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_노들야학 30주년 백일장
수상작을 소개드립니다!
이번 ‘노들야학 30주년 백일장’에는 35명의 학생이 총 46개의 글과 그림을 출품했습니다. 백일장에 참여하는 학생 모두에게 의미 있는 행사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길게 논의한 끝에, 순위를 매기지 않고 총 8개의 부문을 만들어 작품을 제출한 모두에게 시상을 했는데요. 어느 때보다도 많은 이들이 한꺼번에 상을 받게 되면서 시상식 날 학생들의 반응도 매우 뜨거웠답니다.
아쉽게도 지면상의 문제로 모든 학생들의 작품을 싣기는 어려워, 『노들바람』에는 각 부문별로 한 작품씩 소개해봅니다. 전체 작품이 궁금하신 분들은 꼭꼭 백일장 문집을 확인해주세요!
1. 으라차차 차별철폐상: 박만순 (박만순이 그린 이승미)
2. 알록달록 다양성상: 신승연 (축하합니다)
3. 쭉쭉쭉 거침없다상: 김희자 (일자리)
4. 오밀조밀 궁리하다상: 조호연 (낮잠)
5. 뿌셔뿌셔 자본주의상: 류재용 (일 열심히 하고 걱정하지 말고 울지 말고 웃어야 한다)
6. 와글와글 버스를타자상: 이승미 (새)
7. 오래오래 오래도록 노들야학상: 이수미 (노들야학)
8. 사랑사랑 내사랑 노들야학상: 김홍기 (진짜가 나타났다, 노들야학)
[으라차차 차별철폐상]
박만순이 그린 이승미 / 박만순
[알록달록 다양성상]
축하합니다 / 신승연
[쭉쭉쭉 거침없다상]
일자리 / 김희자
무연고 발달장애인 탈시설 권리 보장 기자회견 발언문(2023년 7월 18일)
*김희자 님의 백일장 작품 이야기를 발언문 형태로 다듬은 글을 함께 싣습니다. 이 글은 영희의 지원으로 작성되었으며, 기자회견 현장에서 희자 님께서 직접 발언하신 내용입니다. ― 편집자 주
나는 가족을 찾고 싶어요. 엄마, 아빠, 오빠, 동생 모두 보고 싶어요. 언니는 없어요. 실제로 만난 적은 없지만 꿈에서 매일 만나요. 월요일엔 엄마를 만나고, 화요일엔 아빠를 만나고, 수요일엔 동생을 만나요. 오빠는 친구 집에 있어요. 지금 가족들은 미국에 있지만, 나는 미국에 가지 않을 거예요. 가고 싶지 않아요. 나는 만순 언니하고 나하고 선생님하고, 짝꿍하고 집에서 살고 싶어요.
내가 세상에 나온 것, 시설에서 나온 것 모두 좋아요. 저는 강원도에 살다가, 중계 살다가 나왔어요. 그곳에서 살다가 나왔는데 너무 좋았어요. 여긴 내 방이 있고, 화장실도 있고, 침대도 있어요. 특히 내 방이 있어서 좋아요. 가족이 없는 사람이 시설에 나오는 것은 인권침해라고 하는데 이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나는 내가 스스로 나왔어요. 나오는 것도 인권이에요. 나와서 요리도 할 수 있고, 내가 먹을 밥을 만들 수 있어요. 이것은 나 김희자가 결정하는 것이에요. 이것이 자립이에요. 시설에 있는 사람들이 다 나왔으면 좋겠어요. 미연 언니, 윤주 언니, 애숙이 언니, 선미 언니 모두 나오면 좋겠어요. 나와서 같이 일하고, 같이 밥 먹고, 같이 살면 좋겠어요. 나도 가족이 없지만 시설에서 나왔어요. 내가 취직하고 요리하고. 나에게 시설에서 나가고 싶냐고 혜복 선생님이 물어보셨어요. 자립하고 싶다고 이야기를 해서 세상에 나왔어요.
강원도에서 살 때는 다른 사람들 빨래까지 손빨래하고 세탁기 돌리고, 일할 때는 여자, 남자 같이 일을 해요. 무슨 작업인지는 모르겠지만 작업을 해요. 중계에서 살 때는 너무 시끄럽고, 할머니들이 TV를 틀면 잠을 못 자요. 시설에서는 선생님이 식판에 밥을 나눠주면 식탁에서 밥을 먹고, 행주 접는 작업을 해요. 돈을 주는진 잘 모르겠어요. 만든 반찬에 랩을 씌우고, 옷걸이에 옷을 계속 걸어요. 매일 그런 일을 해요.
