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겨울 136호 - 보치아를 접하면서 / 황인준

by 루17 posted Feb 07,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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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치아를 접하면서

 

 

 

 황인준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권익옹호활동가

 

 

 

 

   내 주변에 중증장애인이면서 보치아 선수로 활동하는 동료가 있는데, 그 동료를 보면서 스포츠 활동을 하며 생활하는 모습이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나에게도 보치아 교실에 참여해 보지 않겠냐는 제안이 들어와서 망설임 없이 참여하게 되었다.

 

  지난해에 기회가 되어 보치아 경기를 관람한 적이 있었는데, 표적구에 볼을 가까이 붙이면 되는 아주 단순한 공놀이로 봤다. 그러나 직접 접해보니 내 생각이 틀렸다는 걸 알게 되었다. 보치아 경기는 공마다 다 성질이 달라서 공들의 특성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하고, 또 미세한 변화에도 변수가 많이 발생하는 스포츠다. 그렇다 보니 다양한 방법을 써가면서 반복적으로 연습해야 하고, 자신이 사용하는 공구를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하는 아주 까다로운 경기다. 특히 내가 이용하는 홈통은 더욱 변수가 많았는데, 공을 놓는 지점이나 미세한 손 터치로도 공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신경 쓰면서 훈련해야 했다.

 

  노들장애인야학과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권익옹호 활동가들로 구성된 보치아 교실은 담당자의 구령에 맞춰 몸풀기 스트레칭으로 시작하는데, 평소 굳어 있는 어깨와 목 등을 풀어주고 나면 몸이 한결 가볍게 느껴지는 듯했다. 우리는 국가대표를 지내신 코치님에게 보치아를 배웠는데, 보치아의 기본적인 이론을 비롯하여 경기 방식과 전략, 정확성을 기하는 법 등을 익힐 수 있었다. 특히 편을 나누어 연습경기를 할 때 적절한 상황에서 코치님이 해주시는 피드백은 시합 경험이 없는 우리들에게 너무나 큰 도움이 되었다.

 

  얼마 전부터는 좀 있으면 개최될 시합에 대비하여, 연습경기를 할 때도 실제 시합의 시간과 규격에 맞춰 연습하고 있다. 나는 작년에 시합에 출전하지 못해 아쉬움을 가지고 있었기에 이번 시합이 더 기다려졌다.

 

  드디어 시합날이 되었다. 체육관에 들어서니 생각보다 참가 선수들이 많았고, 대회를 알리는 현수막과 중앙에 위치한 내빈석의 손님들을 보니 안 그래도 떨렸던 마음이 더 요동치듯 심하게 뛰었다. 시합 전에 내빈 소개와 소장님의 인사 말씀 등이 이어졌다. 시합을 준비하는 시간에 대진표를 보며 예선에서 맞붙는 팀들을 확인하고, 활동지원사와 시합에 필요한 공구를 점검하며 긴장감을 풀려보려 애썼다.

 

  드디어 경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기다리면서 우리 노들 팀의 경기를 봤는데, 상대 팀과 실력 차이가 크게 나는 듯 힘겹게 경기를 하고 있었다. 나는 그동안 연습했던 것처럼만 하자는 생각으로 게임에 들어갔지만, 첫 공부터 실수하면서 첫 경기를 큰 점수 차이로 지고 말았다. 활동지원사와 호흡도 맞지 않았고, 내가 의도한 대로 공이 굴러가지 않자 나도 모르게 더 당황했던 것 같다. 첫 번째 경기에서 실수했던 장면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고, 그 때문인지 두 번째 경기도 아쉽게 지고 말았다. 그나마 두 번째 경기에서는 아깝게 졌다는 것으로 나 자신을 위로했다. 결국 우리 노들 소속의 네 팀 모두 예선에서 탈락하는 허망한 기록을 남기고 시합을 마쳤다.

 

이번 대회 자체는 좋지 않은 결과로 아쉬움을 남겼지만, 보치아를 접하게 되면서 나에게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평소 운동을 하기 어렵고 재활 치료를 받을 형편도 안 되다 보니 항상 몸이 경직된 상태로 지냈다. 아마 많은 장애인들이 이런 어려움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먼저 보치아 교실에 나가면 굳어 있던 몸을 풀 수 있어서 좋다. 더불어 이 스포츠활동을 통해 스트레스나 억눌려 있었던 감정이 해소되는 효과는 물론이고, 동료들과 경기에 집중하다 보면 집중력이 향상되어 일상생활에도 큰 도움이 되는 것을 느꼈다. 아울러 무엇보다 큰 소득은 보치아 교실을 함께 한 동료들과 끈끈한 친분이 생겼다는 것이다. 보치아 교실에 참여하길 참 잘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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