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봄 137호 - 노들에 오르다 / 서한영교

by 루17 posted Feb 06,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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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들에 오르다

 노들야학 30주년 기념 책 『노들바람』 출간기념 북콘서트

 

 

 서한영교

노들장애인야학 교사

 

 

 

 

  안녕하세요. 노들야학 교사로 있는 서한영교입니다. 오늘 이 자리는 노들야학 개교 30주년을 기념하여 펴낸 책, 『노들바람』의 출간기념 북토크 자리입니다. <노들바람>은 노들야학의 소식지인데요. 1993년 개교부터 5년간 <부싯돌>이라는 이름으로 발간되다가 1998년부터는 <노들바람>이라는 이름으로 발간되고 있는 노들야학의 소식지로 지금까지 총 135호까지 발간되어 있습니다. 이 책 『노들바람』은 그간 소식지에 실린 글 2000여 편의 글 중에 73편의 글을 묶었습니다.

 

북콘서트1.jpeg

노들장애인야학 30주년 개교기념행사장에 전시한 부싯돌과 노들바람

 

 

  당신의 첫

 

  이 책에는 노들야학 학생, 교사, 활동가들이 지난 30년간 투쟁하고, 배우고. 노동하며 만나게 된 첫 번째 순간들이 무수하게 실려 있습니다. 태어나 처음으로 학교에 가고, 처음으로 자립생활을 시작하고, 처음으로 데모에 나가 벌벌 떨기도 하고, 처음으로 버스에 타고, 처음으로 간판을 읽고, 처음으로 자기 이름을 써보는 그 첫, 이야기들로 그득한데요. 

 

  수많은 첫 번째 사건들이 일어난 곳이라 그런지, 노들야학을 좋아한다, 아낀다, 같은 표현보다는 노들야학을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사랑할 수밖에 없다,고 단도직입하는 구절들이 참 많습니다. 책의 시작부터 노들야학을 향해 “난 아마도 평생 사랑할 수밖에 없을 거예요”라는 문장으로 책은 시작되기도 합니다. 

 

  또 다른 한편으로 마냥 ‘사랑’스러운 학교인 것만은 아닌데요. 노들바람 소식지를 2009년부터 편집해 온 15년 차 김유미 편집장의 말을 빌리자면 

 

 

  “노들은 여전히 저에게 정체불명의 덩어리입니다. 하나이면서 숱한 의미를 갖고, 다양한 형태로 이해되고 소유되고, 사랑받았다가 미움받았다가, 부드러운 듯 날카롭고, 깊고 깊은, 넓고 넓은, 복합적이고 다면적인, 그의 성격에 관해서도 계속계속 쓸 수 있을 것 같은..... 아마도 저는 이런 노들이 궁금해서 노들을 계속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좋다고만 하기엔 버거워 지긋지긋하다를 덧붙여보고, 예쁘다고만 하기엔 추한 것들도 참 많고, 재밌다고 하기엔 뒤통수치는 어려움들이 즐비하고, 여유로우면서도 가난할 수밖에 없는, 그리고 이런 식의 나열 역시 계속계속 할 수 있을 것 같은.... 신기한 노들. 행복이 무엇인가, 함께 사는 게 무엇인가, 사랑이 무엇인가, 이렇게 다시 묻게 만드는 노들이 고마워서 저는 노들을 계속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노들바람, 234~235쪽) 

 

 

  라고 합니다. 저는 이 글이 노들야학에 대해서 잘 알려주고 있는 단락인 것 같습니다. 정체를 알 수 없어서 끊임없이 궁금하게 만들고, 끊임없이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물음표와 느낌표를 끊임없이 만들어 내는, 알 수 없는 정체불명의 학교가 노들야학이 아닐까, 합니다. 30년을 이렇게 이어갈 수 있었던 힘은 불명, 즉 명확하지 않은, 다 알 수 없음에서 오는 것은 아닐까 합니다. 그, 이야기들이 이 책에는 가득 담겨있습니다. 다들 책 구입하셨죠?

