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2024년 파리 패럴림픽 특사단
“누구도 뒤에 남겨지지 않는 세상”을 위한 노르웨이의 장애인 교육
- 유럽 3개국 장애인 평생교육 탐방기
조희은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활동가. 노들장애인야학 교사. 2024 파리 패럴림픽 특사단원
- ‘통합교육’을 지향하는 노르웨이·독일·프랑스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는 파리 패럴림픽 특사단 활동을 통해 오세훈 서울시장과 윤석열 대통령의 장애인권리 약탈을 국제사회에 알리는 한편, 유럽 3개국의 장애인평생교육 현황에 대해 알아보고자 했다.
어떠한 법을 근거로, 어떻게 장애인평생교육이 당사자들에게 제공되는지 사전 조사를 진행하면서 각국의 교육에 대한 기본적인 기조를 파악할 수 있었다. 유엔장애인권리협약과 각국의 교육법, 사회법 등에 근거하여 분리교육을 지양하고 통합교육을 지향하며, 장애인들의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제도적 노력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특히 노르웨이 특수학교 내 학대 사건이 지속되면서 한국에서 특수교육진흥법이 만들어졌던 1970년대에 노르웨이는 특수교육법을 폐지하고(1975년) 특수학교도 점점 폐쇄 해가는 조치를 시행해 나갔다고 한다.
노르웨이, 독일, 프랑스의 성인기 장애인평생교육에 대해 조사를 하려고 했으나, 통합교육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고, 성인기 평생교육은 주로 직업교육, 직업훈련의 형태로 이야기됐다. 유럽에서의 평생교육·계속교육은 학교를 졸업한 후 일을 하기 위해 필요한 추가적인 교육이자 노동자의 권리로서 보장되는 직업(훈련)교육에 더 가까웠다. 장애인의 경우에는 보호작업장과 같은 특수노동시장에서 일반노동시장으로의 전환을 위한 교육으로써 평생교육이 이야기되고 있었다. 장애인야학이라는 공간을 통해서 운영되고 있는 한국의 장애인평생교육과는 많이 다르겠다는 예감을 하면서 단체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 전장야협, 노르웨이 특수학교 ‘다이아몬드 학교’에 가다
특사단이 교육 의제로 만났던 단체들 중 정책적으로 시사점을 주었던 곳은 8월 20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만난 STATPED(스탓페드)와 Diamanten skole(다이아몬드 학교)였다. 스탓페드는 한국의 국립특수교육원과 같은 교육부 산하 특수교육·통합교육을 위한 정부기관이다.
노르웨이는 통합교육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며 특수교육도 국가가 책임진다. 스탓페드는 전국의 학교들을 돌아다니면서 통합교육에 대한 조언과 지원을 하고, 관련 정책 개발 등을 진행한다.
다이아몬드 학교는 시청각 중복장애를 가진 학생들을 위한 공립 특수학교이다. 다이아몬드 학교에서는 스탓페드와 협업하여 장애학생과 관계 맺고 소통하는 방법들, 일상들을 모델화하여 통합학교들에게 알리고 있다. 현재 통합학교에서 교육지원을 받기 어려운 10명의 중증 시청각 중복장애학생에게 개별화 교육을 진행하고 있고, 초, 중, 고등교육까지 15년 동안 지원하고 있다고 한다. 10명의 장애 학생, 24명의 교사와 전문 지원인력이 학교를 구성하고 있다.
노르웨이 오슬로에 있는 Diamanten skole(다이아몬드 학교)의 전경. 사진: 비마이너
- 생애 주기를 고려한 장애 학생 맞춤형 교육 실시
특사단은 다이아몬드 학교에서 스탓페드의 Kristina Medin(크리스티나 메딘), 다이아몬드 학교의 교장선생님인 Høgmo(회그모), Hege Kristine(헤게 크리스틴)을 만났다. 서로의 활동을 소개하는 시간을 갖고, 교장선생님과 함께 학교를 둘러보았다.
