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봄 137호 - 금요일은 짜잔하는 날 / 신재

by 루17 posted Feb 06,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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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은 짜잔하는 날

 등장 연습 모임 짜잔을 소개합니다.

 

 

 신재(또는 죠스)

금요일마다 함께 몸을 움직이며 짜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가끔 사람들과 공연을 만듭니다.

 

 

 

 

  월요일은 노래하는 날

  화요일은 아프리카 댄스하는 날

  목요일은 진수업 하는 날

  금요일은?

 

  2024년 2월 16일 금요일 오후 1시 30분 노들 낮수업-노동에 참여하고 있는 탈탈탈 팀 12인, 야학 활동가 3인, 예술강사 3인이 모두 교실2,3,4에 모였다. 금요일에 탈탈탈 팀원이 전부 모인 것은 2년 만이다. 지난 2년 동안 금요일에는 짜잔, 놀랬지 두 팀으로 나뉘어 낮수업-노동이 진행되었다. 

 

  오랜만에, 아니 처음으로 짜잔 활동으로 다함께 모인다고 생각하니 긴장감을 숨기기 어려웠다. 새롭게 짜잔 팀에 합류할 놀래지 팀원들이 짜잔 활동을 어떻게 소개하면 좋을까. 마음을 다스릴 겸 준비도 할 겸 평소보다 조금 이른 시간에 교실2,3,4로 갔다. 교실에는 탈탈탈 팀원 중 승연 님과 임실 님이 이미 도착해 있었다. 내가 인사를 건네자 승연 님이 질문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오늘 뭐 해요? 여기서 해요? 왜, 왜? 왜요? 다른 애들도 여기로 와요?”

  “승연 님 아시면서, 오늘은 뭐 하는 날이죠?”

 

  내가 질문에 질문으로 응하자, “짜잔 하는 날이요.” 임실 님의 입에서 짜잔! 하고 ‘짜잔’이라는 단어가 나왔다. 오늘부터 짜잔 활동을 다함께 할 것이라는 설명을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리가 복잡했던 나로서는 짜잔에 처음 참여하는 임실 님의 대답이 참 반가웠다. 곧바로 다음 질문을 던졌다. 

 

  “임실 님 짜잔에서는 뭐 할 거 같아…?”

 

  내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승연 님이 큰 소리로 말했다. “공연하는 거예요. 짜잔은 공연하는 거예요.” 맞다. 짜잔은 공연을 하는 일이지. 누군가 앞에 짜잔! 하고 등장해 우리가 해온 일을 보여주는 것이 공연이고 짜잔은 그 일을 하기 위한 시간이었지. 짜잔을 어떻게 소개하면 좋을지에 대한 정답을 승연 님이 말해주었다. 지난 2년 동안 신승연을 포함한 탈탈탈 팀원 5인, 활동가, 예술강사들이 함께 찾고 반복해 온 ‘공연’의 장면들이 스쳐 지나갔다. 우리는 좁게는 서로에게 넓게는 낯선 사람들 앞에서 우리를 보여주는 공연을 해왔다.

 

 

  짜잔은 공연하는 일

 

  짜잔은 대다수가 장애인 거주시설에 거주하거나/탈시설 해 지역사회에서 자립생활을 준비-시작하고 있는 탈탈탈 팀원 중 5인과 일상의 다양한 공간에 등장하는 연습을 해보겠다는 취지에서 기획되었다. 우리의 몸과 움직임으로 새롭게 찾아간 공간을 탐색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플래시몹’ 같은 깜짝 등장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라고 기대가 담겨있기도 했다. 하지만 초반 짜잔에서의 외출은 시장, 전시 공간 등을 둘러보고 간식을 사서 나눠 먹는(즐겁지만 굳이 짜잔이 아니어도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만으로도 벅찼고, 신나는 음악 없이 움직여보는 팔, 다리는 어색하기만 했다. ‘우리가 각자의 몸, 숨, 소리, 움직임을 발견하고 점점 더 확장시켜서 다른 사람과 공간을 만나는 일을 할 수 있을까. 이것이 우리에게 맞는 일일까.’ 이런 질문을 하면서 매주 활동을 이어갔다. 다른 낮수업-노동이 그러하듯 매주 회의를 통해 활동의 내용을 바꿔보기도 했고 우리가 서로에게 그리고 짜잔에 익숙해지는 여유를 가지려 노력했다. 급하게 움직임을 제안하기보다는 한 사람씩 오늘의 몸과 마음이 어떤지 묻고 살피는 시간, 마음이 풀려서 몸을 움직이고 싶을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을 충분히 가졌다. 이것은 5인과 함께 하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만약 탈탈탈 12인 모두와 함께였다면 서로를 기다리고 살피는 시간을 충분히 갖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렇게 6개월 정도의 시간이 지나자 우리는 음악 없이도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되었고 1년이 지나자, 우리가 해온 활동을 가지고 새로운 장소를 찾아갈 수 있게 되었다. 그사이에 우리는 <등장인물>(2022)이라는 공연도 한 편 만들었는데 낯선 공간에 등장하는 즐거움과 어려움을 모두 함께 경험하는 계기였었다.