 

 

  야학에 오르다

 

  책 <노들바람>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모셔볼까, 하는데요. 노들야학을 오랫동안 기억하고, 애정하는 분들의 말, 혹은 말씀을 초대해 볼까 하는데요. 오래전부터 노들야학 학생, 교사, 활동가들 사이에서 야학에 처음 왔을 때. ‘야학에 오르다’ 야학에 올랐다,라고 표현하곤 하는데요. 야학에 입학했다, 입사했다, 시작했다가 아니라 ‘오르다’라는 서술어가 흔히 쓰이는 말이기도 한데요. 이 말에는 야학에 타-오르다, 야학이 자꾸 떠-오르다, 야학 생각으로 차-오르다, 해방의지에 물-오르다, 분노에 달아-오르다, 같은 서술어와도 잘 어울리는 노들야학만의 서술어가 아닐까, 생각해 보는데요. 노들야학과 –오르다,의 관계를 맺고 있는 많은 분들에게도 선물할 수 있는 근사한 서술어가 아닐까, 합니다. 저마다 조금씩 다르게 야학에 오른 손님들을 소개해 볼까, 합니다. 누군가를 소개한다는 일이 이렇게 근사한 일일지 생각을 못해봤습니다.  

 

 

  -1993년 겨울 김명학 (노들장애인야학 교장)

 

  노들야학 30년 차 학생이자, 현재 노들야학의 교장선생님이시고, 거리에서는 언제나 ‘노들야학’ 깃발을 들어 올리시고, 학교에서는 모든 학생들이 집으로 돌아갈 때까지 학교에 남아 불을 끄고, 뒷정리를 하고, 가장 늦게 귀가하시는, 노들의 형님이자 오빠이시고, 노들의 한없이 든든한 문지기로서 계신 명학 형님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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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들바람』 출간 기념 포스터 홍보 모델 김명학

 

 

  -2000년 겨울 한혜선 (노들바람 편집장) 

 

  새 천년 밀레니엄을 맞은 2000년에 노들야학에 올라 23년간 야학 안과 곁을 오가며 노들야학을 떠나지 않고, “1 더하기 1과 2 곱하기 2를 가르치기 위해 때로는 그 사람의 인생 전체가 필요하다”는 것을 몸소 알려주고 계신, 노들교사들의 큰언니시죠. 이 책 노들바람의 엮은이이시기도 하시고요. 한혜선 선생님이십니다.

 

 

  -2001년 여름 홍은전 (인권기록 작가)

 

  10년간 노들야학 상근교사로 있으셨고, 많은 사람들이 노들야학과의 인연을 시작할 수 있도록, 글로서 디딤돌을 놓아주시는 든든한 노들의 중개자이시기도 하십니다. 현재 인권기록활동가이자 에세이 작가로 노들야학 20주년을 기념한 책 <노란들판의 꿈>에서부터 두 달 전 출간된 <나는 동물까지>, 활발한 집필활동을 하고 계신, 홍은전 작가님 모시겠습니다.

 

 

  -2003년 최진영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부회장) 

 

  장애인권운동가들의 영예로운 상인 제4회 정태수상 수상자이자, 노들장애인야학 학생이셨고, 성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을 역임하셨으며, 현재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부회장으로 계신 최진영 한뇌협 부회장님이 십니다. 

 

 

  -2008년 여름 고병권 (노들장애인야학 교사)  

 

  노들야학의 철학교사이자, 얼마 전 “나는 노들의 학생이다”라고 선언하시며, 자신을 노들야학의 산물이라고 표현하시기도 하셨죠. “세상에 목소리 없는 자란 없다. 다만 듣지 않는 자, 듣지 않으려는 자가 있을 뿐이다.”라는 명언을 통해 문장으로 장애운동판 곳곳에 밑불을 붙이신 작가님이기도 하십니다. 얼마 전 출간된 <사람을 목격한 사람>이라는 책을 출간하시기도 하셨는데요. 자신의 글을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증폭시키는 싸구려 앰프,를 자청하고 계신 노들의 철학교사 고병권 선생님을 모시겠습니다.

 

 

  -2016년 봄 조상지 (영화감독) 

 

제1회 박종필감독상을 수상하시며 대한민국 인권영화계를 발칵 뒤집어 놓으시며, 전국을 순회하시며 <관객과의 대화>를 다니고 계신 영화감독님이기도 하십니다. 또, 다양한 매체에 글과 인터뷰를 진행하시며, 떠오르는 차세대 장애해방 활동가이시기도 하신, 조상지 감독님이십니다. 