다이아몬드 학교의 교장선생님인 Høgmo(회그모)가 파리 패럴림픽 특사단에게 다이아몬드 학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비마이너
다이아몬드 학교에서는 사회적 상호작용과 의사소통, 정보습득, 몸 움직임 등 중증장애학생이 겪는 어려움들을 중심으로 커리큘럼이 구성된다. 또한, 장애인 한 사람의 인생의 관점에서 생애주기별 필요한 것들과 needs(욕구)를 부모, 형제자매, 당사자와 논의하여 계속 확인하고, 성인이 되어 자립해 살아갈 때 필요한 다양한 기술 등을 가르치고 지원하고 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학교를 둘러보면서 시청각 중복장애 학생 교육 방식과 교육 공간의 조성을 파악할 수 있었다. 등교를 위해 이동수단에서 하차하는 순간부터 이동에 관한 교육이 시작된다. 건물 내로 들어오는 법, 각자의 교육장소를 찾아가는 방법, 친구의 교실을 찾아가는 방법 등에 있어서 만져서 파악할 수 있는 표지를 약속된 공간에 배치해 뒀다. 시청각 중복장애의 학생들의 언어는 촉각이기 때문에 만지는 교실 표지, 만지는 시간표 등이 학교 곳곳에 배치돼 있었다.
다이아몬드 학교의 강당. 다양한 놀이 및 체육 기구들이 놓여 있다. 사진: 비마이너
교장선생님의 설명을 통해 다이아몬드 학교에서는 교육을 기획할 때 장애 학생의 컨디션(상태), 성인기 삶에 필요한 기술, 지역적 특색 등을 고려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교육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환경 배치가 적극적으로 되어 있었다.
세탁과 건조를 연습해 볼 수 있는 세탁실, 화장실 이용에 관한 에티켓(예절)과 개인적인 공간에 대한 인식들, 성폭력 예방을 위한 교육들, 문화예술 작업을 위한 공간, 체육 공간, 긴장 완화를 위한 공간 등 공간이 목적에 따라 세분화되어 있었다. 이를테면 의사소통을 위한 훈련이 필요할 때에도 신체 움직임과 지역의 환경적 특성, 재미있는 요소를 고려한 아이템인 클라이밍을 통해 자연스럽게 교사와 학생이 함께 의사소통 및 목표 달성의 과정 등을 겪을 수 있도록 고안돼 있었다.
다이아몬드 학교에 있는 세탁실. 학생들이 세탁과 건조를 직접 연습해 볼 수 있도록 한다. 사진: 비마이너
다이아몬드 학교에 설치돼 있는 클라이밍 벽. 사진: 비마이너
학교 관계자들은 부모, 형제자매 등 장애학생의 주변인과 협업하는데, 한 사람의 인생 타임라인에 따라(시간의 순서에 따라) 필요한 것들을 함께 계획하고 있었다. 건강 관리부터 학교에 입학했을 때, 성인이 되었을 때 무엇이 필요한지, 장애인에게 어떤 권리가 있는지를 장애 당사자의 needs(욕구)를 바탕으로 다 같이 확인하면서 진행하고 있었다.
- 학생 수보다 많은 교사 배치·커다란 공간·다양한 시설에 모두가 놀랐다
특사단이 모두 놀랐던 지점은, 이 큰 학교를 학생 10명이 사용한다는 것, 학생보다 교사가 2~3배 가까이 많다는 것이었다. 한국의 경우, 장애학생 4~7명당 1명의 교사가 배치되고, 교육부가 제시한 ‘학교형태의 장애인평생교육 지원 가이드라인’에서도 2.5명~7명당 1명의 교사를 배치하도록 운영형태를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조차도 지켜지지 않는다.
