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수미는
이수미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권익옹호활동가
안녕하세요. 노들장애인야학 총학생회 총무를 맡고 있고,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개인 대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권익옹호활동가 이수미입니다.
「그런데 수미는」은 지난 6월 15일 대학로 이음센터에서 개최된 제8회 종로장애인인권영화제에서 폐막작으로 상영되었습니다. 노들센터 활동가로부터 저를 주인공으로 하는 영상을 찍자는 말을 들었습니다. 작년에도 찍자는 제안을 받긴 했는데, 다른 일정들 때문에 할 수가 없었습니다. 올해는 거절할 수가 없어서 같이 찍게 되었습니다.
종로장애인인권영화제에서 「그런데 수미는」을 많은 사람들과 함께 보는 것이 쑥스럽고 어색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보고 나서 다들 좋았다고, 감동적이었다고 말해 줘서 힘이 나고 감사하고 뿌듯했습니다. 그리고 다큐를 찍었을 때의 일들이 생각났습니다.
「그런데 수미는」을 촬영하는 날에 비가 억수로 왔는데요, 성북구에 있는 길상사에 촬영을 갔던 일과 조계사로 여러 번 투쟁하러 갔던 일이 생각났습니다. 탈시설을 하고난 후 너무나 바쁘게 살아왔는데, 이번 다큐 촬영을 하면서 내가 살아왔던 길을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저도 다큐 촬영을 해보는 것은 처음이라, 약간 긴장도 되고 어떻게 찍으면 잘 나올까 고민도 했습니다. 길상사에서 갔다 와서는 집에서 커튼은 치고 촬영을 했는데, 민푸름 활동가가 잡음이 안 들어가야 된다고 신경을 많이 써서 저도 긴장하면서 촬영을 했습니다.
투쟁에 대한 얘기를 할 때는 좀 울컥했습니다. 경찰하고 싸웠던 생각, 아침 지하철 선전전, 작년 420때 용산역에서 하루 종일 비를 맞으며 투쟁했던 것들이 생각났습니다. 윤석열 정부와 오세훈 서울시장은 권리중심 공공일자리를 훼손하고, 「장애인복지법」을 개악하려 하고, 탈시설 장애인들에 대한 전수 조사를 실시하고, 악의적인 언론 플레이를 하는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우리를 탄압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들의 탄압이 거세질수록 장애인 당사자들의 투쟁은 더욱 뜨겁고, 끈질기고, 가열차게 이어질 것입니다. 저도 그 투쟁의 현장에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싶습니다.
제가 지금처럼 일하고 공부하고 투쟁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선배 활동가들의 피땀 어린 활동으로 새로운 정책과 제도가 마련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선배 활동가와 열사들을 생각하면서, 나도 그런 활동을 이어감으로써 다음 세대가 지역사회에서 당당하게 자기 권리를 누리며 살아갈 수 있도록 더욱 힘차게 투쟁해 나가야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촬영을 해주신 민푸름 선생님에게 감사하고, 「그런데 수미는」을 보신 후 좋았다고 말씀 주시고 응원해 주신 모든 분들에게도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