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가을 102호 - 전쟁터가 만난 바닷가

by nodeul posted Nov 23,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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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터가 만난 바닷가


노들야학 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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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을 내가 쓸 줄이야 이놈에 노들 미워....



여행 갔다 온 지 두 달이 돼 가는데 참 일찍도 쓰라고 한다. 부담스럽게 이게 뭐니 쓴다고 했으니깐 써야지. 난 내가 보고 듣고 느끼는 것만 쓸 거. 최선을 다해서 써 볼게. 골치 아픈 글 숙제ㅋㅋㅋ



노들장애인야학은 일 년에 한 번씩 여행(모꼬지)을 가지. 7월 18일~20일 2박3일로 강원도 양양군 광진리 해수욕장 가기로 결정을 했어. 한번 여행 가는 게 쉽지만은 않는 거.....
준비전쟁 : 편의시설 잘 되어있고 100명의 인원이 다 같이 가려면 관광버스 두 대. 내 몸과 내 발과 같은 전동휠체어랑 수동휠체어 가려면 스타렉스 두 대 있어야 되고, 중요한 거, 가서 먹을 거야. 뭐 먹지? 뭐 필요하지? (한 번 가는데 고민할 게많고 챙겨야 할 것도 많고... 이래야 노들이지) 준비 끝ㅋㅋㅋ


활보 전쟁과 회비전쟁 : 학생들은 대부분 중증장애인이라서 활보를 이용하지. 활보가 필요한데 시간이 많지 않아서 모꼬지를 안 가겠다고 하거나 활보가 못 가겠다고 말하면 딴 활보 구해서 가야 하고 휴~(센터 전화기 불 나) 소외감 들어서 활보를 일부로 데리고 가는 사람도 있고 (남의 도움 받지 않아서 좋지 뭐) 올 사람은 어떻게든 와. 모꼬지를 가려면 회비 내야지(심각해). 모꼬지 회비가 한 사람당 2만 원..... 회비에 대해서 말들이 많냐. (중요한 문제니깐) 다른 반은 모르겠는데 불수레반은 회비 가지고 어쩌다보니깐 한 시간 동안 토론을 하게 되더라. 활보들 꺼 이용자가 내네 마네. k양의 말.... 활보들 꺼까지 이용자가 내야하면 부담스럽다, 활보가 회비 못 낸다고 하면 난 모꼬지 안 가겠다. 영어쌤의 말.... 회비 얘기가 금방 끝날 줄 알았는데 한 시간이 지났네요. 회비는 활보랑 잘 얘기해봐라, 얘기해 보지 않고 그러지 말고, 2박3일 동안 밥값 술값이라고 활보한테 얘기하라고 이만 원보다 더 먹었으면 더 먹었지 활보들이 덜먹지는 않을 거다. L양의 말.... 활보한테 잘 얘기 해보고 정 안되면 만 원이라도 활보가 준다면 내가 3만 원을 내겠다고 하네... 학생들이 하는 말이 가지각색이야. 당연히 이용자가 내야 하는 걸 알고 있다, 어떤 학생은 난 활보가 꼭 필요한 사람인데 돈까지 내라고 하기가 미안하다, 비싸다고 비싸다고 노래를 불러, (누구한텐 그 돈이 부담스러워) 돈으로 따지면 여행 2만 원 싼 거지. 알아서 잘 해결했을 거라고 믿고..... 드디어 기다렸던 여행가는 날. 5시에 노들야학에서 만나서 저녁 먹고 가기로 했어. 몇 명의 학생들은 일찍 와서 기다리면서 수다를 떨고 있었어. 한 명 한 명 한 명씩 와서 어느새 교실이 꽉 차게 사람들이 모여서 저녁밥을 먹기 시작. 너도 나도 쌤들도 활보들도 밥을 먹는데 굶은 사람처럼 어찌나 잘 먹는지.... 지금 안 먹으면 이따 배고플까 봐 그냥 먹는 사람도 있겠지. 다먹은 후에 엘리베이터는 바뻤어. 사람들은 줄 서 있고 밖에서는 관광버스 두 대랑 스타렉스 두 대랑 와 있어서 버스 한 대는 남자들이 다른 버스는 여자들이 타기로 했어. 활보들과 노들쌤들은 한 사람씩 한 사람씩 학생들을 들어서 일일이 차에 태우기 시작. 안고 들고 업고 개고생ㅋㅋㅋ (힘들어 니가 해) 차에 앉아놓고도 어떻게 하면 편한지? 불편한 게 뭔지? 괜찮은지? 등등등 물어서 안전하게 해줬어 (평소에는 난 몰라라하고 이때는 잘 해주는 척하냐? 어쨌든 땡큐땡큐다) 전동휠체어, 수동휠체어는 누가 누구 껀지 알아보게 이름 적어서 스타렉스에 실었을 거야. (이름을 적었는지 안 적었는지 난 자세히 안 봐서 모르겠음. 안 적었으면 누가 누구 껀지 어떻게 알아) 음...... 버스에 앉아 있기 힘든 학생이 있어서 센터차(리프트차)가 3명인가 4명인가? 태워서 다 같이 출발. 잘 가면 노들이 아니지. 센터차가 고장(그러게 미리 수리 좀 하지) 어떻게 해서든 오긴 왔네.


