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들아 안녕
정해져 있지 않은 답을 함께
송나현
노들장애인야학 교사
안녕하세요. 2023년 2학기부터 노들장애인야학에서 정교사로 활동하게 된 송나현이라고 합니다. 제가 처음 이곳에 오게 된 계기는 정말 별것 없었어요. 저는 아직 학교를 다니고 있는데요, 4년 넘도록 학교 울타리를 넘지 않는 공부만을 계속하다 보니 점점 제가 읽고 쓰는 것에 대한 궁금증 내지는 의구심이 들었어요. 경험의 폭과 관계의 반경이 점점 더 좁아지는 것이 느껴졌고, 그렇게 좁은 삶을 영위하고 있는 제가 뭔가를 쓰는 것이 얼마나 의미가 있나 싶은 순간이 많아졌거든요. 관성대로 공부만 하지 않고, 다른 방식으로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이들 수 있는 길이 있지 않을까 고민하는 시간도 길어졌고요. 그러면서 막연하게 학교 바깥의 활동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짧은 경험 속에서 조금이나마 할 줄 아는 것이 배우고 가르치는 일이라 생각했고요. 이런저런 야학을 기웃거리다가 친구인 이예진 선생님의 권유로 노들을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저에게 노들은 늘 다른 방식으로 예상을 깨뜨리는 공간이었어요. 우선 익숙지 않은 공간에서 으레 그렇듯 쭈뼛거리고 있을 때 먼저 누군가 다가와 말을 걸어주는 것, 자연스럽게 아는 얼굴이 생기는 경험부터가 너무 오랜만이라서 낯설었어요. 그렇게 알게 된 학생분들은 이전에 쌓은 관계들과는 달리 아무런 각본 없이 만나야 했고, 그래서 더 좌충우돌이 많았던 것 같아요. 수업 시간에 쩔쩔매거나 집에 돌아가서 혼자 자책하는 날도 많았어요. 한 학기 정도가 지나며 지금은 아주 조금 서로에게 익숙해졌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그리고 아마도 계속 만들어지는 과정에 있는 관계들일 것 같아요. 아무런 생각 없이 수요일 아침에 혜화역 선전전에 갔다가, 갑작스레 발언대에 오르게 되는 일도 처음이었습니다. 이규식 대표님 질문에 답변만 하면 되는 것이었는데도 너무 긴장해서 한참을 버벅거렸던 기억이 나요. 다음부터는 선전전에 나올 때 마음의 준비를 굳게 하고 와야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답니다. (나중에 〈비마이너〉 기사를 확인해 보니 “잔뜩 웅크린 채” 발언했다고 나와 있더라고요.)
하지만 노들을 만나고 가장 예상 밖이었던 것은, 학교에 다니며 고민했던 질문들에 대한 명쾌한 답을 찾지 못했다는 점이었어요. 노들이라는 공간과 익숙해지는 과정에서, 여러 학생분들과 이야기하고 교사분들의 고민도 조금씩 들을 수 있게 되었어요. 그러면서 노들은 명확한 답이 존재하지 않는 질문들도 포기하지 않는 곳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여태까지 제가 마주했던 질문들은 대부분 답이 정해진 것들, 혹은 답이 정해져 있다고 생각되는 것들이었거든요. 정해진 답이 없는 질문들은 늘 나중으로 미뤄두었고요. 그런데 노들에 와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새로운 난관에 부딪혀도 포기하지 않고 더 나은 방향을 향해 싸울 줄 아는 분들을 정말 많이 뵙게 되었어요. 물론 그래서 처음 노들에 발을 들일 때 떠올렸던 질문들을 개운하게 치워버릴 수는 없었지만, 오히려 방향을 바꿔서 더 구체적이고 생생한 질문들로 바꿔나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막연하지만은 않고 조금은 길잡이가 될 수 있는 질문들, 예컨대 같은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 어떤 마음가짐으로 관계를 시작하고 유지할 수 있을지, 노들과 어떻게 변해갈 수 있을지와 같은 질문들로요.
앞서 그나마 할 줄 아는 게 배우고 가르치는 일이라 했지만, 짧은 시간 노들과 함께하며 노들에서의 배움이 제가 알고 있는 배움과 아주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그래서 신입 교사로서 이곳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가 조금은 막막합니다. 그렇지만 그간 노들과 함께한다는 건 낯선 경험 속에서 더 새롭고 많은 질문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알게 된 만큼, 그리고 그 질문들을 함께할 분들이 이곳에 많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만큼, 조금 더 자신감을 가지되 조금 더 조심스럽게 수업에 임해보고자 합니다. 어려운 부분이 있으면 혼자서 고민만 하지 않고, 저보다 노들에 오래 계셨던 분들께 많은 의견과 조언을 구해보려고 해요! (도와주시리라 믿어요ㅎㅎ) 아직 부족한 것이 많지만 자만하지 않고 천천히 함께하다 보면, 나중에 뒤를 돌아봤을 때, 어떻게든 길을 찾아가고 있었음을 확인하게 되지 않을까요? 그럼,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