 총진료비가 얼마인지 물어본다는 것은 의료기관에서도 반길 일이 아닐 것이며, 생각만으로도 치욕스럽다. 

 

 

  빈곤층은 누구보다 비용 의식이 높다

 

  정부가 제시한 의료급여 수급자들의 비용 의식이 낮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의료급여 수급자들은 누구보다 높은 비용 의식을 안고 산다. 웬만하면 비급여 검사나 치료는 받지 않는 선택을 하고 생명에 지장을 줄 수 있어 반드시 받아야 하는 비급여 치료 앞에서도 비용 마련 방법부터 고민한다.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병원에 있는 사회사업실부터 구청과 동주민센터, 본인이 평소 알고 있던 복지관과 종교기관을 전전하며 의료비 지원이 가능한지 알아본다. 그럼에도 식비를 극도로 줄이고 월세를 체납하는 경험은 의료급여 수급자들의 일상에서 자주 발생하는 위기다. 이는 정부의 조사에서도 드러난다. 의료급여 수급자의 경우 ‘경제적 이유로 인한 미충족 의료 경험률’이 66.2%로 건강보험 가입자보다 2.7배 높다. 또 본인부담금이 발생하는 응급실 이용률 역시 건강보험 가입자에 비해 낮고, 수급자 10명 중 6명이 건강검진도 받지 못해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더불어 정률제의 문제는 현행 의료급여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의료급여 2종 수급자의 경우 1차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경우 정액제가 적용되지만, 2차, 3차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경우 정률제가 적용된다. 의료급여 2종 수급자들은 이미 정률제의 문제로 인해 2차, 3차 의료기관보다 1차 의료기관을 주로 이용하고 있다. 정부는 자신들의 계획을 관철하기 위해 거짓 주장을 제시하며 의료급여 수급자 전체를 도덕적 해이자로 낙인찍고 의료급여 수급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강화한 것이다. 

 

 

  모두가 반대하는 의료급여 개악안, 그럼에도 계속 시도하려는 정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선민 의원실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의료급여 수급자의 99%가 월평균 7.5회만 병원을 이용했고 외래진료 과다 이용은 전체 수급자의 1%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게다가 지난 10년간 의료급여와 건강보험 진료비 총액 증가 추이를 살펴보면 건강보험 2.07배, 의료급여 1.99배로 차이가 없다. 또 과다 의료이용으로 제시한 진료들이 물리치료, 진통제 투여와 같은 처치들이다. 의료급여 수급자들이 이러한 처치를 자주 받는 이유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근본적인 치료를 위해선 비급여 등 비용이 많이 들어서, 병원에서 진단이 안 나오지만 통증이 계속되어서와 같이 다양한 이유가 있다. 의료급여는 한국 사회 최후의 의료 안전망이다. 이렇듯 지금 의료급여에 있어서 필요한 제도개선은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것과 더불어 빈곤층이 겪고 있는 미충족 의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계획 수립이다. 하지만 정부는 그에 역행하는 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정부의 발표 이후 의료급여 수급자들과 시민사회단체에서 빠른 대응을 통해 정부가 애초 계획했던 2025년 1월 시행은 막아낸 상태다. 하지만 최근 3월 14일 중앙생활보장위원회 회의를 통해 정률제에 대한 검토가 계속 논의되고 있음이 드러났다. 의료급여 정률제 개악은 법개정 없이 시행령만 개정하면 되기에 정부에서 언제든 추진할 수 있다. 올해에도 “의료급여 정률제 개악안” 대응 활동은 계속될 예정이다. 더불어 정부의 개악안을 철회시키는 것을 넘어서, 의료급여에 여전히 남아있는 부양의무자기준을 폐지해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의료급여 수급자들이 일상에서 겪고 있는 비용으로 인한 미충족 의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싸움을 조직해야 할 때다.

 

정성철.jpg

사진 비마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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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비마이너

 

2024년 12월 10일, ‘의료 급여 정률제 개악 철회, 윤석열 퇴진 촉구 결의대회’

노들야학 장애경 발언문

 

“안녕하세요. 노들야학 장애경입니다. 투쟁! 저도 약을 먹고 있습니다. 근육이완제와 잠 문제 때문에 약을 먹고 있는데 그 돈이 한 달이면 한 달 약값이 20만원이 들어갑니다. 근데 뉴스를 듣고 내년부터는 의료급여 지원이 더 줄어든다고 하니 이거 어떻게 합니까. 가난하고, 아픈 사람은 어떡합니까. 더 아파도 병원비 지원이라도 받아야 우리도 살지 어떻게 삽니까. 그것도 돈 있는 자와 없는 자가 다를텐데, 부자들도 아프면 병원갈텐데 그 사람들한테는 돈 더 안 올려받고 우리한테만 올려받는게 말이 됩니까. 우리가 이 문제를 해결해 봅시다. 투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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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비마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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