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봄 137호 - [대학로야 같이 놀자] 알프(AL.F)를 만나다 / 탁영희

by 루17 posted Feb 06, 2025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대학로야 같이 놀자

알프(AL.F)를 만나다

 

 

 

 탁영희 

노들장애인야학에서 이것, 저것하고 있습니다. 그중에 사람들과 투쟁 나가는 것, 수업 시간에 학생들과 땡땡이 치는 것이 가장 재미있습니다.

 

 

 

 

  노들야학의 터전이자, 장애운동의 대항로인 혜화에서 알프를 만났다. 

 

  노들야학은 학기 당 반별 단합대회, 해오름제와 방학식, 그리고 격주 마다 교사회의가 진행된다. 이 모든 일정의 마지막은 뒤풀이인데, 비건과 휠체어 이용자가 함께 들어갈 곳이 거의 없다. 들어가더라도 휠체어 이용자가 들어갈 수 있는 화장실은 전혀 없어, 중간에 야학을 다녀오는 동지들이 많다. 이런 것들을 다 감안해도 약 3곳을 돌아가며 뒤풀이하는 우리에게 ‘새로운 뒤풀이 장소’가 필요했다. 그러던 와중 ‘알프(AL.F)’를 만났다. 

 

  알프는 2023년 12월 세계장애인의날 집회 때, 대구 동지들이 발견한 뒤풀이 장소였다. 늦은 시간, 휠체어 이용자가 들어갈 수 있고, 비건 메뉴가 있는. 그런 장소를 검색하다가 발견한 곳이었다. 개업한 지 약 2주가 되던 날이었다. 이 소식을 맹히 교사가 “새로운 뒤풀이 장소 찾았어요”라며 야학에 알려주었다. 인터넷에 가게 주소가 잘못 등록되어, 사람들은 찾기 어려웠다.(지금은 수정하셨더라고요) ‘한 번 갔던 사람들’을 필두로 교사회의 뒤풀이를 갔다. 그 후, 책 「노들바람」 출간 북콘서트 뒤풀이, 청솔2반 단합대회로 갔다. 가끔 학생들이랑 술을 마시기 위해 찾아가기도 했고, 노들야학뿐만 아니라 대항로 사람들의 뒤풀이 장소가 되기도 했다. 

 

  알프의 의미가 ‘알코올 프리’라는 의미인데, 우리는 항상 술을 마시기 위해 갔다. 이곳에 자주 가던 이유는 ‘우리를 반겨주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혜화에서, 우리 사회에서 휠체어를 이용하는 사람과 동물을 먹지 않는 사람을 반겨주는 식당은 매우 적다. 우리가 자주 가던 식당들도 저녁 시간에 가면 “예약하고 오셔야죠”라고 이야기를 한다. 심지어 문전박대하는 곳도 많다. “사람이 많아서 안 된다.”, “예약해야 한다.”, “영업시간은 남았지만, 엘리베이터 관리인이 퇴근해서 안 된다.” 등. 우리를 거부하는 언어들을 일상에서 마주한다. 

김순석 열사의 “거리에 턱을 없애주세요.”라는 유언은 40년이 지났지만, 장애인 차별은 여전하다. 장애인 이동권을 23년 외쳤지만, 장애인 차별은 여전하다. 헌법에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있지만, 2024년 지하철 승강장에서 장애인은 시민으로서 열차에 탑승할 수 없다. 서울시는 올해 중증 장애인 400명을 해고했다. 

 

  우리는 일상에서 차이에 의한 차별을 받고, 이를 위해 끊임없이 저항한다. 알프는 그런 우리에게 환대를 해주던 곳이었다. 술을 마시다가 화장실을 바로 갈 수 있고, 삐빅 전원을 켜다가 컵을 깨도 우리를 탓하지 않았다. 크리스마스트리랑 사진을 찍고 싶어 하면 길을 넓혀주고, 눈치를 주지 않았다. 어쩌면 당연한 것이 우리에겐 매우 어려웠다. 좁은 통로가 아닌 몸집이 큰 휠체어를 탓하고, 선택권이 없는 메뉴가 아닌, 비건인을 탓했다. 차별적인 세상이 아닌, 사람들을 탓했다. 

 

  노들야학은 문해교육만 하고 싶어도, 세상을 바꾸기 위한 투쟁을 안 할 수가 없다. 예전에 ‘공부파’와 ‘투쟁파’가 있었지만, 지금의 노들야학에는 그러한 파가 없다. 권익옹호 활동이 수업과 일상에 숨 쉬듯 존재한다. ‘투쟁’, ‘집회’라는 용어가 일상처럼 사용된다. 장애인 권리 예산이 정확히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장애인 권리 예산 보장하라고 투쟁해요”라고 성숙 언니가 말한다. 이번 주에 집회 있는 거 자신에게 알려주지 않았다고 준호 님이 화를 낸다. “선생님은 맨날 바빠. 집회 가요?”라고 희용이 형이 물어본다. 박경석 고장샘이 권익옹호 수업을 하면 애경 언니는 바로 지하철로 달려가, 선전전에 참여한다. 투덜이 영애 언니도 차별받은 이야기를 하면, 그날은 투덜대지 않는다. ‘시민호소문 읽기’는 그날의 국어수업 주제가 된다. 

 

  세상을 바꾸는 노들야학은 오늘도 세상을 바꾸기 위해 여기저기에 존재한다. 집회를 가기도, 수업을 듣기도, 설거지하기도, 마트에 가기도 한다. 우리 함께 살아가요. 우리를 환대해 주세요. 

 

  *개인적으로 알프의 추천 메뉴는 ‘봉골레 파스탕’입니다. 혹시 포인트를 모으지 않는다면, 맹히교사 번호로 적립을 부탁드려요. 포인트는 한곳으로 모으고 있어요. 다만, 맹히에게 문자가 갑니다.

 

탁영희1.jpg

 

탁영희2.jpg

 

탁영희3.jpg

 


Articles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