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2024년 Against Ableism! 일본 특사단
가깝고도 먼 일본, 우리가 한 번 다녀와 봤습니다
- 일본 AA 특사단 박경석 대표 소환조치에 따른 앞으로의 다짐을 담았습니다
명희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기획실 활동가. 25년 3월부터는 노들야학에 명희로 돌아갑니다. 반가워요.

오랜만에 노들바람에 글을 담습니다. 24년 11월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국제엠네스티 편지쓰기 운동으로 일본 엠네스티 지부의 초대를 받았습니다. 엠네스티는 세계 곳곳에 있는 인권단체인데요. 전세계에서 벌어지는 부당한 인권탄압에 대한 저항의 의미로 편지쓰기 운동을 진행합니다. 아시아 국가에는 박경석 대표님이 유일하게 구속되지 않은 사람이라고 하니, 인권의 탄압은 한국뿐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겠죠?
엠네스티를 통한 편지는 바로 오세훈 서울시장님이 주인공입니다. 서울시 권리중심 공공일자리의 대규모 해고는 2024년 1월에 시작되었습니다. 400명의 해고에도 많은 이들이 몰랐던 이유는 장애인의 노동이었기 때문입니다. 장애인의 노동은 최저임금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이러한 한국사회의 현실 속에서 장애인 노동의 가치는 어느 시장에 내놓아도 팔리지 않는 상품입니다.
그러니 서울시장님은 그 노동이 보이지도 않고, 삶을 책임지려고 하지도 않으시나 봅니다.
지하철 승강장에는 서울교통공사의 탄압에도 오전 8시 매일같이 그 자리를 지키는 활동가들이 있습니다. “아직도 지하철을 막고 지랄들이다”라는 매일 아침의 탄압이 이제는 어느덧 승강장의 경적 소리만큼 일상이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꿋꿋이 이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것은, 무던히 이 시간을 할 수 있는 만큼의 내 자리를 지켜낸다면, 고마운, 함께 찾아와주시는 시민분들을 만나고, 우리가 함께 선언한 노동, 그 권리를 다시 찾을 내일을 우리는 함께 맞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매일같이 처연하게, 그리고 뒤돌아보면 쫓겨나는 동지들을 뒤로하고, 이 한국사회에서의 우리가 꿈꾸는 내일을 조금 더 앞당기기 위해 AA 특사단 18명은 일본으로 향합니다.
해외 투쟁은 언제나 긴장이 됩니다. 말 한마디 내뱉기 어려운 현지의 통하지 않는 언어의 장벽, 한국과는 또 다른 문화, 언제든지 이 현장에 달려와줄 수 있는 동지들로부터 너무 멀리 떠나온 우리가 오롯이 18명 AA 특사단 성원들과 해당 일정을 수행하는 것이 너무나 긴장이 됩니다.
아침 6시라는 새벽에. 참여자들은 전날 공항에서 밤을 새우기도, 또는 불러도 오지 않을 장애인콜택시를 기다리며 뜬눈으로 새벽 이른 시간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아침 비행기 출발, 분주하게 특사단은 일본에 도착하여 입국신고서 작성, 조별로 나뉘어 나리타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이제 앞으로의 일본 일정에 기대도, 그리고 계획도 나누는 찰나, 박경석 대표가 출입국관리소에 잡혀 인터뷰를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일본은 해당 정치적인 이슈에 민감한 국가라는, 동시에 들려온 정보와 이전 여러 활동가들도 비슷한 경험을 겪은 적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가수 이승철 씨도 ‘독도는 우리땅’ 노래를 불렀다는 이유로 10년 동안 일본을 못 가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여러저러한 엉뚱한 이유를 포함, 정치적인 탄압이 가득한 일본 사회의 첫 얼굴은 박경석 대표의 소환이었습니다. 일본 현지의 정당과 해당 시민사회단체에서 많은 도움을 주셨음에도, 공항에 도착한지 7시간 만에 당장 소환조치된다라는 통보를 받습니다. 해당 사유는 10여 년 전의 집행유예 선고였습니다. 일본 현지에서는 사법처리 사안도 아니고, 한국 사회에서 기억도 흐릿한 해당 건이 소환조치의 사유라고 하니, 너무 억울했습니다. 일본 공기 한줌 못 맡아보고 그렇게 당일 박경석 대표님은 소환되었고, 특사단을 다녀온 그 이후에도 개인적인 2차 입국 시도 역시 거부당합니다.
그래서, 전장연은 2025년 3월 1일 야스쿠니 신사, 일본으로 갑니다. 총 46명의 최중증장애인 24명이 함께합니다. 장애인이 비행기를 탄다는 것은, 서울과 인천(공항)을 오고갈 수 있는 특별교통수단도 없이 하염없이 장애인콜택시를 2개의 지역으로 나뉘어 이동해야 한다는 것, 휠체어 탑승 경험이 많지 않은 항공사 직원과 체크인을 입씨름 하기위해 적어도 4시간 전에는 도착해야 한다는 것, 몇 시간의 비행이라도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지원자의 도움을 받아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는 비행기는 없다는 것, 그렇기에 기저귀 몇 겹을 차고 비행기를 탑승하거나 일부러 경유 비행기편을 애써 확인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전 세계의 어떤 나라도 장애인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이동권을 제공하는 곳은 없다는 것. 비장애중심주의 어려우신지요? 우리가 사는 이 땅의 모든 구조가 비장애중심주의입니다. 그 교통편의 가장 자본주의 모형이 비행기이지요.
한국 사회와 닮은 뿌리깊은 일본의 Against Ableism 이번에 우리는 세계 속에, 이 땅에 장애인도 사람으로 살고 있음을 보여드리고 오겠습니다. 장애인 식민화 우생화 세습하는 장애인수용시설정책 폐지하라, Against Ableism. 여기까지 읽어주신 여러분이 함께 읊조려주신 구호가 이 땅에, 거리에서 함께 외쳐지길 바래봅니다. 잘다녀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