시설에서 나온 지는 3년 정도 된 것 같아요. 지금 학교에 다니는데, 학교에 다니는 것이 좋아요. 선생님도 있고, 옷가게도 가고. 미연 언니, 윤주 언니, 애숙이 언니, 선미 언니가 다 나오면 좋겠어요. 다 일했으면 좋겠어요. 학교 다 나와서 밥 먹고 같이 살면 좋잖아요. 시설에 있는 사람들을 보면 마음이 아파요. 서로서로 도우면서 일도 하면 좋을 텐데 그렇지 못해서 마음이 아파요. 다 함께 살아요.
[오밀조밀 궁리하다상]
낮잠 / 조호연
옥상 위에 누워서 푸른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나.
하늘엔 하얀 옷을 입고 바람과 함께 느린 동작으로 춤을 추며
앞으로 앞으로 가고 있다.
춤추고 있는 구름을 바라보다 눈을 지그시 감고
시원한 바람을 옷 속과 마음속으로 들어왔다가 나가면
난 어느새 슬그머니 코를 골며 자고 있다.
[뿌셔뿌셔 자본주의상]
일 열심히 하고 걱정하지 말고 울지 말고 웃어야 한다 / 류재용
[와글와글 버스를타자상]
새 / 이승미
[오래오래 오래도록 노들야학상]
노들야학 / 이수미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높은 이상을 꿈꾸는 곳
너의 아픔이
나의 아픔이 되는 곳
너의 눈물이
나의 눈물이 하나가 되는 곳
너의 차별이
나의 차별이 없는 곳
함께 먹고
함께 공부하고
든든한 버팀목 같은 곳
세찬 비바람에도
달을 향하여
사람들이 뭉쳐서
함께 나가는 곳
함께 웃고
함께 울고
너와 나 같은 이상을 바라보는 곳
농부와 같은 마음으로
밭을 일구는 마음으로
사람과 사람이 함께 하는 곳
노들야학
노들야학 30년
[사랑사랑 내 사랑 노들야학상]
진짜가 나타났다, 노들야학 / 김홍기
2013년 여름, 마음대로 할 수 없었던 제가 시설 밖으로 나와 노들야학에 다니면서 자유로운 삶을 꿈 꾸고 있습니다. 시설에서는 아파도 치료받지 못하고, 원하는 공부를 할 수도 없었고, 마음껏 이동조차 하지 못했었습니다. 하지만 노들야학을 만나 나의 권리를 찾게 되고, 투쟁하면서 더 많은 것을 얻게 되었습니다. 만약 투쟁하지 않았다면, 나는 나의 진짜 삶을 알지 못했을 것입니다.
노들야학에서는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잘 알아주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동지들을 많이 만날 수 있어서 좋습니다. 무엇보다 장애인을 시혜와 동정의 시선이 아닌 사람으로 존중해주는 모습에 감동했습니다. 야학 선생님들은 장애인과 연대하기 위해서 먼 길도 마다하지 않고 댓가도 바라지 않고 오셨습니다. 우리는 서로 아프고 힘들 때 서로를 감싸주고, 장애인 권리를 위해 함께 싸웠습니다.
2014년도에는 ‘장애인도 설날에 버스 타고 고향가고 싶다’고 외치며 터미널에서 투쟁하고 잤던 적도 있습니다. 장애인들은 놀러 가지도 못하고 고향에도 쉽게 갈 수가 없는데, 비장애인만 타는 버스는 우리가 분노하며 얼음장같이 차가운 터미널 바닥에서 잠들게 만들었습니다. 뼈가 으스러지는 것 같고 몸이 쪼그라지는 하룻밤을 보냈던, 그 아픔의 기억이 생생하게 남습니다. 이렇게 싸우다 보니 장애인이 이동할 수 있는 저상버스를 만들어내고, 엘리베이터도 더 많이 생기고 있습니다.
또 장애인의 억울하고 답답한 심정을 헤아려 사회를 바꾸고자 함께 투쟁도 합니다. 이 고마운 마음을 어떻게 다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 고마운 마음으로 함께 싸우게 되었고, 나의 삶은 진짜로 바뀌었습니다. 진짜 감사한 노들야학, 노들야학 덕분에 저는 진짜 친구들과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