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봄 141호 - 돌아오기 위해 고생한 우리를, 축하하고 싶었다 - 노들에스쁘와의 <COME BACK> 공연 제작 후기 / 엠마누엘 사누

by 루17 posted Dec 02,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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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기 위해 고생한 우리를, 축하하고 싶었다 

 노들에스쁘와의 <COME BACK> 공연 제작 후기

 

 

 엠마누엘 사누

댄서, 안무가. 전통을 기반으로 동시대 사람들이 함께 소통할 수 있는 움직임들을 포착하고 다양한 형태의 프로젝트로 발표해내고 있다. 춤은 몸의 대화이자 하나의 언어로서, 국경과 문화, 인종과 장애 등 다양한 장벽을 넘어 환대할 수 있는 문화를 춤을 통해 전달하고자 한다.

 

번역 손소영

우연히 참여한 엠마누엘 사누의 댄스 워크숍을 계기로 점차 춤에 매료되어, 어느덧 ‘춤’이란 굵직한 챕터가 인생에 자리 잡았다. 쿨레칸 단체의 프로듀서로 일하며, 춤 웹진 [몿진]과 인터뷰집 『춤과 땡땡』을 기획·편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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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에게 그리고 모두에게 이 공연을 하는 건 굉장히 중요했다. 나는 노들에서 수업을 한 7년동안, 노들장애인야학이 노들 에스쁘와 퍼포머들을 인강원 시설에서 나올 수 있도록 얼마나 싸워왔는지 눈으로 봤다.

 

  그들의 싸움과 확고한 의지 덕에, 우리의 멤버들을 모두 시설 밖으로 나오게 하는데 성공했다. 모든 퍼포머들이 자유로운 상태가 된 것을 볼 수 있다. 나에게 이건 매우 큰 성공이다. 

 

  우리의 학생들이 야학에 와서 다른 학생들과 선생들과 공동체의 삶을 느끼고, 다시 시설로 돌아가야 할 때 그들은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30분 넘도록 다시 돌아가야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모습들을 보았다. 

 

  나에겐 아무런 선택지가 없었다. 이 자유로움을 축하하는 것 말고는. 이 자유로움은 나에게 가슴 속 외침이었고, 기쁨의 외침이었고, 사랑의 외침이었고, 공감의 환호성이었다. 

 

  이 공연에서 나는 사회를, 공동체를, 가족을, 친구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말하고 싶었다. 나는 인강원이라는 시설이 자유로움이 없는 감옥과 같은 곳이라 느꼈다. 학생들은 기다리고 있었다. 누군가 손을 내밀기를.

 

  학생들은 쉽지 않은 생활을 하고 있었다. 이들을 위해 싸우는 야학 선생님들도 쉽지 않았다. 이 공연으로 이 둘에게 모두 고생했다고 말하고 싶었다. 서로를 토닥여주고 싶었다. 

 

  여러 해 동안의 고립, 야학이 이 고립의 장벽, 학생들과 사회를 가로막는 장벽을 부수었고, 이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컴백> 공연 만들기 

 

  <어라운드 마로니에>와 달리, <컴백> 공연은 모든 장면에 대한 디자인을 끝내고, 바로 연습에 들어갔다. 나의 자리에 대한 인식에서 시작했다. 각자 다른 음악과 함께 의자와 춤을 추었다. 의자는 앉을 수 있는 물체이거나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 함께 움직일 수 있는 친구라 생각하고 움직이자고 했다. 그렇게 4주 정도를 진행했고, 이 장면에 함께 할 4명을 선택했다. 

 

  처음에는 이들이 관객들 사이에서 춤을 시작하길 바랬다. 첫 시작부터 관객들과 탈시설을 축하하는 분위기에서 시작하고 싶었다. 하지만 극장이 그걸 구현하기 어려운 장소였고, 다른 방식으로 바꾸었다. 그리고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이어갔다. 

 

  지용형과 나의 듀오에 나오는 길은 인강원에서 나오는 길을 상징한다. 듀오를 처음 연습하는 날, 지용형이 의자에서 나오려고 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그날 나는 바로 발견했다. 이 파트는 형이 해야 하는 구나. 인강원 이야기를 들었을 때 누군가는 아주 어렸을 때 거기에 갔다. 숫자를 이용해서 시적인 텍스트로 구성하고 싶었다. 거기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설명하기 보다 숫자가 커지면서 얼마나 내가 기다렸는지, 얼마나 이 사회에서 보고 싶은지, 내 인생이 여기가 끝이 아니라 밖에 재밌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 궁금한 마음 등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랐다. 그리고 나와 형이 번갈아 야학 선생님이 되거나 시설에 있는 사람이 되거나 왔다갔다 바뀌면서 서로에게 기쁜 마음으로 고생했네, 감사하는 마음을 담았다. 

 

  이후 안젤리크 키조의 ‘볼레로’ 노래가 나오며 우리는 서로 서로 연결된다. 따뜻함을 전해주고, 한 명씩 포옹을 한다. 포옹은 점점 커져간다. 작은 부족처럼 우리는 다 같이 여기에 있으며, 함께 방향을 찾고, 서로 방향을 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부드럽게 물처럼 흐른다. 관객들에게 우리가 얼마나 서로에게 부드러운지, 편안한 사이인지, 얼마나 서로를 위해 여기에 있는지 보여주고 싶었다. 그리고 그 다음 우리가 우리의 자리를 만들었고 찾았다는 걸 다시 크게 축하하는 걸로 마무리 짓는다. 첫 장면을 다시 복기한다. 이제 공연을 다 보고 진짜 축하하는 느낌으로, 듀오가 점점 조금씩 서로 합쳐지면서 우리의 자리를 가진 걸 축하하고 싶었다. 

