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주요한 입니다
(통상적인 비장애인의 그림이 아니기에 저자에 대해 잘 모르시는 분은 한번 찾아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포르테에서 피아니시모로 음의 연주가 바뀌듯
이번엔 잔잔함 가득한 그림으로 말을 건넸다.
여느 달력이나 모니터 바탕화면에 어울릴 것 같은 풍경을 하나 그려온 그는
이번엔 몇 마디 설명으로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끝마쳤다.(우잉? 어쩌라구...)
가족과 함께 가고 싶은 곳이라고,
시끄럽지 않고 조용한 곳이라고,
바쁘게 움직이는 지금의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생각나는 곳이라고...
저 뒤의 산은 처음에 눈 덮인 산이라고 생각했으나 다시 얘기를 들어보니 가을 단풍처럼 예쁜 색깔들로 물들어 있는 산이랍니다. 가지런히 서있는 저 나무들도, 잔잔하게 펼쳐진 저 호수와 그 위에 떠있는 조각배도, 더 나아가 알록달록 예쁜 저 산도 한번 색을 입혀볼까 싶었는데 자꾸 원본을 훼손하는 것 같아 그냥 두었습니다. 그림의 색은 각자의 상상 속에 맡기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네요. |
그림에 담긴 생각은 얼마간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그의 곁에는 어떤 식으로든 많은 사람들이 있었겠죠.
하지만 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사람들만 많았다면...
그건 등장인물은 많지만 음은 소거된 영화를 보는 것과 같은 느낌이었을까요?
차라리 음이 소거된 자연 다큐를 보는 것이 훨씬 편할 수도 있겠다 싶네요.
평소에 사용하던 소통의 방식으론
자연과 소통할 수 없음을 쉽게 알게 됩니다.
평소에 사용하지 않던 방식의 소통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야
비로소 소통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은 하나의 아이러니입니다.
그렇기에 비장애인과 소통하기 어려웠던 저자는
반대로 자연과의 관계에서 덜 어색했을 것이고
더 나아가 편안함을 느꼈을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어찌 보면 소통이 충만한 곳일 것이기에.
거긴, 익숙하진 않지만
어찌 보면 알 수 없는 소통의 언어들이 난무하는 지금보다는 훨씬 친숙할 수 있을 것이기에.
거긴, 낯설지만 익숙한 곳이라
가족들이 함께 있는 것은 너무 자연스러울 것이기에.
민들레 홀씨 바람 불어 날려보고 싶다면서...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