 

 

*이야기 손님들의 떠들썩한 이야기는 노들장애인야학 유튜브 채널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유튜브에서 “노들바람 단행본 출간 북콘서트”를 검색하시면 시청하실 수 있어요. 좋아요, 구독, 댓글달기 잊지 마시고요.

https://www.youtube.com/watch?v=fCfQS6IMccw

 

 

 

  정말 대단하고, 아니 위대하다

 

  이야기 손님들의 이야기 고맙습니다. 이어 <노들바람> 출간을 기념하여 축사를 보내주신 두 분이 계신데요. 축하의 말을 모셔볼까 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소설가 김초엽입니다. 노들야학 30주년, 그리고 『노들바람』의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제가 몇 년 전 저의 장애가 저라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이 사회 구조의 문제임을 조금씩 어설프게 알아가던 시기에, 이상하게도 ‘노들야학’에 대한 말을 여기저기서 너무 들었어요. 일부러 찾아본 것도 아니었는데요. 도대체 뭐 하는 곳일까? 궁금해지더라고요. 천천히 알게 된 건 한국 사회의 가장 중요한 변화들이 이곳에서 시작되었다는 것. 질문하고 싸우고 세계에 균열을 내는 노들야학의 이야기에 마음이 끌릴 수밖에 없었어요.

한 사람의 장애 그 자체에 영감을 받는 것이 아니라, 장애를 가진 사람들과 장애 공동체의 투지와 연대와 고유성으로부터 배울 수 있음을 알려주는 야학이 이곳 한국에 있어 너무나 든든합니다. 저도 『노들바람』 열심히 여러 번 다시 읽고, 주위에 덥석 한 권씩 쥐여주며 꼭 읽어보라고, 당신도 노들야학을 좋아하게 될 거라고 권할게요. (소설가, 김초엽)

 

  저는 노들바람 초창기부터 현재까지 노들바람 책자를 디자인하고 있는 크리에이티브 다다의 임세연이라고 합니다. 30년 전의 노들바람은 그때 아마 4면인가? 이렇게 구성된 소식지였던 것 같아요. 그때 이제 제가 소식지를 디자인해서 박경석 교장선생님께 드리면 팩스로 그때 보내드렸던 것 같아요. 드리면 교장선생님이 거기에다가 빨간 펜으로 수정을 딱 해서 오세요. 교장 선생님이 저희 회사 건물 1층으로 차를 타고 오셔서 차 안에서 같이 노들바람 수정 내용을 공유하고 그랬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그때 저는 이제 노들바람 외에도 다른 많은 단체의 소식지 디자인을 했었는데 지금까지 남아있는 소식지는 노들바람 하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정말 대단하고, 아니 위대하다! 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아무쪼록 제가 디자이너로 남아있는 한 노들바람이 지속되길 바라고요. 모두가 평등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하루빨리 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언제나 응원하겠습니다. (디자이너, 임세연)

 

 

  이로써, 노들야학 30주년 기념 책 <노들바람> 출간 북콘서트를 마쳐볼까, 합니다. 자리에 와주신 모두들께 고맙습니다. 오늘 북콘서트에 오신 분들도 노들, 이라는 들판에 함께 오르실 수 있기를 희망해봅니다. 마지막으로, 노들야학의 모토를 다 함께, 낭독하며 이 자리를 마치면 좋겠습니다. 제가 선창하면, 따라 읽어주시면 되겠습니다. 

 

  만약 당신이 (만약 당신이) 나를 도우러 (나를 도우러) 여기에 오셨다면 (여기에 오셨다면) 당신은 시간을 (당신은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겁니다. (낭비하고 있는 겁니다) 그러나 (그러나) 만약 (만약) 당신이 (당신이) 여기에 온 이유가 (여기에 온 이유가) 당신의 해방이 (당신의 해방이) 나의 해방과 (나의 해방과) 긴밀히 (긴밀히)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라면,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라면) 그렇다면 (그렇다면) 함께 해 봅시다. (함께 해 봅시다)

 

 

  오늘 이 자리를 마무리하겠습니다. 노들야학 40주년 때에도 뵐 수 있었으면 합니다. 그럼, 모두들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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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고 투쟁하고 일하는 노들야학 30년의 기록 『노들바람』 출간 기념 북콘서트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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