 

  그 시간들이 차곡차곡 쌓여 우리는 매주 금요일에 모이면 자기 몸의 곳곳을 움직이거나 만져보며 몸을 푸는 ‘각자의 체조’를 한 후, 시각 이외 감각(청각, 촉각 등) 또는 특정한 주제(민들레 씨앗, 바다 등)에서 출발해 혼자 그리고 둘이 움직여보는 ‘풍경 만들기’를 했다. 그 움직임에 자기 몸으로 낼 수 있는 소리를 더해보는 ‘소리 쌓기’까지 하고 나면 자신이 짜잔(등장)하고 싶은 자리로 이동하는 것에서 시작하는 짧은 공연이 이어졌다. 매주 비슷한 듯 다른 서로의 움직임을 살피며 컨택즉흥춤(서로의 몸과 움직임을 연결한 채 춤을 추는 무용 장르) 판을 벌였다. 

 

  우리가 서로에게 익숙해졌다고 느껴졌던 시점인 2023년 6월부터는 ‘월간 짜잔잼’이라는 이름으로 노들야학 4층 강당에 사람들을 초대해 우리가 해온 것들을 보여주고 또 함께 춤을 추는 좀 더 큰 판을 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10월과 11월에는 낯선 장소로 월간 짜잔잼을 하러 나갔다. 10월 ‘발달장애청년허브 사부작’을 만나러(덕분에) 성미산마을극장에 ‘짜잔’했고 11월에는 ‘성미산마을 연극축제’의 초대를 받아 이행성극장에 등장했다. 설렘과 불편함, 뿌듯함과 아쉬움, 즐거움과 힘듦이 교차하는 만남의 시간이었다. 곧바로 승연 님은 내게 다음을 물었다. “다음에는 언제 공연해요? 어디서 해요?” 다음에 대한 기대는 내 안에도 차올라 있었다. 우리 다음에는 어디로 짜잔하러 가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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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짜잔이 뭐예요?

 

  2024년 2월 16일 금요일 오후 1시 30분, 교실2,3,4 

 

  지금 교실로 오고 있다는 소민 님을 제외하고 모두가 도착했다. 서로 돌아가면서 오늘 기분이 어떤지 몸은 어떤지 이야기 나누는 것으로 활동이 시작되었다. 이야기를 마친 후 모두에게 짜잔을 소개하는 시간이 되었다. 오늘부터 다 함께 짜잔 활동을 할 거다, 다음 시간부터는 반을 나눠서 적은 인원으로 서로에게 집중해서 움직여보는 시간을 가진 후 다함께 모이는 방식으로 활동을 하겠지만 오늘은 첫날이라 한 자리에 모였다는 말을 한 후 짜잔 소개를 시작했다. 승연 님의 말대로 짜잔은 공연하는 일이라고, 짜잔! 하고 사람들 앞에 우리를 보여주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짜잔이라는 표현에 대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어딘가 나타날 때 ‘짜잔!’ 이렇게 하잖아요.”

  “...”

  “짜잔! 이라는 말 들어보셨어요?”

  아니요. 짜잔이 뭐에요?”

 

  ‘짜잔이 뭐에요?’라는 질문이 짜잔! 하고 등장했다. 2년 전 짜잔을 처음 시작했을 때가 떠올랐다. 맞다. 그때도 짜잔이라는 표현을 다들 낯설어했었지. 쉬운 단어라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함께 어울려 살며 그 단어에 어울리는 상황을 반복적으로 경험하지 않았다면 그 단어는 쉬운 단어가 아니다. 우리에게 또다시 서로를 충분히 살피고 기다리는 시간이 필요하겠구나, 천천히 각자의 몸, 소리, 움직임을 발견하고 그것을 가지고 다른 사람을 만나가는 매주, 매달의 공연을 만들어가야겠구나. 처음 짜잔을 시작했을 때의 설렘으로 마음이 가득 차는 것 같았다.

 

  2024년 5인을 중심으로 하던 짜잔!을 이제는 12인과 더불어 좀 더 크고 요란스럽게 여기저기서 해볼 수 있기를 바란다.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과 ‘짜잔’의 의미를 나눌 수 있기를! 그때 우리에게 짜잔은 어떤 의미로 변해있을지 벌써 궁금해진다. 그때 다시 한번 짜잔을 소개할 수 있기를!

 

 

[참고]

 

외부 공연을 나갈 때 짜잔을 소개하는 내용을 참고로 덧붙입니다. 

 

등장 연습 모임 <짜잔>은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탈시설해 지역사회에서 자립생활을 준비-시작하고 있는 발달장애인을 중심으로 하는 컨택즉흥 춤 모임입니다. 우리는 2022년부터 매주 금요일 노들장애인야학에 모여 ‘내 이름을 딴 체조, 내 몸으로 낼 수 있는 소리, 내가 상대에게 줄 수 있는 힘과 무게, 나를 움직이게 하는 다른 사람의 몸과 움직임’을 찾으며 함께 춤을 춥니다. 그리고 ‘월간 짜잔잼’이라는 춤판을 열어 새로운 장소와 사람들 앞에 등장하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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