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하고 운동하자 (Exercise to Movement)
저의 운동이 우리의 운동에 가 닿기를
김태헌
노들 체육교실 운동선생님
안녕하세요. 김태헌입니다.
현재 서울대학교 체육교육과 특수체육연구실에서 대학원 과정을 공부하고 있으며, 노들 체육교실에서 보조강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노들과의 인연은 홍산 선생님 만남을 계기로 시작되었습니다. 홍산 선생님과 만나 근황을 이야기하던 중 노들에서 진행하고 있는 뇌병변 장애여성 신체활동 프로그램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뇌졸중으로 인해 편마비를 갖고 있는 어머니와 정체성을 공유하는 그녀들에 대해 더 알고 싶었고, 함께 운동하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보조강사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3월 초까지만 해도 운동은 Exercise, Work out으로 신체적인 활동, 건강을 위한 의미였습니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하듯이, 특수체육교육과를 전공하고 특수체육연구실에서 공부하고 장애에 나름 관심이 있다는 사람이 당사자 운동에 나가본 적이 없었습니다. 당사자 운동에 나가는 것이야말로 장애인을 위한 장애인 인권을 위해 몸소 실천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마침, 운동 프로그램에 지원 오시고 같이 운동도 하셨던 소리님께서 3.26 전국장애인대회에 관련된 정보를 공유해주셨습니다. 장애 당사자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직접 보고 듣고 느끼고 싶어 행진부터 참여했습니다. 센터 선생님들, 운동 프로그램에 참여한 그녀들(뇌병변 장애여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저녁 먹고 집에 갈까?” 라는 막연한 계획을 세웠습니다. 옆에 계시던 소리님의 “잠도 자고 가시죠?” 라는 물음에 “…네!” 라고 답했습니다. 그래서 시청역 안에서 우리의 잠자리를 위해 맞서고 스피커도 들었습니다. 이렇게 다음날 아침까지 함께 했습니다. 일련의 경험들은 제 사전에 운동의 다른 의미를 담게 했습니다. 김태헌 사전에서 운동: 1. Exercise, 2. Movement..
3.26 운동 참여로 머리 속에, 마음 속에 담아둔 동지들의 얼굴이 있기에 4.20 운동을 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에게 있어 4.20 운동은 Die-in Performance로 시작해 Die-in Performance로 끝났습니다. 4.20 운동에 도착해 행진에 합류하자마자 Die-in Performance, 지하철 선전전 중에 Die-in Performance로 경찰에게 끌려나가 지하철 밖으로 퇴장했습니다.
투쟁하는 동지들과 같은 시공간을 공유하고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비장애중심적인 세상에 저항하며 행동하니 “나는 혼자가 아니다”, 즉 ‘우리’라는 감각을 느꼈습니다. 불공평한 세상으로 인해 막막함과 갑갑함을 느끼고 있었지만 투쟁에 함께하며 최전방에서 투쟁하는 선배들을 목격했습니다. 선배들이 닦아 놓은 길을 따라가면 언젠가 최전방에 서게 될 미래의 저를 상상해봅니다.
노들 운동 프로그램 시즌 1을 마치며 인터뷰를 했습니다. 참여하신 분들께서 프로그램에 대한 만족도는 물론이고 프로그램의 지속을 원했습니다. 저도 그녀들과 같은 마음이었습니다. 주어진 활동을 열심히 하는 그녀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와 밝음, 그리고 어머니와 같이 운동했던 기억이 생경해지기 때문입니다. 심적으로 지치고 매우 힘들었던 화요일 아침이 있었습니다. (오전 학교 수업 안 갔습니다 하하). “운동도 가지 말까….” 라는 마음이 들던 와중에 그녀들과 운동하고 나면 기분이 환기되었던 장면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습니다. 힘든 마음 꾹 누르고 운동했고, 덕분에 저를 갉아먹던 생각들이 잠시나마 지워지고 에너지 뿜뿜 충전해 귀갓길에 올랐습니다. 프로그램을 하며 또 알게 되었습니다. 함께하는 운동과 운동을 가르치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 저의 운동이 우리의 운동에 가 닿기를.
운동하고 운동하자 (Exercise to Movement) 김태헌입니다. 투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