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 5.18 광주 역사 기행
기행 참여 김홍기, 박유리, 박찬욱, 이수경, 조상지, 허종양
인터뷰 참여 김홍기, 박유리, 박찬욱, 이수경, 조상지, 이하늘
인터뷰 진행, 정리 박유리
광주민주화운동으로부터 44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장애인 민주주의를 외치고 있는 노들야학 학생들이 광주에 다녀왔어요. 다녀오는 김에 학생 몇 명, 활동지원사 몇 명, 교사 몇 명은 광주에 남아서 여행도 하고, 역사 공부도 하고 돌아왔어요. 역시 장애인이 가는 여행은 시작부터 이동권 투쟁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곤란한 상황도 많았지만, 그래도 부당한 상황을 맞이할 때마다 장애인이 계속 돌아다녀야 세상이 바뀔 거라는 생각을 계속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글로 남기기에는 다들 기억이 잘 안난다고 해서, 부지런한 홍기 형만 글을 썼어요. 다른 사람들은 같이 대화나누며 여행을 다시 기억했어요. 계속 기억해야, 잊지 않아야 다시 반복되지 않을 참사들. 우리는 계속 마주하자고 다짐하면서 마쳤어요. 아래 대화 내용이 있으니 같이 이야기 나눠요.
1. 처음에 상지님이 광주에 같이 가자고 제안했던 것 같아요. 그쵸?
홍기 : 아니야. 먼저 했어. 광주.
수경 : 아 상지가 제안하기 전에 학교에다가 광주 간다고 먼저 말했었어?
홍기 : 어. 맞어.
유리 : 아하 광주는 왜 가고 싶었어요?
홍기 : 5.18. 이거 (투쟁하는 모션). 지하철.
수경 : 아 지하철 행동 참여하려고?
홍기 : 맞어.
유리 : 상지님은 왜 5.18 같이 가자고 했어요?
상지 : 학교를 다녀본 적이 없기 때문에 5.18이나 4.19에 대한 역사를 잘 몰랐는데, 현장을 가보고 싶어서 작년에도 갔었어요. 올해도 다시 가보고 싶다고 해서 가게 됐어요. 휠체어로 전라도까지 가기는 쉽지 않으니까 간 김에 주변을 더 여행해보고 싶다는 계획에 홍기오빠한테 제안하게 된거죠. 홍기오빠도 여행 많이 다니니까.
유리 : 홍기형 여행 가는 것도 좋았어요?
홍기 : 네. (책상에 손가락으로 글씨를 쓰며) 역사.
수경 : 거짓말 하지마. 조상지가 가자고 하니까 그런거 아니야.
홍기 : 아니야. 3번 갔어. 두 번 빨리 왔어.
수경 : 아 두 번은 갔는데 집회 끝나면 빨리 왔고, 이번에는 상지가 제안을 해줘서 더 있게 된 거였다고?
홍기 : 어. 맞어.
수경 : 솔직히 찬욱, 유리쌤이 있어서 더 그랬지.
홍기 : 아니야. 셋.
유리 : 셋?
수경 : 아 선생님 세명. 그때 영희 쌤도 같이 남았으니까. 일이 있어서 먼저 가긴 했지만.
홍기 : 어. 어. 정말. 감동.
2. 우리가 출발할 때 야학에서 기차표 예매해줘서 같이 갔잖아요. 근데 홍기형도 늦고 박찬욱도 늦고 두 사람 너무 느긋하게 왔었잖아요. 상지님이랑 수경쌤이랑 저는 다음 기차였는데도 먼저 도착해서 안절부절하면서 기다렸어요. 기차 출발 3분 전인데 안나타나고. 도대체 두 사람은 어떻게 그렇게 느긋할 수 있었어요?
홍기 : 콜. 차 많어. 너무 많어.
수경 : 콜 불렀는데 대기자가 너무 많았어?
홍기 : 아니야. 길. 차 많어.
유리 : 아 아침이니까 출근시간이랑 겹쳐서?
홍기 : 어 맞어. 안돼 안돼. 빨리 갔는데. (빨리 출발했는데)
수경 : 아 그래서 다시 돌아가서 지하철타고 다시 돌아왔었지?
홍기 : 어. 맞어. 엘리베이터. 사람 많어.
유리 : 엘리베이터에도 사람 많았어? 역에 도착해서?
홍기 : 어. 2. 2. 시간.
유리 : 2시간?
수경 : 2분 남았었어?