해수욕장 백사장에서

강원도 양양군 광진리 해수욕장에 도착. 도착하자마자 활보들은 자리 차지하고 있고 이용자들이 새벽에 뭐해. 자야지.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자기엔 너무 아쉬웠어. 학생들은 아무 불만 없이 잘만 자더라. 너무 당연하다시피 자니깐 당황스러웠어(난 밤 샜다. 등이 배겨서 잠을 못 자겠어).
날이 밝아지니깐 학생들이 한 명 한 명 한 명씩 일어나는 거야. 학생들이 일어나니깐 쌤 한 명 한 명 일어나서 밥하기 시작.100인 분 밥 하려니 죽을 맛이었을 걸(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몇 시간이 걸려서 밥 하긴 했네. 활보들은 이용자 챙기느냐고 정신없고 (너 한 입 나 한 입). 쌤들은 밥을 먹었나 몰겠다. 알아서 챙겨 먹었을 거야(안 먹을 쌤들이 아니니깐).ㅋㅋㅋ


여기까지 왔는데 물놀이를 안 할 수 없지. 안전조끼 입어주고 튜브 들고 너도나도 물속으로 퐁당. 구경만 하
는 학생들이 있어서 이걸 보고만 있을 쌤들이 아니지.

백사장에서 씨름, 튜브타고 해수욕

어떻게든 들어가게 해주지. 너도나도 활보들도 학생들을 들어서 물속에 퐁당? 퐁당시키고 난 몰라라 하면 학생들 죽어(감옥가기 싫은가 봐? 싫겠지). 안전하게 학생들이 놀 수 있게 조끼 입히고 튜브 들어서 물속에 들어가서 편한 자세로 튜브에 누워있거나 튜브 속에 다리 집어넣고 있거나 다 들어왔으니깐 놀아보자고ㅋㅋㅋ 혼자 노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한 쪽에서는 물싸움, 한 쪽에 서는 아무나 잡아서 엎어치기(짠물 다 먹네), 또한 쪽에서는 튜브끼리 너도 나도 잡고 잡고 잡아서 어느새 두 팀이 돼서 꼬리잡기를 하고 있었어. 나도 나도 너도 너도 짠물이 눈코입귀 다 들어갔네(어휴~~ 정말 짜네). 이젠 내 얘기할 차례가 왔구나. 난 아침밥 조금밖에 안 먹은 상태..... 내가 싫어하는 카레밥인가? 뭔가가 나왔길래(밥이 뭐가 나왔는지 모름. 기억 안 나). 내가 잠 못 자서 밥을 안 먹는다고 했나? 기억은 안 나지만 암튼 내가 활보한테 난 밥 안 먹겠다고 그랬더니..... 다른 반찬 가지고 오셨나? 안 먹으면 안 된다고 하길래 조금 먹었지. 내가 먼저 물속에서 놀고 있었지롱. 사람들이 들어오길래 같이 놀았지. 놀다 보니깐 점심시간이 한참 지난 거였어. 계속 놀고 있었는데 활보가 하는 말.... 그만 놀고 쉬자. 나가서 뭐 좀 먹자(더 놀고 싶어. 아줌마 가서 먹고 와요). 너 놔두고 나만 먹으면 잘도 먹겠다(물 많이 먹어서 배 안 고픈데 이럴때 놀아야지 언제 또 오겠어요). 재작년에도 그말 했어. 그래서 실컷 놀았잖아. 안 속아(......그래도). 알았어. 일단 씻고 뭐 좀 먹으면서 쉬다가 다시 들어와서 놀자(네 좋아 좋아).
내가 물속에 오래 있었나? 힘이 많이 빠졌나? 물에서 나오자마자 몸에 힘이 다 빠져서 기운이 없어서 나도 모르게 주저앉아 버렸어. 조금 앉아 있으니깐 걸을 만해서 목욕탕으로 갔어. 씻고 나오고 밥 좀 먹고 쉬다 보니깐(밥 먹고 쉬니깐 기운 차렸어). 어느새 학생들이랑 활보들이랑 쌤들이 한 명 한 명 한 명씩 씻으러 가는 거. 간식으로 옥수수 주네. 먹고 쉬다 보니깐 각종 게임 한다고 신청을 하라고 하네(난 안 해). 눈 오래 안 감고 버티기, 씨름, 닭싸움?인가 뭔가 각종 게임들은 하는데(잘들 논다) 누가 지고 누가 이겼는지 관심 없다. 좀 있다 저녁 먹고 1조~8조까지 조가 있대. 이름을 불러싸서 조별로 가래(가라면 가고 오라면 오고 안 할 수 없고). 난 속으로 어떤 거 하길래 갑자기 조별로 앉으라고 하나? 그랬지(준비팀에서 뭔가 준비를 잔뜩 했나본데 잘 따라줘야지). 새로운 게임 시도네. 노들이 어디 아픈가? 왜 안 한 짓을 하지? 각종 게임을 하더라. 그림 그리기, 스피드 퀴즈, 노들바람 퀴즈 맞추기 이 게임하는데 재미있더라. 그림 그리기는 조별 한 명이 그림 문제를 받아서 뭐 그려야 할지 생각해서 말은 하지 않고 그림만 그려서 다른 사람이 맞추는 게임(살짝그림 설명을 해줬지롱ㅋㅋㅋ ㅁㅔㄹㅗㅇ). 맞추는 조도 있는가 하면 못 맞추는 조가 있어. 다들 집중해서 잘 하더라. 스피드 퀴즈랑 노들바람 퀴즈는 안 가르쳐줘도 대충 알 거야.


