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2024년 Against Ableism! 일본 특사단
멀고도 험난했던 일본특사단 이동권
조재범
장애인자립생활센터판 활동가
2024년 11월22일(금)부터 11월27일(수)까지 5박6일 동안 일본특사단에 참여했다.
특사단에 참여하기로 마음을 결정하고 일본으로 출발하기 전까지 걱정이 많았다.
그 이유는 지금까지 세 번 해외에 나갔는데 그때는 수동휠체어를 가지고 갔지만 이번에는 전동휠체어를 가지고 가서 집에서 인천공항까지 이동을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 많이 되었기 때문이다.
11월14일(목) 오리엔테이션에서 특사단 일정표를 보고 나의 슬픈 예감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알았다. 출국 날 우리 일행은 오전 9시 출국을 위해 인천공항 집결 시간이 새벽 6시라는 것과 입국 날 밤 8시 반 비행기를 타고 10시20분에 한국에 도착한다는 걸 안 그 순간부터 전쟁 아닌 전쟁이 시작되었다.
서울 장콜 첫 차 예약은 7시부터 되는데 집에서 인천공항까지는 어떻게 가지? 인천공항에서 집까지는 어떻게 오지?.... 머릿속이 하얘졌다.
오리엔테이션에서 서울 장콜(장애인콜택시)로 인천공항에 6시까지 도착하려면 장콜 콜센터에 배행기표 사본을 보내면 새벽 12시에서 3시 사이에 예약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입국 날 인천공항에서 집까지 인천 장콜을 이용하기 위해 콜센터에 문의한 결과 시간이 너무 늦어 이용할 수 없다는 말에 절망하고 있다가, 다행히 법인(노란들판)에서 리프트 차량으로 집까지 이동지원을 해 준다는 말을 듣고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출국 날 새벽 12시 반에 장콜(장애인콜택시)을 불렀고, 새벽 2시 15분에 연결되었고, 2시 반쯤 집에서 출발해서 3시 15분쯤 도착했다.
나뿐만 아니라 특사단 다른 휠체어 장애인 동지도 나랑 비슷한 시간에 장콜(장애인콜택시)을 불렀고, 비슷한 시간에 도착했다.
장콜(장애인콜택시)을 예약하고 인천공항에 도착할 때까지 긴장과 걱정으로 뜬눈으로 밤을 꼬박 샜다.
비행기를 타기까지도 쉽지 않았다.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 예상은 했지만, 예상했던 것보다 휠씬 더 많이 걸렸고 절차는 번거로웠다.
전동휠체어 배터리가 건식이냐 습식이냐, 배터리가 분리가 되냐 안 되냐 등.
2001년 뉴욕에서 비행기 테러폭발사건이 일어난 이후, 법이 바뀌어 전동휠체어나 스쿠터를 비행기에 실을 때 기준이 까다로워졌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보다 더 큰 문제는 항공사 직원들이 장애인 보조기기에 대한 지식이나 매뉴얼이 없다는 것이다.
첫 번째 개고생은 그렇게 끝났지만 특사단 일정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날 두 번째 고생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27일(수) 특사단 일정을 마치고 한국으로 입국하기 위해 오후 4시 반에 나리타공항에 도착했다. 입국 수속을 끝내고 비행기 탑승을 기다리던 우리들에게 슬픈 소식(?)이 들려왔다. 항공사 직원이 한국에 눈이 많이 와서 비행기가 결항될 수도 있고, 결항이 되면 공항을 나갔다가 내일 다시 와야 한다고 했다. 비행기가 뜨기를 기다리는 동안 항공사 직원들은 그 말을 여러 번 반복 했다. 비행기가 뜨기를 바랐지만, 결국 결항 되었고 그때 시간이 밤 10시쯤이었다. 항공사 직원은 나갔다가 내일 오라는 말을 계속했다.
그 말을 듣고 있다가 내가 너무 답답하고 화가 나 직원에게 말했다.
“여기 계신 비장애인 승객들은 이동이 자유로워서 내일 다시 오는 게 큰 어려움이 없겠지만 우리 일행들 중에는 휠체어 장애인이 4명이나 있어서 이동이 어려우니까 내일까지 공항에 있을 수 있게 해 달라”
그 이야기를 들은 직원은 우리 상황을 이해한다며 방법을 찾아볼 테니까 기다리라고 했다. 잠시 기다리니 직원이 장콜을 불렀다고 했다.

한국행 비행기가 결항되어 공항에서 대기하고 있는 일본 AA 특사단. 사진 비마이너
입국장에서 짐을 찾고 1시간 넘게 기다렸지만 장콜은 연결되지 않았고, 결국 항공사 직원은 호텔을 예약해 주었다. 그런데 이게 웬걸.... 항공사 직원이 예약해 준 호텔은 나리타공항에서 5km나 떨어져 있었다.
장콜을 기다리던 우리 일행은 포기하고 도보로 호텔까지 가기로 했고, 그때 시간이 밤 11시가 넘었었다.

장애인콜택시가 잡히지 않아 일본 AA 특사단이 도보로 호텔을 가기 위해 공항을 나서고 있다. 사진 비마이너
내 휠체어 배터리가 많이 없어서 불안했지만 동지들을 믿고 가 보기로 했다.
공항에서 호텔까지 가는 길은 가로등도 없고, 인도도 많이 좁고, 게다가 졸음까지 쏟아져서 무지 위험했다. 우리는 서로를 내비게이션 삼아 조심스럽게 이동했다. 그렇게 이동하던 중 나에게 아찔한 사고가 났다.
내가 인도에서 차도로 떨어진 것이다. 정말 순식간에 일어난 사고였다.
내가 차도로 떨어졌을 때 맞은편에서는 차가 오고 있었고, 그 순간 동지들의 빠른 대처로 다치지 않고 무사할 수 있었다. 동지들의 빠른 대처가 아니었더라면 나는 어떻게 되었을지 모를 일이다. 빠르게 대처해 주고 걱정해 준 동지들에게 많이 고맙고 미안했다.
사고는 있었지만 우리는 무사히 호텔에 도착했고, 그 다음 날 오후 비행기로 한국으로 돌아왔다.

늦은 밤, 어둠 속에서 호텔로 향하고 있는 일본 AA 특사단. 사진 비마이너
이번 일을 겪으면서 느낀 점은 첫째 ‘언제쯤이면 장애인들도 비장애인들처럼 이동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과 둘째, ‘장애인들이 위험에 처했거나 천재지변이 벌어졌을 때 보호받을 수 있는 권리는 언제쯤 보장될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 나라 국민이라면 누구나 누려야 할 안전할 권리를 장애인들도 배제당하지 않고 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되었다.
그날이 올 때까지 동지들과 함께 투쟁할 것이다.
*이 글은 <비마이너>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