홍기 : 어.
유리 : 아 용산역에 도착했는데?
홍기 : 어. 마음 바뻐. 마음 바뻐. 빨리 가고 싶어.
유리 : 빨리 가고 싶었는데?
홍기 : 어. 어. 기차 빨리 갔어.
유리 : 기차가 빨리 간 게 아니야. 홍기형이 늦은 거야.
홍기 : 맞어.
수경 : 승강장 내려가는 엘리베이터도 다른 거 탔잖아.
홍기 : 아이고.
유리 : 마음이 바빴구나. 그 허종양 아저씨가 홍기형이랑 달려오는데 얼굴에 핏기가 없더라고.
홍기 : 아이고오
수경 : 그래서 확인도 안하고 엘리베이터 탄거지. 우리는 얼마나 웃겼는지 알아? ‘저거 맞아?’ 했는데 또 다시 올라오고.
유리 : 그때 허종양 아저씨는 엘리베이터 잘못 내려간게 아니라 역무원이 안내해줘서 내려간거라고 하더라고요.
유리 : 그때 찬욱쌤도 늦었잖아요.
찬욱 : 취조 당하는 것 같아요.
홍기 : 어 맞어.
찬욱 : 왜 그렇게 느긋했냐구요? 아니 조금 늦더라도 기차를 잡을 수 있을 것 같았고. 처음엔 내가 시간안에 도착할 거라고 생각했고. 근데 그 다음에 홍기형도 늦었다고 해서 느긋해진거지. 나는 딱 내렸는데, 플랫폼이 먼 곳에서 나왔더라고.
유리 : 다들 조금만 일찍 움직였으면 그런 상황은 없었겠네?
찬욱 : 지금 3개월이 지났는데 혼나고 있는거야?
홍기 : 맞어. 아이고.
유리 : 아니 혼나는 건 아니고.
수경 : 아니야~ 지나고 보니 재밌네 하는거지. 다시 얘기하니 재밌어.
3. 그래서 결국 기차를 못탔죠. 홍기형, 허종양 아저씨, 찬욱쌤. 취소하고 다시 예매하는 과정도 쉽지 않았잖아요.
찬욱 : 아우 그 진짜. 다사다난했죠.
홍기 : 맞어.
찬욱 : 기차표가 진짜 없었고. 일단은 없고. 전동휠체어 석이 없고. 또, 그날 광주 가는 사람이 많더라고. 하여튼 되게 되게 긴박했어요. 그나마 예매할 수 있는 기차표를 찾았는데 그걸 하려고 하니까 기차표가 다 묶여 있었던거야. 야학에서 한번에 결제를 했었으니까. 근데 또 우리 걸 취소하려면 이미 출발한 사람들 거까지 다 취소해야 된대. 근데 우리가 취소하면 이미 타고 가는 사람들은 부정승차로 내려야 된대.
홍기 : 맞어. 아이고.
찬욱 : 근데 결국에는 전체 취소를 했어. 그리고 이미 타 있는 사람들거는 그 사람들이 가고 있는 역부터 다시 예매를 하고. 그 덕에 영희는 특석타고 갔어요. 자리가 바뀌어서. 그리고 우리 것만 덜렁 남았지. 우리 거를 예매 하는데, 우리 거가 예매될 줄 알았더니 수동휠체어석이야. 전동휠체어가 수동휠체어석도 탈 수 있는 거 아니냐고 하니까 조막만한 좌석이야. 전동휠체어가 들어갈 수가 없대. 그러고 또 다음 시간대를 봤는데, 역무원이 휠체어석만 예약하고 중증장애인할인은 적용안해서 이상하고. 한 10번은 계속 바꾼듯한 느낌이었어요. 결국 예매를 했죠. 그리고 점심 먹으러 가서 허종양 아저씨가 아침에 홍기형이 오는 내내 “아이고”, “말 안돼”, 어떻게 잔소리를 했는지 리플레이 해줬어. 오는 내내 장콜 아저씨한테 “여기 아니야”, “어떡해”, “말 안돼” 하면서 큰일났다고 종종종 거렸다면서 아저씨도 길이 왜 그렇게 막혔을까부터 길을 다른 데로 갔으면 더 빨리 왔을텐데 막 이야기 해줬어요.
홍기 : 아이고
찬욱 : 나만 재밌었어요. 홍기 형은 밥 먹는 동안에도 짜증나있어서 “아이고”, “아이고” 하고.
