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들아 안녕
짝사랑의 마음으로
임혜정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
안녕하세요.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장애인 활동지원 담당자로 일하고 있는 임혜정입니다. 올해 3월에 입사했습니다. 아시다시피 3월과 4월은 420투쟁 기간이라, 유리빌딩이 북적북적 시끌시끌하고 굉장한 투쟁의 활력이 넘쳐납니다. 때로는 주위가 시끄러워 전화상담이 힘들 때도 있지만, 그래도 이 생동감 있는 현장이 참 좋습니다. 제가 작년에 개인적으로 감당하기 힘든 일이 한꺼번에 터져서, 살도 많이 빠지고 우울증까지 왔습니다. 이곳에서 420투쟁에 참여하며 제 안의 씩씩한 건강성을 많이 회복하게 되었습니다.
노들센터에 입사하기 전에는 장애인의 권리가 정부에 의해 외면당하고 열악한 환경에 처해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습니다. 가끔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때 장애인이 휠체어를 타고 들어오면 사람들은 눈총을 줍니다. 비좁은데 더 비좁게 한다고. 정작 그것이 장애인 이동권 투쟁의 결과임을 알지 못합니다. 정부가 나서 시민들을 위해 설치해준 것이 아니라, 장애인들이 피땀 어린 투쟁을 통해 쟁취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합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현장실습 기간에 이규식 대표님이 ‘당신은 활동가인가, 직장인인가?’라는 질문을 했습니다. 활동가는 주어진 지침대로만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라, 장애인이 스스로 주체가 되어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부족한 것은 채워나가고 필요한 것은 쟁취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유리빌딩에는 많은 활동가들이 있습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 씩씩하고 활기가 넘칩니다. 기존 질서에 순응하지 않고 쟁취하려는 사람들 특유의 눈빛이 빛납니다. 때로는 차별과 시련과 외로움을 묵묵히 견뎌낸 단단한 눈빛에 감동을 받기도 합니다.
오늘도 이곳 유리빌딩에는 많은 사람이 오가고 또 시끌벅적할 것입니다. 장애인들의 정당한 요구와 목소리를 들으려 하지 사람들에게 ‘장애인 이동권 보장, 거주시설 폐지,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 장애인복지법 전면 개정, 장애인평생교육법 제정, 권리중심공공일자리 제도화 쟁취’를 위해 분주히 움직일 것입니다. 다들 다치지 말고 건강하세요.
저는 이곳을 짝사랑합니다. 아직 동지로 스며들지 못했지만, 언젠가는 여러분들의 동지가 되지 않을까요? 실력도 키우고 체력도 길러 활동가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기를 고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