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성북장애인인권영화제를 마치며
배재현
장애인자립생활센터판 활동가
장애인자립생활센터판으로 활동 공간을 옮기고 모든 것을 새롭게 익혀야 하는 상황에서, 이번 성북장애인인권영화제 진행이 가장 심적 부담이 컸고 힘들었다. 듣기로는 센터의 일 년 사업 중 예산 규모가 가장 큰 사업이라 했다. 영화제를 진행해 본 경험도 없는 내가 덜컥 큰 사업을 맡은 것은 아닌지, 센터에 폐가 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많이 되었다. 본격적인 영화제 준비는 5월 말 슬로건 등을 정하는 첫 회의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리고 7월 말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와 함께 준비 회의를 하면서 영화제에 대한 감을 잡기 시작했다.
이번 영화제의 슬로건은 ‘성북에서 장애인도 함께 살자’였다. 성북지역에서 장애인도 함께 일하고 살아간다는 뜻으로 ‘자립생활’, ‘같이’, ‘함께’를 핵심 키워드로 삼았고, 영화제의 개막작은 「이것도 노동이다」로 정해졌다. 10월 5일 목요일,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성북구청 4층 아트홀에서 개막작을 포함해 총 여섯 편의 영화가 상영되었다.
권리중심 공공일자리 노동자들의 활동과 개별 인터뷰 등 그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담은 「이것도 노동이다」를 시작으로, 지원주택에서의 자립생활과 센터 활동 등 다양한 모습을 그린 「지원주택 사람들」, 장애인 부부의 아기자기한 일상과 생활을 담은 「슬기로운 자립생활」, 활동지원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받기 위한 처절한 코믹 생존기 「거짓말」, 신뢰하는 사람들의 지지와 헝가리의 발리더티 재단(Validity Foundation)이 제공하는 지원을 받아 자립해 살아가는 한 장애인 당사자의 변화를 그린 외국 작품 「내 인생은 나의 것」, 그리고 박기연 열사의 뜨거운 삶과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탄생 에피소드를 그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가 마지막 폐막작으로 상영되었다.
상영작들의 면면을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예년보다 더욱 다양한 장애인의 삶과 현실을 다룬 영화제였다고 할 수 있다.
활동을 하면서 잘 알지 못하는 사업의 과정들을 처음 부딪쳐 가며 준비하는 일은 여러 번 있었지만, 이번만큼 부담을 가진 적도 없었던 것 같다. 이직을 하고 나서 맡은 가장 큰 사업이었고 실수 없이 완벽하게 해야겠다는 마음 때문에, 사업을 준비하고 진행하는 과정 내내 쫀득한 긴장감 속에 살아야 했다.
그럼에도 물론 적지 않은 문제들이 있었다. 포스터 제작 과정이 길어 홍보가 늦어진 점, 우편 발송을 하면서 실수한 점, 진땀을 흘렸던 여러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연휴 기간을 활용해 행사 준비를 해야 했던 것도 무척 힘들었다.
그렇지만 영화제 사업을 앞으로도 계속 맡고 싶고, 적어도 3년 이상은 지속하면서 발전된 모습을 보이고 싶다. 올해 한 번 경험을 해봤으니, 내년에는 유경험자로서 좀 더 노련하고 더욱 알차게 성북장애인인권영화제를 준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