홍기 : 빨리 가. 광주.
수경 : 광주 빨리 가고 싶었어?
홍기 : (투쟁하는 팔짓) 이거 이거.
수경 : 집회 늦을까봐?
홍기 : 어 맞어.
찬욱 : 근데 홍기형이 서울에서 버스로 출발하기로 한 박지호가 버스 고장나서 못온다는 소식을 듣고 깔깔깔깔 웃으면서 놀리겠다고 전화를 했어. 박지호한테. 어디 있는지 다 알면서 모르는 척 물어보고.
홍기 : (박지호가) 전화했어.
찬욱 : 형이 놀릴려고 전화했어. 맞아. 그래서 내가 왜냐고 물어보면서 형이 놀릴려고 전화하냐고 우와하고 그랬지.
4. 알겠어요. 그러면 끝내 3시간이 지난 다음 기차를 타고 오셨잖아요. 우리가 마중도 가고. 그러고 나서 바로 지하철 투쟁을 했어요. 광주에서 지하철 타니까 너무 좋다는 이야기를 우리가 많이 했었는데. 다들 뭐가 좋았어요.
찬욱 : 지하철 타러 가는데 그게 처음에 달랐지. 역무원들이 귀빈 대접을 막 해주고. 여기저기 배치돼서 두 손으로 모셔주고.
홍기 : 서울 아니야. 열 받어.
찬욱 : 서울은 안그러니까 열받아요.
홍기 : 어. 맞어. 서울 열.
찬욱 : 그리고 개찰구도 공손히 찍어서 지나가라고 해주고. 저 멀리서부터 엘리베이터 잡아주고. 아주 대접받았어요.
유리 : 상지님은 어떠셨어요?
상지 : 광주구나 했어요. 역시 광주구나.
찬욱 : 지하철 안에서 선전물 나눠줬는데, 그것도 잘 받아주고. 선전물 가져갔는데, 다 나눠준 적 처음이었어요.
상지 : 시민들이 고마웠어요.
찬욱 : 이렇게 지하철 투쟁하면서 시민들이 악의없이 우리를 보는 시선이 되게 묘했어요.
유리 : 그리고 우리 지하철 투쟁 끝나고 나가서 행진할 때도 좋았잖아요.
찬욱 : 행진할 때 김홍기 실종되고. 혼자 엘리베이터 타겠다고 쌩 가서.
수경 : 맞다. 기억난다.
유리 : 그때 우리 루트가 어떤 대오는 먼저 어떤 역에 가서 기다리는 거였고, 노들야학 대오는 어떤 역에 내려서 행진해가지고 기다리는 사람들한테 가는 루트였어.
찬욱 : 지상에서 움직여서 가는 팀. 근데 홍기 형은 그 기다리는 사람들이랑 같이 내렸어.
홍기 : 맞어. 빨리 갔어.
유리 : 홍기형 그때 행진하기 싫어서 그 사람들이랑 같이 간거야?
홍기 : 아니야. 몰랐어.
유리 : 알았어. 그 오해는 풀고 가야지.
찬욱 : 행진할 때도 우리 행진신고 안냈는데, 막 길터주고.
수경 : 5.18 본 대오가 미리 신고를 해놔서 그런게 아니구요?
찬욱 : 네네. 그래서 우리 신고 안되있는데, 가는 길마다 길 열어주네 하고.
수경 : 역시 광주네.
유리 : 그렇게 행진도 하고. 본 대오 기다리니까 우리 마칠 시간이어서 바로 밥 먹고 본 행사 보려고 했는데, 밥 먹으니까 다 끝나있었죠.
5.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서 우리 연극도 보고 미술관도 갔었잖아. 연극은 어땠어? 상지님이 같이 연극보자고 전화하니까 약간 떨떠름해 했잖아. 근데 홍기형, 연극 보면서 너무 신나하고 너무 재밌었다고 하고.
찬욱 : 안떨떠름했는데.
홍기 : 아니야.
찬욱 : 떨떠름했어요, 형? 아, 형이 좀 살짝 삐져 있었지.
홍기 : 어.
찬욱 : 맞아. 맞아. 좀 삐져 있었어. 야학에서 광주집회 참여 조사할 때 홍기형이 우리랑 상의 없이 왕복티켓 끊었다고 해서 우리가 “우리 버렸냐”면서 “서울 먼저 가”라고 그래서 삐졌다.
홍기 : 어 맞어.
