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없는 일상에 에술가를 만났다.
별로 기대하지 않았고 조금은 궁금했다. 무엇을 할지 무엇을 볼지...
난 미술을 좋아한다. 어릴 적부터 그릴 줄 몰라도그림을 좋아하고 뭔가 만들어가는 과정을 좋아했다.그 옛날 생각해보면 늘 가위를 들고 종이를 오리고있었던 것 같다. 종이로 인형과 옷 가구 등등. 그러다 머리카락도 자르고 옷도 잘라보고 이불도 잘라서 혼이 났던 기억도 있다. 그때는 그것도 미술이란 걸몰랐었다.
이번 예술가와의 만남을 통해서 신기하기도 했고 행복한 경험을 하게 됐다. 내가 예술가를 만난 것
도… 또 그들과 공작소를 열고 작업을 하고 의견을 내고 토론을 하고 내 의견이 수용되고 곧바로 작업에 반영되고 이런 것들이 다 신기하고 행복한 시간들이었다.
자투리 천으로 현수막을 만들고 세계적인 명화를 우리의 코드로 약간 비틀어 패러디를 하고 공원에서 행위 예술로 표현하면서 나 또한 예술가가 되어 보았다. 그림을 배우고 전공을 해야만 예술가가 되는줄 알았었고 쉽게 접근할 수 없을 것 같아 두렵기까지 했던 미술 혹은 예술을 너무도 가볍고 쉽게 재미있게 하고 보니 이제 두려움은 없다.
꼭 물감, 붓, 캔버스가 아니라 그 어떤 것이라도 작품을 만들 수 있고 어떤 형태라도 이야기를 담아내는 것이 예술임을 알게 돼서 고맙다. 난 일상생활에서 미술을 찾고 말을 걸어 보는 새로운 버릇이 생겼다.
바퀴의 지도를 구상하고 탐사를 하고 턱을 만나고 분개하고… 겨울바람을 뚫고 다니면서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됐다. 50년을 넘게 살았고 서울살이 30년이 넘었는데 시청엘 처음가봤다. 새로 지은 청사는 으리으리했다. 아름답다는 생각도 했다.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자동문이 하나쯤은 있었으면 100점일 텐데… 생각할수록 안타깝다. 어렵게 들어선 로비에는 전시회도 하고 있었고 따뜻하고 아름다웠다. 지하 1층에는 서점도 있고 공연도 하고 핸드메이드 판매대도 있었다. 착한 커피도 팔고 거기서 커피도 마시고 머핀도 먹고 좋은 시간이었다.
그런데 그곳에도 아쉬운 게 있었다. 시청 정보를 볼 수 있는 컴퓨터라고 해야 하나… 손으로 터치를 해야만 다음 페이지를 볼 수 있는데 휠체어에 앉아서는 터치할 수 없는 높이였다. 키 작은 노인이나 어린이들도 어려울 듯하다. 조금만 낮춰 주면 좋을 텐데 참 안타깝다.
바퀴의 지도는 금방 끝날 작업은 아니다. 그러나계획을 짜고 시도를 해보고 시작을 했다는 것이 뿌듯하다.
예술이라는 것은 먼 곳에 전시된 그림이 아니라 내가 또는 우리가 먹고 자고 싸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알게 되고 행복하다. 적어도 나는 별거아니다 예술가 속에 이제 막 들어간 인턴 예술가라고 이름표를 달아준다. 내가 나에게…
‘별 거 아니다’는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참 어려운 모임입니다. 이 모임의 시작은 그림을 그리거나 목공을 하는 로맨스조, 벌꿀, 혁종을 두물머리 농지 보존 투쟁에서 만나는 때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 뒤 까페 별꼴에서 노들의 명학, 호식이 수유너머R 규호와 함께 두물머리의 이들을 다시 만나 좌식싱크대를 만들고 동화를 쓰는 등 이래저래 뭔가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다음엔 로맨스조, 벌꿀, 혁종, 백구, 규호가 노들의 유미, 명희, 정숙, 호식과 함께 바퀴의 지도,월간 농성과생활, 일요 쌍문회라는 이름으로 무언가를 해보았습니다. 이래저래 만나면서 휠체어 길 지도도 만들어보고, 같이 책 읽고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고, 광화문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농성장을 리모델링하기도 했습니다. 야학의 재연이가 바퀴의 지도 그림을 그리고,노란들판에서 현수막 깃발을 출력하기도 했고요. 농성장 리모델링 때는 길공방의 구름과 철민이 함께했고요.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별 거 아니다’ 소개만큼 어려운 게 또 없습니다. (명쾌하지 못한 설명 : 유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