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봄 137호 - 배리어프리 제작학교_음성해설 편 / 김혜인

by 루17 posted Feb 06,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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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리어프리 제작학교_음성해설 편

 20명의 수강생이 10주간 함께 한 음성해설학교 이야기

 

 

 김혜인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사무국장

 

 

 

 

  지난 겨울 배리어프리 제작학교 음성해설 편이 개강했습니다. 음성해설은 시각장애인이 영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로 영화의 화면과 스토리를 음성으로 설명해 주는 것을 말합니다. 2023년 끝자락인 11월에 시작했던 음성해설 학교는 2월 중순까지 10주간 진행됐습니다. 20명의 수강생들이 10주간 함께 한 음성해설학교 이야기, 궁금하시죠? 

 

  21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가 끝나고, 배리어프리에 대한 작은 고민이 생겼습니다. 그해 처음으로 외부에서 배리어프리 영화를 제작했는데요. 매년 영화제가 자체적으로 진행해 오던 배리어프리를 외부에 맡기고 나니 스타일이 영 다르더라고요.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의 음성해설은 느슨하고 스토리 중심으로 진행한다면 외부에서 진행한 음성해설은 최대한 자세하게 빈공간이 없이 꽉 채워서 진행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명확한 기준이 없다 보니 각자 스타일에 맞춰서 음성해설을 진행한다는 사실을 알았고, 어떤 게 맞다 틀리다 말하기가 어렵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명확한 기준이 없다면,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만의 배리어프리 기준이 필요하겠더라고요. 영화제만의 스타일은 있지만, 기준은 명확히 없었거든요. ‘기준을 만들자’ 하고 논의를 확장시키다보니, 이걸 단순히 한두 사람이 만들기보다 음성해설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모으고 그들과 함께 음성해설에 대해 논의하며 기준을 만들어가면 좋겠다고 결정하게 됐고 ‘배리어프리 제작학교_음성해설편’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과정 중 커리큘럼을 어떻게 구성해야 우리가 원하는 지점에 도달할 수 있을지가 제일 고민이었는데, 다른 곳에서 진행한 음성해설 수업을 다 뒤져가면서 좋은 커리큘럼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어요. 고민하다 보니 우리가 차별점을 두어야 할 건 ‘장애인인권영화’인 것 같더라고요. 대중 미디어 속에서 장애인은 어떻게 재현되는가, 거기서부터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음성해설은 결국 화면을 설명해 내는 방식인데, 기존의 장애를 재현하는 방식대로 설명한다면 그건 ‘장애인인권’과는 동떨어진 이야기일 것이니까요.

 

  미디어가 장애를 재현하는 방식부터, 배리어프리 영화란 무엇인지, 시각장애인 당사자에게 직접 음성해설에 대한 설명을 듣고 질문을 하기도 하고, 음성해설 작가님과 음성해설 대본을 작성하는 방법을 배우기도 했어요. 그렇게 수업의 2분의 1을 보내고 나머지 절반은 토론의 시간이었습니다. 각각 스타일이 다른 음성해설을 비교해 보고 다른 점을 발견하고 어떤 표현이 적절한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죠. 그 과정에서 인권적인 표현에 대한 고민, 음성해설 작가의 개입 정도 등 다양한 논의로 확장해 갔습니다. 논의를 바탕으로 음성해설 대본을 작성하고, 조별로 각자의 음성해설을 비교하며 더 좋은 표현을 찾기도 했어요. 스포일러 하지 않는 음성해설, 명확하고 명료한 표현, 극의 흐름에 중요한 이미지 등 무엇하나 놓치지 않으려 매주 목요일 치열하게 토론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음성해설 작가님은 마지막에 수강생들이 쓴 음성해설 대본을 보고 감탄을 했습니다. 실력이 일취월장 했다고요. 성실한 쓰기와 치열한 토론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죠. 마지막에 영화 1편을 완성하고 시각장애인 당사자분께 감수받는 시간이 있었는데, 수강생들이 질문을 너무 많이 해서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그만큼 다들 이 수업에 열정이 넘쳤어요. 왜 열정이 넘쳤던 건지에 대해서는 아래 수강생들의 후기로 대신할게요. 제 말보다 훨씬 생생한 표현의 이야기를 들으실 수 있을 거예요.

 

매년 하는 음성해설 작업이 올해는 좀 다르게 와닿아요. 원래 음성해설 작가님께 영화를 보내드리고 대본이 오면 감수하고 제작을 진행하기 바빴는데, 올해는 뒤적뒤적 배리어프리 제작학교 때 나눴던 이야기를 찾아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음성해설 학교는 종강했지만 끝난 건 아니에요. 수강생들 중 몇 명은 2024년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의 영화 음성해설 작업에 참여하기로 했거든요. 많은 영화를 맡을 수는 없겠지만, 팀을 나눠 3편 정도의 영화를 제작해 보기로 했습니다. 여러분도 기대가 되시나요? 저는 10주간의 수업 과정을 통해 음성해설팀이 발견한 것들, 토론한 것들이 어떻게 영화를 살아 숨 쉬게 할지 궁금합니다.

 

음성해설이 낯선 분들도 있으실 텐데, 그렇다면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의 영화를 꼭 보러오시면 좋겠습니다. 다양한 이들의 접근성을 고민한 영화제가 얼마나 풍성하고 영화를 다채롭게 만드는지 와서 직접 확인하실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럼, 모두 음성해설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수강생 후기

 

희경

 

저는 시각예술분야에서 영상 작가로 활동하는 지희경입니다.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와는 작년 21회 영화제에 자원활동가로 연이 닿아 올해 음성해설 제작수업에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워크숍에 참여하게 된 이유는 작년 영화제의 영향이 컸습니다. 영화제 개막 이전에 사전교육을 받으면서 배리어프리(BARRIER FREE)를 알게 되었고, 영화제의 상영작들은 (해외영화를 제외하고) 배리어프리가 있어 비장애인도 장애인과 함께 영화를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발달장애인분들과 영화에 대한 감상을 나누며 알게 된 건 이들이 사용하는 언어는 비장애인이 사용하는 언어와는 완전히 다른 것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후 장애인이 영화와 영상 작품 감상함에 있어 장벽이 되는 게 무엇인지 알고 비장애인과 장애인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영상을 제작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습니다.

 

음성해설 제작학교에서 10회차 수업을 함께 하며 장애유형에 따라 필요한 해설이 다르고, 현재까지 배리어프리 자막을 제작함에 있어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점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 때문에 영화를 만든 서로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과 조율과 소통이 필요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고, 이는 제작단계에서 배리어프리를 고려한 영화와 그렇지 않은 영화의 차이와 연결되는 지점도 있었습니다. 누구나 즐길 수 있다는 전제하에 장애인, 비장애인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합일점이 어떤 기준을 중심으로 삼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제작자와 배리어프리 작가 사이의 소통이 더욱 중요하게 느껴졌습니다.

 

음성해설 자막을 쓰는 실무 수업을 병행하면서 배리어프리가 적용된 영화를 보러오는 것 또한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여러 사람의 시간과 노력이 담긴 영화를 배리어프리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닿기까지의 과정은 단순히 음성해설이 포함된 영상을 제작했다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닌 그들을 영화관, 전시장까지 올 수 있는 안전한 환경이 구축되어야 한다는 깨달음을 마지막 회차 수업에서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이번 제작학교를 계기로 고민을 나눌 수 있는 동료들을 만난 것이 행복이었고, 제 자리에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에 대한 큰 방향성을 세우는 데에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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