 

 

  <컴백>의 음악, 오마르와 동녘 

 

  우리 문화에서 즉흥은 필수적인 요소이고, 음악과 춤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 댄서들은 모두 다른 리듬으로 움직인다. 다른 박자 속에서도 우리는 함께 움직이고 있고, 연결되어 있었다. 오마르와 동녘, 두 명의 라이브가 이들과 잘 어울렸다.

 

  오마르와는 과거 여러번 즉흥 공연을 한 경험이 있고, 너무 좋은 뮤지션이기 때문에 이 작품에 초대했다. 어떤 장면에서 어떤 느낌으로 하고 싶은지 알려줬을 때, 오마르가 너무 재미있게 음악을 만들어주었다. 우리 댄서들이 그의 음악에 정말 몸으로 푹 들어가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 댄서들은 음악을 들을 때 매우 섬세하다. 어라운드 마로니에 공연에서 리듬을 강조했다면, 이번엔 다른 부분의 음악을 중요하게 하고 싶었다. 하나의 음악 안에서 춤과 음악이 서로 밀고 당기며 다양한 느낌으로 펼쳐졌고, 우리가 음악을 따라가기보다 서로의 느낌을 따라가며 함께 가는 게 너무 좋았다. 노스탤지어를 불러일으키는 허밍, 리드미컬한 전자음, 다이나믹한 기타 연주로 우리는 부드럽게 흘러갔다. 그의 음악은 다양한 감정들을 불러 일으켰다. 우리 댄서들이 너무 잘하지만, 이 즉흥 음악에 댄서들이 어떻게 움직일지 너무 궁금했는데, 너무 잘했다. 도전하는 느낌이 있었는데, 형과 누나들이 움직임의 영역을 더 넓혔고, 편하게 춤추었다. 

 

  동녘도 오랫동안 야학에서 음악 수업을 해온 뮤지션이다. 야학에서 너무 수업을 잘 하고 있으니까, 같이 하면 좋을 것 같았다. 이미 좋은 사람인 걸 알고 있었고, 좋은 음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초대했다. 동녘에게는 어떤 느낌을 하고 싶은지 알려줬고, 서로 의견을 주고 받으며 만들었다. 다큐멘터리의 형식이 아니라, 형과 누나들이 시설에서 나와서 기쁜 걸 더 이야기하고 싶다는 마음 때문에, 어쿠스틱 기타와 텍스트가 서로 잘 어울리는게 중요했다. 텍스트와 음악, 춤이 너무 잘 맞았고, 관객들도 우리의 춤을 보며 바로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느낄 수 있었다. 

 

 

  관객을 만났을 때

 

  승미는 공연을 너무 잘 하고 싶었기 때문에, 공연 전에 푹 잤다. 그리고 공연할 때 진짜 빡세게 했다. ‘나만 봐야 해’ 하는 느낌이 공연 때 나왔다. 주희는 사람들을 만나면 긴장하는 편이다. 연습했을 때 보여준 부드럽고 편안한 움직임이 조금 딱딱하게 표현되어 아쉬웠다. 임실 누나는 시 퍼포먼스에서 ‘보고 싶어’를 들으니까 아빠가 보고 싶다고 말하며 많이 울었다. 공연을 시작하고는 안 울었지만, 매우 깊이 몰입한 얼굴을 보았다. 그의 얼굴만 보아도 관객들은 가슴 속 깊이 어떤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지선도 걱정했었지만 정말 너무 잘했다. 앉아서 그림을 그리면서도 어떤 움직임을 하고 있었고, 보면서 즐겁게 하고 있구나 느꼈다. 지용형도 우리 듀오를 할 때 매우 자신감도 커지고, 적극적으로 변화해서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계속해서 우리 작품에서 댄서 한 명 한 명에게 큰 관심을 주어야 해, 한 명마다 크게 칭찬을 줘야해라고 느꼈다. 이런 역할을 주니까 에너지가 확 올라가고, 또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리고 이 작품에서도 형을 잘 볼 수 있었다. 

 

  어떤 이는 나를 보고 바로 이렇게 말했다. 공연이 관객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바로 느낄 수 있었고 잘 볼 수 있었다고. 그렇게 관객이 느낄 수 있도록 만들었고, 그럴 수 있어 좋았다. 누군가는 공연 의상이 감옥에서 입는 옷 같기도 하고, 부족 같아 보이기도 했다는 말을 했다. 인강원이 감옥 같은 느낌이 있었고, 이런 현대 사회에서 부족 같다는 말은 나쁜 말보단 서로 강하게 연결된 느낌이 있어서 좋았다. 내 의도가 이렇게 읽혀도 좋았다. 이 작품에서 관객들로부터 좋은 이야기를 굉장히 많이 들었다. 나도 놀랐다. 계속 열심히 하고 싶다. 그리고 너무 감사했다. 퍼포머들에게도, 무대, 조명, 다른 모든 제작진에게도. 공간이 좁지만 무대도, 조명도 모두 최선을 다해주었다. 신재 연출가도 바깥의 시선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조언들을 계속 해주었고, 좋은 공연을 함께 만들 수 있어서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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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정택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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