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겨울 136호 - 나는 늘 이리저리 흔들립니다 / 최민경

by 루17 posted Feb 07,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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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늘 이리저리 흔들립니다

 「내가 점프하는 이유」 공동체 상영회 GV 후기

 

 

 

 최민경

다른 곳에서 삐걱대며 춤을 추다가 노들야학에 와서 추고 싶은 춤을 추고 있어요. 쉽게 지루해하고 게으름 피우는 것을 좋아합니다.

 

 

 

 

최민경.jpg

 

  「내가 점프하는 이유」(The Reason I Jump)는 히가시다 나오키의 책 『나는 왜 팔짝팔짝 뛸까』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전 세계의 자폐스펙트럼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경험과 주변인들의 인터뷰로 이루어져 있어요.

 

  우리 모두 현실을 조종하며 삽니다. 이 영화의 등장인물들도 현실을 조종하기 위해 (혹은 감정을 조절하기 위해) 어떤 이는 그네를 타고, 어떤 이는 트램펄린 위를 뛰고, 어떤 이는 하염없이 걷기도 해요.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저도 현실을 잘 조종하기 위한 저만의 방법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무기력함이나 허탈함과 같이 좀 더 힘든 감정을 경험하면 더더욱 낯선 행동을 하기도 합니다. 한밤중에 낯선 동네 배회하기, 과음하기, 3일 내내 자기 등등. 이 또한 내 요동치는 감정을 여러 방식으로 조절하려는 시도입니다.

 

  저는 이 영화를 통합교육에 대한 사회적 고민을 나누기 위하여 마련된 상영회에서 보았습니다. 한 유명 만화가가 특수교사를 고소한 사건이 한창 화제가 되었던 때였어요. 사람들은 교사의 편에 서서 아이의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보낸 그를 비판하기도 하고, 학부모인 그의 편에 서서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그를 두둔하기도 하기도 했어요. 화끈화끈한 그 현장에서 통합교육과 자폐스펙트럼장애는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한 조명을 받았습니다. “장애아이들은 자신만의 세상을 살아가므로 특수학교에서 전문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성기 노출과 같은 돌발행동을 한 아이와 내 아이를 같은 학급에 보내고 싶지 않다” 등의 댓글이 달렸는데요. 이 의견들의 저변에는 우리는 서로 다르다는 의미가 숨어있었어요. ‘너는 우리와 다르다’, ‘너의 다름을 용납할 수 없다’, ‘우리는 서로에게 조금의 피해도 입혀서는 안 된다’, ‘그러니까 따로 살자’.

 

  어떤 사람들은 감각신경의 예민성 혹은 둔감성으로 인해 구성원 다수가 보기에 비정상으로 느껴지는 행동을 하기도 합니다. 이는 순순히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에서 ‘도전행동’이라고 불리는 환영받지 못할 행동까지 아주 다양해요. 물론 감각의 수용 방식 차이 외에도 한 개인의 일생 동안의 경험, 학습 방식, 신체 및 정신적 건강 상태, 사회적 관계, 그날의 기분 등이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행동은 내적 불안감을 낮추거나 나름의 방식으로 현실을 조종하기 위한 표현이며 시도들입니다. 이는 상대를 괴롭히려는 의도의 학교폭력과 구분됩니다. 하지만 언론에서는 자폐아, 또래 여학생, 성기 노출과 같이 몇 개의 단어만을 이어 붙여 이목을 끌고 맥락은 삭제한 기사들이 보도되었어요. 그 누구도 이렇게 행동만이 부각되어 대중에게 공개되었을 때 그 잔인한 해석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저는 실제로 갑질이나 학대 정황이 있었는지보다 이 사건을 다루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또 다른 가능성을 받아들일 수 있는 공간이 있는지 더 궁금합니다. 이질적인 듯 보이는 상대에게서 나와의 공통점을 볼 수 있을지, 당연하게 받아들여 왔던 분리된 세계의 이상함을 감지할 수 있는지, 닫힌 마음을 열고 분리보다 통합을 선택할 의지가 있는지 말입니다. 이렇게 통합을 선택한다면, 그때부터 우리는 설레는 변화를 시도해볼 수 있습니다. 교사의 과중한 업무 조정, 지원인력 추가 배치 등 환경을 이리저리 바꿔볼 수 있는데요, 이는 생각보다 엄청난 일입니다. 모두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일인데 오죽하겠어요.

 

  ‘나는 늘 이리저리 흔들립니다.’ 이 문장은 영화의 초반부에 나오는 독백입니다. 저도 늘 이리저리 흔들립니다. 이렇게 흔들리는 내면을 직접 드러내어 말해줘서 고마웠어요. 누구나 지닌 이 연약함을 드러내는 사람을 저는 사랑할 수밖에 없더라고요. 그리고 저는 이렇게 흔들리며, 흔들리는 당신과 살아가고 싶습니다. 아파도, 다쳐도, 늙어도 괜찮다고 말해주며 모두 함께 살아가고 싶어요. 불안함도, 지긋지긋함도, 때로는 감동과 환희도 이 우주의 모든 감정을 맘껏 느끼고 표현하며 당신과 살고 싶어요. 함께 고민해주세요. 함께 살아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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