유리 : 아. 그래서 그랬던 거구나. 알겠어요. 연극 보자고 하니까 어땠어요.
상지 : 솔직히 이야기해야 돼.
찬욱 : 보자고 하는 거는 왜 좋았어요, 형?
홍기 : 옛날에. 진실. 진실.
유리 : 5.18 진실을 알고 싶었어요?
홍기 : 어. 어.
유리 : 숨겨져 있던 진실? 그때 광주가 고립되어 있었으니까?
홍기 : 어. 어.
수경 : 거짓말이야. 내용 몰랐잖아.
찬욱 : 형 그때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내가 “5.18 관련한 연극 보러 가자는데 갈래요?”라고 했잖아.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고 그냥 가자고 했잖아. 나도 뭔지도 모르고 간다고 했는데.
홍기 : 하하(웃음)
찬욱 : 보고 나니까 좋았다는 거예요?
홍기 : 어. 맞어.
수경 : 그때 우리도 솔직히 잘 모르고 봤잖아. 그치?
상지 : 어(웃음)
찬욱 : 어쨌거나 광주 왔는데, 5.18 관련해서 뭐 한다니까 좋았던거지 뭐.
홍기 : 어. 맞어.
유리 : 속을뻔 했네.(웃음) 근데 사실 연극 너무 좋았는데, 우리 연극 보는 내내 휠체어 이용인에 대한 배려가 너무 없었잖아요. 휠체어 석도 따로 없이 맨 끝에 배치하고, 사람들이 일어나서 참여형으로 하는 건데. 휠체어는 위험하니까 오지 말라고 하고. 사람들 일어나면 우리는 보이지도 않고. 그래서 조금 서럽긴 했네. 그래도 홍기형이 당당하게 휠체어 운전해서 앞으로 나갔잖아.
홍기 : 어.
유리 : 그래서 직원들도 말리다가 결국 포기하고.
찬욱 : 눈치 살살 보다가 한걸음 한걸음 갔지.
홍기 : 어. 어. 맞어.
찬욱 : 기막혀. 거기 있는 사람 중에 형이 데모 제일 많이 했을 건데, 그때 광주에서 데모했던 것처럼 사람들 나가서 참여하는데 형보고 위험하다고 하고.
상지 : 내용 좋았어요. 시민군들이 했던 것도. 마지막에 도청 진압 이후에 끝났었죠?
유리 : 진압되고, 희생된 시민들 한 분 한 분이 자신의 가족에게 하는 말을 하고 다 같이 나가서 꽃들고 행진하면서 공연장 밖을 나갔었죠.
상지 : 그 한 명씩 한 명씩 유가족에게 하는 말들이 와닿았어요. 그리고 처음에 사람들 다 무대로 나가는데 우리는 나오지 말라고 해서 우리 나갔다가 들어왔다가 했던 거 열받아서 그냥 돌진하고 싶었어요.
수경 : 근데 맨 마지막에는 우리 갈 수 있게.
찬욱 : 맞아요. 열었어요. 거기 있는 사람들이 배웠어요. 안 위험하다는 것을.
수경 : 맞어. 그래서 ‘그래, 이러니까 우리가 많이 돌아다녀야 돼’ 이런 이야기를 상지랑 둘이서 했었어요.
6. 그리고 우리 총알 자국도 직접 봤잖아요.
홍기 : (기둥을 가르키며) 이거. 이거.
유리 : 맞아요. 기둥에 총알 자국이 있었죠.
홍기 : 어. 어. 맞어. 둘, 넷, 다섯.
수경 : 4개? 아, 그 건물 이름 이야기 하는거야?
찬욱 : 2, 4?
홍기 : 8.
유리 : 248이었나?
찬욱 : 248 너무 구구단 느낌인데.
하늘 : 전일빌딩 254라고 홍기형이 글에 써놨는데요?
찬욱 : 245인데요?
하늘 : (웃음) 아 그럼 여기 잘못 쓰셨네요. (홍기를 바라보며) 245래요.
유리 : 총탄을 보니까 실감이.
홍기 : (얼굴을 한껏 꾸기며) 마음 아파. 말 안돼. 말 안돼.
유리 : 맞아요. 시민을 향한 폭격이 확증된 거니까.
상지 : 맞아요.
홍기 : 맞아. 맞아.
유리 : 그리고 우리 끝나고 점심 먹었던 곳도 좋았어요.
찬욱 : 뷔페?
