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마로니에공원 야외공연장에 휠체어 이용 장애인의 접근이 어렵다며 장애인들이 턱을 헐고 경사로를 설치할 것을 촉구했다. 마로니에공원은 지난해 9월 리모델링 후 재개장했으나 정작 장애인들의 이동권은 보장되지 않고 있다.마로니에공원 뒤편에 위치한 노들장애인야학(아래 노들야학),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아래 노들센터) 등은 6일 오후 3시 서울 동숭동 마로니에공원 야외공연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마로니에공원을 이용할 때 장애인들이 많은 불편과 차별을 느끼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마로니에공원 야외공연장 객석은 계단식의 복잡한 구조로 되어 있다. 이 같은 구조로 객석 간 높낮이가 커 휠체어 이용자의 경우 크고 작은 사고에 노출되어 있지만 이에 대한 안전장치는 전무하다. 실제 지난 10월 18일, 노들야학 축제 중 무대에서 객석으로 나오던 노들야학 학생이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해 상처를 입기도 했다.
심한 단차와 함께 지적되는 것은 협소한 출입구다. 무대 위 옆면에 나 있는 출입구까지 합하면 야외공연장 바깥에서 내부로 진입하는 출입구는 총 6곳이다. 그러나 6곳 중 경사로가 있는 곳은 2곳뿐으로 나머지 4곳은 계단이다. 더구나 2개의 경사로 중 하나는 무대 위에서 있어서 결국 휠체어, 유모차 등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객석으로 진입할 수 있는 출입구는 단 한 곳뿐이다.
즉, 휠체어 이용 장애인이 경사로를 통해 객석으로 들어가면 무대 위로 올라가 무대 옆면의 경사로로 퇴장하거나 들어왔던 길로 다시 돌아나가야 한다. 그러나 휠체어가 들고 나는 유일한 통로마저도 두 대가 교차하기 어려운 폭이라서 휠체어 이용 장애인들은 한 대가 완전히 내려간 이후에야 다른 한 대가 올라갈 수 있다.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8월 노들야학은 종로구청 공원녹지과에 민원을 넣었다. 그러나 구청 측은 “야외공연장에는 두 개의 경사로가 마련되어 있다”라며 “점진적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는 소극적인 응대만을 하였다. 이에 노들 쪽에서는 10월에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넣은 상태다.
노들야학은 “설령 법적인 문제가 없다 하더라도 마로니에공원 이용에 실질적으로 불편과 차별을 받은 사실이 존재한다”라며 “특히 마로니에공원은 노들야학에 근접한 거리에 있고 장애인들이 많이 이용하고 있어 사고의 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지난 10월 노들야학 행사 중 사고를 당한 이미정 씨는 “당시 휠체어가 턱에 넘어가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일어날 수 있었다”라며 “나뿐만 아니라 다른 장애인들도 얼마든지 쉽게 넘어질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노들센터 김문주 활동가는 “마로니에공원에서 휠체어 탄 친구가 떨어져 다쳤다는 소식을 듣고 ‘나도 다칠 수 있다, 그리고 또 누군가 다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계단이 아닌 경사로만 있다면 다칠 위험이 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김 활동가는 “턱과 계단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구분 짓고 사회에서 장애인을 분리시키는 기능을 한다”라며 “이러한 턱과 계단을 허무는 것은 위험을 없애고 안전을, 소외가 아닌 화합을 불러온다. 이곳에서부터 턱이 사라지는 것을 보았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노들야학 박경석 교장은 “종로구청은 민원 넣을 땐 검토해보겠다고 하더니 우리가 시멘트를 바르겠다고 하니 대화로 하자고 한다. 우리가 언제 대화 안 했나.”라고 꼬집으며 “우리의 차별과 아픔의 자국을 계단에 남겨놓자. 이것이 우리의 안전을 지키는 직접행동의 출발점이 되도록 하자”라고 외쳤다.
이어 노들야학 학생과 교사 등을 비롯해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뿅망치에 물감을 묻혀 턱을 치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이어 흰 천으로 만든 모의 경사로를 턱 위로 된 길 위에 깔아, 턱을 없애고 경사로를 놓아 휠체어 이용자도 이용할 수 있는 마로니에공원을 만들 것에 대한 염원을 내비쳤다.
강혜민 기자 skpebble@bemino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