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봄 137호 - 노들야학 교사 세미나 '발달장애 지원 현장 함께 공부하기' / 조희은

by 루17 posted Feb 06,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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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들야학 교사 세미나 '발달장애 지원 현장 함께 공부하기'

 교사 세미나 마지막 날 다큐멘터리 <모두의 학교> 상영회 후기

 

 

 조희은

노들장애인야학 교사이고,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노들장애인야학은 매학기마다 교사 세미나를 진행합니다. 격주 토요일 교사회의가 있는 날 조금씩 일찍 모여 장애에 관한 책을 읽고 소감을 나누거나, 영화를 보고 이야기를 나눕니다. 교사 세미나의 주제는 학기마다 조금씩 달라지는데요, 작년에는 발달장애에 대한 공부를 하기로 하면서 다양한 현장의 글과 책을 읽었습니다. 12월 20일 수요일 저녁에는 장애인배움터 너른마당, 노들장애인야학 교사들이 대항로 4층 강당에 모여 영화를 함께 감상했습니다. 야학 교사들이 모이는 자리에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활동가들이 빠질 수 없으니, 저와 금문 교사도 함께 했답니다.

 

조희은1.jpg

상영회를 소개하는 노들장애인야학 교육부 임당 교사

 

 

  서울지역 장애인야학 교사들이 함께 본 영화는 <みんなの学校(모두의 학교)> 였습니다. 2021년에 진행되었던 제19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해외 초청작이기도 했는데요, 어떤 영화인지 제목으로 감을 잡으신 분들도 있겠지만, 시놉시스를 함께 볼까요? 

 

  오오조라 초등학교가 목표로 하는 것은, 등교거부 제로! 특별 지원 교육의 대상이 되는 아이도, 자신의 기분을 잘 컨트롤할 수 없는 아이도, 모두 같은 교실에서 배웁니다. 일반 공립초등학교이지만 개교 후 6년간 학생과 교직원뿐 아니라 학부모와 지역민이 함께 어울려 누구나 다닐 수 있는 학교를 만들어 왔다.

 

  금방 교실을 뛰쳐나가 버리는 아이도, 무심코 친구에게 폭력을 행사해 버리는 아이도 모두 함께 지켜본다. 어느 때, “그 아이가 간다면 넓은 하늘에도 가고 싶지 않다”라고 소문난 아이가 입학했다. “그럼 그 아이는 어디 가?, 그런 아이가 안심하고 오는 것이 지역의 학교일 것이다”라고 키무라 야스코 교장은 말한다.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https://420sdff.com/1910)

 

 

  영화 <みんなの学校(모두의 학교)>에서는 일본의 한 공립초등학교인 오오조라 초등학교에서 벌어지는 여러 사건들(?)과 사람들의 관계들을 보여줍니다. 장애인야학 교사들이라면 익숙할 수도, 그러면서도 새로운 장면들일 것 같았어요. 교무실에서 교직원들이 학생과 있었던 일들을 공유하고 함께 고민하는 장면은 노들장애인야학의 교사회의가 될 수도, 일자리가 끝난 뒤 회의 자리가 될 수도 있을 것 같고요, 우당탕탕, 시끌시끌한 모습은 오오조라와 야학의 닮은 점이겠죠? 다른 점이라면, 오오조라 초등학교의 학생들은 대부분 보호자가 있다는 것, 졸업을 한다는 것.

 

  영화를 보고 함께 돌아가며 소감도 나눴습니다. “분위기가 다르다”는 오오조라 초등학교에서 좋든 싫든 함께 시간을 보낸 학생들이 졸업 이후 다른 학교에서는 어떻게 지내게 될지 고민도 나누었어요. 많은 이들이 겪었던 학창시절처럼, 경쟁과 혐오가 가득한 교실에서요.

 

  영화에서 큰 역할을 하는 키무라 야스코 교장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습니다. 영화에서는 모든 장면들을 보여주지 않기 때문에, 교장의 위치에 있는 그가 학생을 대하는 방식을 다른 교직원들에게 혹은 다른 학생에게 강요하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의견들도 있었어요. 하지만 그가 지역에서 “소문난” 아이들이 함께 다닐 수 있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사람인 것은 부정할 수 없을 것 같아요. 그도 새로운 학생들, 교직원들, 보호자들을 만나면서 계속 변해왔을 것이고요. 영화를 본 지 두 달이 지난 뒤에 원고를 쓰고 있어서, 둥그렇게 앉아 나눴던 소감들이 기억이 잘 안 나서 아쉽네요. 열심히 메모하면서 그 자리에 함께했던 다른 교사분들의 메모장을 훔쳐 오고 싶은 심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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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배움터 너른마당과 노들장애인야학 교사들이 모여 앉아 소감을 나누고 있다

 

 

  그래서 제 얘기를 해보자면... 소감을 나눌 때도 이야기했었지만, 저는 영화를 보면서 산다는 것은, 게다가 “함께” 산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답니다. 저렇게 가기 싫어하는데, 학교에 가야 하다니! 그래도 수업은 들어야 한다니! 하지만 이 영화를 함께 본 사람들은 그럼에도 함께 살기 위한 각자의 고민을 갖고 노력하는 장애인야학의 교사들이었고, 나는, 이들은 어떤 마음으로 함께 살기로 마음먹게 되었는지 궁금해지기도 했네요. 

 

  우리는 장애인평생교육은 장애인야학이라는 공간에서 일상을, 배움을, 삶을, 관계를 이어나갈 수 있어야 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함께 살아가기 위한 고민과 노력들을 멈추지 않기 위해, 우리는 오늘도 야학에서 학생분들을 만나고 수업을 하고, 웃고, 서로 부딪히고, 투쟁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내일도 와글와글한 야학에서 만나요!! 멋진 자리를 만들어주신 노들장애인야학 교육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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