상지 : 거기가 작년에 제가 광주에 갔을 때, 지나가던 광주 시민분께 여쭤봐서 알게 된 곳이에요. 근데 가보니까 접근성도 좋고, 맛도 좋았어요.
유리 : 가격도 싸고. 1인 당 7천원이었나? 되게 쌌어.
수경 : 쌈도 많고.
찬욱 : 근데 광주는 건물들이 다 접근성이 좋았어.
유리 : 맞아. 그 시내는.
7. 근데 원래 우리가 광주에서 하루 보내고 여수 밤바다 보면서 술 먹으려고 했는데, 못갔잖아요.
수경 : 포장마차 가려고 했는데.
찬욱 : 그래서 나는 점심 먹을 때 또 표 바꾼 기억밖에 없었구나.
유리 : 숙박비도 날리고.
찬욱 : 맞어. 맞어. 맞어.
수경 : 나만 허종양 아저씨한테 욕 뒤지게 먹고. 아니 광주에 가기 전에 전화로 문의를 했는데, 광주 시외로 나가는 장콜은 당일 접수가 가능하다고 답변을 받았어요.
홍기 : 아저씨. 아저씨! 하루
찬욱 : 하루 전에?
수경 : 내가 이야기 할게. 허종양 선생님이 그 전에 계속 진짜 갈 수 있는 거 맞냐고 물어봤어. 그래서 갈 수 있다고 그랬어.
홍기 : (수경쌤을 향해 손가락질 하며) 아이구. 아유! 아유!
유리 : 근데 내가 옆에서 들었는데, 진짜 된다고 했었어. 그래도 걱정되는 사람이 있었으면, 혹시나 하고 한번 다시 전화를 해봤으면 좋았을텐데, 우리가 그걸 못한거지.
홍기 : 어 맞어. 답답해.
수경 : 그러나, 여수는 언제든지 갈 수 있지만, 5.18 열사묘역은 아무 때나 못가잖아. 그 다음 날 우리 얼마나 좋았어.
찬욱 : 그래, 우리.
수경 : 내 덕분이야 그게.
홍기 : (책상에 손가락으로 글씨를 쓰며) 운명. 그때.
찬욱 : 운명이었다고 그때? 여수를 못간게? (웃음) 갑자기 이렇게 손가락질을 하면서 욕을 하다가. 막.
유리 : 알겠어. 그리고 우리 계획이 틀어지니까 숙소도 급하게 잡아가지고. 숙소도 힘들었잖아.
홍기 : 맞아. 밧데리.
유리 : 맞아. 휠체어 충전도 못하게 하고.
찬욱 : 맞어. 휴대폰 충전기보다 안전한건데.
유리 : 그래서 찬욱이랑 나랑 밤에 싸웠잖아. 근데 또 홍기 형은 아침밥 먹어야 되니까 우리가 많이는 안 싸우고 잘 대화했어.
5.18 열사묘역에서 김경철 열사 묘역 참배
8. 마지막 날은 우리 5.18 열사묘역에 가서 첫 희생자가 장애인이었다는 것도 알게 되고, 묵념도 했지. 그 입구 앞에서 주먹밥 나눔도 하고.
찬욱 : 맞아. 맞아. 주먹밥 진짜 맛있었어.
홍기 : 맞아. 맞아.
유리 : 근데 그 스님이 차별적인 발언 진짜 많이 했어.
수경 : 옆에 있는 사람들이 더 고생이라면서.
유리 : 맞아. 근데 우리 아니라고 하면서 시혜와 동정으로 주먹밥 한 개씩 더 먹었잖아. (웃음) 그리고 우리 누구 누구 참배했었지?
상지 : 그때 찬욱쌤이 설명해준거 좋았어요. 한번 더 설명해주세요.
찬욱 : 아, 그분은 故김경철 열사. 청각장애인이셨는데 그 분이 첫 희생자셨죠. 청각장애인이었는데 자기는 장애인이라고 막 설명하는 걸 군인들이 때려서 돌아가셨다고 했어요.
유리 : 상지님이랑 수경쌤은 ‘임을 위한 행진곡’의 주인공인 故윤상원 열사의 묘도 방문하셨잖아요. 그리고 같이 박물관 들어가서 같이 보고. 확실히 묘역을 갔을 때 압도되는 느낌이 있는 것 같아요.
홍기 : 너무 많아.
유리 : 희생자가 너무 많아?
홍기 : 맞아. 열 받아. 전,두 뭐야.