1대 다(多) 지원으로 공간과 인력이 충분하면 중증장애인도 학교에 다니고 사회와 소통하는 법, 자립하는 법, 나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고민해 나갈 수 있다. 장애인의 생애주기에 맞게 일상과 삶을 함께 설계해 나가는 사람들이 안정적으로 필요하다. 이는 학령기 통합교육, 성인기 평생교육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적 차원으로 장애인 통합교육과 평생교육에 충분한 인건비와 공간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다이아몬드 학교에 있는 독립적인 학습 공간. 사진: 비마이너
- 그렇다면 유럽의 ‘성인 장애인’들은 어떤 교육을?
유럽의 3개 국가를 다니면서 궁금증이 생기기 시작했다. 특수학교를 없애고, 통합교육을 지향하고 있지만, 장애인들의 생애주기에서 성인기 지원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통합교육 이후 장애성인들이 어디서 무엇을 하며 살아가고 있나? 무연고, 탈시설 장애인들은 어디에 있을까?
유럽은 한국과 다르게 기본적으로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교육을 받지 못하거나 학교를 가지 못하는 일들은 없는 것 같았다. 하지만 우리가 만나는 장애인야학의 학생들처럼 연고가 없거나, 시설에서 살고 있거나 혹은 탈시설을 한 장애성인들이 지역사회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답을 찾기 어려웠다. 학령기에는 학교라는 공간을 통해 통합교육을 포함한 지원이 보장되고 있는데, 도대체 졸업을 하고 성인이 된 장애인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의문이 생겼다.
한국에서는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학교에 가지 못하고, 집 안과 장애인 거주시설에 오랫동안 지내다가 탈시설하여 지역사회에서 장애인야학을 만나는 장애인 당사자가 많다. 장애인야학은 장애인들만 모여있는 곳이기 때문에, 역사적 배경 없이는 분리교육처럼 인식될 수 있다.
국가가 외면한 장애인의 삶을 한국에서는 장애인야학, 장애인자립생활센터와 같은 공간을 통해 탈시설 중증장애인의 지역사회 통합을 시도해 왔다. 2주 동안 유럽의 상황을 모두 파악할 수는 없었지만, 장애성인들이 거주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 어떤 활동들이 제안되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 충분한 지원인력과 공간, 생애주기별 맞춤형 교육이 필요하다
세 나라의 장애인 단체들을 만나면서 한국의 장애인야학 운동을 포함한 장애인권리투쟁들이 장애인이 감옥 같은 거주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함께 이동하고, 교육받고, 노동하며 살아가기 위해 활동가들이 치열하게 고민하고 투쟁하며 만들어낸 시도들이었음을 새삼 깨달았다.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해 매일매일 곳곳에서 진행되는 장애인권리투쟁의 의미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파리 패럴림픽 특사단을 통해 우리는 장애인야학이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장애인평생교육과 권리중심공공일자리를 탈시설·중증장애성인의 지역사회 자립 모델로서 유럽에 제안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항을 배우는 장애인야학이라는 공간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그곳에서 당사자들이 장애인운동의 주체가 되어 어떻게 활동하고 있는지, 또 장애인야학이 장애성인 당사자들에게 지역사회 네트워크로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더욱더 알려내고 싶다.
스탓페드와 다이아몬드 학교의 사례를 통해서는 장애인의 교육권 보장을 위해 충분한 지원인력과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 생애주기별 맞춤형 교육의 필요성을 정부에 제시해야 할 것이다. 다음에는 각자의 공간에서 다양하게 자신의 삶을 영위하며 살아가고 있는 장애인 당사자들을 더 많이 만날 수 있기를 바라며 STOP 오세훈(오세훈은 장애인권리 약탈을 멈춰라), New Citizenship(장애인도 시민으로 이동하는 시대로), Against Ableism(비장애중심주의 철폐)!
다이아몬드 학교 관계자와 파리 패럴림픽 특사단이 다이아몬드 학교 앞에서 찍은 기념사진. 사진: 비마이너
*이 글은 <비마이너>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