다 끝내고 이어서 뒤풀이(빠질 수 없는 약 먹는 시간 카~~). 삼겹살, 회, 소시지, 과자, 이거밖에 생각이 안 남. 우리 약..... 술~~ 뒤풀이에 술이 빠지면 노들이 아니지. 서로 자기 먹기만 바쁜 입과 손들.... 잘도 먹는다. 술도 안주도 다 먹었으니 치우는 분위기 자는 분 위 기 ? 완전 헐이다 헐이야. 하긴 졸리는 사람은 자는 건 맞아. 노들한테 좀 실망했어. 속상하기도 하고. 내 눈엔 학생들이 억지로 자는 게 보이는데 쌤들은 안 보이나? 보이는데 일부로 눈 감고 못 보는 척? 에이 말을 말자. 같이 술을 더 먹고 싶어서 2차에 갔는데 같이 먹고는 있는데 혼자 마시는 기분은 뭘까 싶네. 끼리끼리 노네. 결국엔 나도 술 더 마시고 싶었는데 그냥 누워있다가 자버림..... 등이 배겨서 누워서 못 자고 엎드려 잤어. 자다 깨다 그랬는데 술기운 땜에 잤긴 잤다. 담날 아침..... 사람들 중얼중얼거리는 소리에 난 잠 깼다(사람들이 잠도 없나?). 씻고 밥 먹고 물속에 들어갈까 했는데 단체사진 찍고 출발한다고 하길래 놀지 못하고 짐 싸고 다시 차타고 출발. 차안에서 너도나도 활보들도 쌤들까지 잠 부족으로 인해 하나같이 쿨쿨....... 안 자는 사람은 폰을 만지작 만지작거리고 차 안에 티비 봤겠지 뭐. 어느새 노들로 왔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스타렉스 차가 안 왔네. 다른 사람들은 휠체어 차가 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는데 난 모꼬지 출발 때 내 전동휠체어 노들 놓고 가서 먼저 집에 간다고 빠져나왔지. 다들 그날 집에 잘 갔을 거라고 믿고, 전쟁 같은 일들이 나중엔 추억처럼 될 거야.


여행 전쟁은 다 끝났지만 노들 전쟁은 아직 안 끝났어. 지금부터 시작이지.........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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