수경 : 전두환.
홍기 : 나빠. 다음에. 없어.
수경 : 이런 일이 다음에 없어야 한다고.
홍기 : 맞어. 8,0
찬욱 : 80년
홍기 : (책상에 손가락으로 글씨를 쓰며) 군인. 쐈어.
유리 : 군인이 시민을 쏜 거?
홍기 : 어. 다시는 안돼. 마음 아파.
상지 : 두 번을 갔는데, 갈 때마다, 5.18에 대해 알면 알수록 마음이 아파요. 광주 시민들이 정말 힘들었겠다 싶고. 그 날을 잊지 않아야 해요.
유리 : 그렇죠. 우리가 그 날을 잊지 않아야 다시 반복되지 않을 수 있죠.
9. 그치만, 우리는 돌아올 때까지도 이동 투쟁이었죠. 그때 유리, 찬욱은 기차표 예매를 못해서 상지, 홍기가 더 빨리 도착할 줄 알았는데, 우리가 먼저 도착하고.
홍기 ; 콜. 빨리 안와.
수경 : 일요일날 우리가 있는 지역에 콜 전체 대수가 3대 밖에 안됐어. 광주시에. 교회가는 사람들 빼고는 이동하는 사람이 없어서 그렇다고 했었어. 장콜 기사님이. 근데 우리가 부른 시간에 다른 곳에서 모여 단체 식사를 한 사람들이 있었던 거야. 그 사람들이 다 불러서 우리 콜을 아무도 안 잡았어. 근데 우리 기사님은 우리가 있는 지역보다 1시간 멀리 있었는데도 ‘왜 계속 사람들이 콜을 안 잡아주지’ 하고, 잡아준거라고 했어. 그래서 기사님한테 “너무 고맙다”고, “안 잡아 줬으면 집 못갔다”고 했어. 광주시 지역도 넓은데 콜 대수가 너무 적었어.
홍기 : 어. 맞어. 12시.
수경 : 12시에 도착했다고?
홍기 : 어. 어.
10. 예상치 못한 일들이 빵빵 터져서 쉽지 않았지만, 마지막으로 한 마디 하고 마쳐요.
상지 : 그래도 장애인이 계속 다녀야지 이동권도, 세상도 바뀔 것 같아요.
홍기 : 광주. 콜 없어. 딴 데. 하루 전에. 신청. 말 안돼.
찬욱 : 시외로 갈 때 하루 전에 신청해야 되는거 말 안된다고?
홍기 : 맞어. 연극. 감동.
유리 : 아 연극 감동이었어? 직접 광주에 있었던 것처럼 참여해서?
홍기 : 맞어.
찬욱 : 난 진짜 진짜 재밌었어요. 난 그 여운이 2주 정도 갔나봐요. 조상지, 김홍기랑 여행은 처음이었는데. 우리 갔을 때 여행 계도 드니, 여행을 주기적으로 가보자니.
유리 : 맞어. 근데 얼마 들거니, 돈이 있니 없니 하면서 또 싸우다가 흐지부지되고.
찬욱 : 맞어. 나의 빈곳만 들춰내고 이 사람들이. 어쨌든 진짜 재밌었어. 골 아픈 일도 많고. 같이 가서 싸우는 것도 재밌었고, 콜 기다리는 것도 재밌고, 기차표 때문에 머리가 아파도 재밌고, 숙소 예약 때문에 골이 아파도 재밌고. 그리고 형, 언니들이 나를 잘 봐줘서 좋았겠죠. 맛있는거 많이 사줘서 고마워요.
수경 : 맞아. 그때 너무 즐거워서 숙박비 날리는 것도 안 아까웠어.
찬욱 : 그런 건 또 처음이었어요. 같이 있으면 있는대로 즐거웠어요.
유리 : 근데 또 3일 되면 헤어지긴 해야지.
찬욱 : 그니까. 딱 그정도.
유리 : 다들 지긋지긋해지기 전에 헤어진거잖아.
찬욱 : 좋을 때 헤어졌어.
상지 : 선생님들하고 같이 여행한 게 처음이어서 매번마다 너무 좋았고, 선생님들이 일정 짜고 숙소 잡고 가이드 해줘서 힘들 것 같지만, 선생님들이 힘들지만 그래도 또 가고 싶어요.
유리 : 그래요. 언젠가. 또 날을 봐요. 그럼 모두 안녕.
광주 거리에서 기념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