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들바람을 여는 창
김도현
〈노들바람〉 편집인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2023년이 꼭 열흘 남은 시점입니다. 상투적인 말이긴 하지만, 시간이 정말 빠르군요. 연말이라 여러 매체와 인터넷 서점 등에서 ‘올해의 책’ 목록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는데요. 어쩌다 보니 저도 한 주간지의 2023년 올해의 책 선정 작업에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책을 가깝게 두고 살아가는 5인이 각자 국내서 세 권과 번역서 두 권을 선정한 후, 그 중 자신의 원픽 도서에 대해서는 원고지 2매 분량의 추천글을, 나머지 네 권에 대해서는 20자평을 적는 형식이었는데요. 개인적으로 제가 꼽은 올해의 책 다섯 권은 아래와 같고, 원픽 도서는 『전사들의 노래』입니다. 독자 여러분들께서도 아래의 책들과 함께 2024년 새해를 열어 보시는 건 어떨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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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사들의 노래』(홍은전 지음, 훗한나 그림, 오월의봄)
- 전장연 지하철 시위를 논하지 말라, 이 책 없이
지금도 매일 같이 투쟁 현장에 나서고 있는 장애해방운동가 6인, 박길연, 박김영희, 박명애, 이규식, 박경석, 노금호의 삶에 대한 기록이다. ‘전사’는 싸우는 사람이다. 그들은 무엇을 위해, 그리고 무엇에 맞서 싸우는가? 나는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시민들 대부분이 이 질문에 제대로 답변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지하철 시위를 향해 혐오의 욕설과 비난을 퍼붓는 이들뿐만 아니라, 어쩌면 그들의 요구와 싸움을 이해한다고 믿는 이들 역시. 그러니 ‘다 이해한다’ 생각 말고 부디 이 책을 읽어주시길. “모든 방법을 다 쓴 사람이 결국 도착하는 곳”, 그곳에서 “서지 않는 열차를 멈춰 세우며” 토해내는 그들의 목소리가 이전과는 전혀 다르게 전해져 올 테니.
『돌봄과 인권』(김영옥·류은숙 지음, 코난북스)
- 돌봄 사회로의 전환을 향한 인권의 재구성.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김승섭 지음, 동아시아)
- 이런 학자가 우리 곁에 있어 정말 다행이다. 논리적이데 따뜻한 책.
『좌파의 길』(낸시 프레이저 지음, 장석준 옮김, 서해문집)
- 자본주의가 무엇인지 알고 싶다면 가장 먼저 읽어야 할 텍스트.
『미쳤다는 것은 정체성이 될 수 있을까?』(모하메드 아부엘레일 라셰드 지음, 송승연·유기훈 옮김, 오월의봄)
- 야심차고 도발적인 질문을 던진 후 성실하고 섬세하게 답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