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_노들장애인야학 개교 30주년
노들야학의 지난 10년과 앞으로의 전망
천성호
노들장애인야학 공동교장
1. 노들장애인야학 10년간의 변화
노들장애인야학은 지난 30년의 시간 동안 아주 많은 변화를 겪어 왔다. 야학은 장애인들의 교육 공간이자 투쟁의 공간이기도 했고, 최근에 노동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또한 야학은 장애인들의 권리 투쟁에 앞장선 만큼, 그 변화의 파장은 야학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2013년 이후 야학에 큰 변화를 준 최근 10년간의 주요 활동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노들장애인야학 최근 10년간 주요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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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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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들장애인야간학교'에서 '노들장애인야(野)학'으로 명칭 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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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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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교 20주년 기념행사 '노란들판의 꿈'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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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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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들장애인야학 급식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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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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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교 20주년 기념 단행본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업합시다』(까치수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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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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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발달장애인 평생교육 프로그램 “천천히, 즐겁게, 함께” 사업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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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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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들장애인야학 ‘유네스코 지속가능 발전 교육 공식 프로젝트’에 인정기관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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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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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들장애인야학 교육 공간 확장(4층 공간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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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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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다방’ 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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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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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들장애인야학 부설 ‘노들장애학궁리소’ 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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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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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거주시설 인강원 학생들 야학에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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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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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적폐 폐지 광화문 농성 마무리(2012. 8. 21 ~ 2017. 9. 5까지 1,842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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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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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장애인고용공단 서울지사 점거 농성(2017. 11. 21 ~ 2018. 2. 13까지 85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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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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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이사(5층),‘대항로’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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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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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들장애인야학 개교 25주년 기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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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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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 평생교육기관 시범운영을 통한 일반화 모델 개발연구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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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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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형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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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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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박경석 교장 퇴임/ 김명학·천성호 4대 공동교장 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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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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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란들판 3층 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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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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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한 밥상 후원 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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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8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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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들장애인야학 30주년 개교기념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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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간 노들장애인야학에서 있었던 큰 변화를 정리하면, 첫 번째는 학교의 명칭을 ‘야간학교’에서 ‘야(野)학’으로 바꾼 것이다. 이는 두 가지 의미가 있는데, 과거 산업화 시대의 비정규 학교 명칭에서 벗어나 야학의 정체성을 들판의 학교, 거리의 학교로 다시 재정의했다는 것이다. 또한 야학의 수업 시간을 야간이라는 시간의 제한을 넘어 주간으로까지 확장시켰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학생 무상급식을 2014년부터 시작하면서 학생들과 교사들이 함께 밥을 먹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발달장애인거주시설 인강원 학생들이 야학에 나오면서 주간에 자립생활 교육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자립생활은 탈시설의 방향으로 진행되었고, 당사자 스스로가 결정을 하는 것이 중요한 내용이었다. 이후에도 발달장애학생들이 계속 늘어나면서 학생 구성의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네 번째는 주간 시간대의 ‘발달장애인 평생교육 프로그램’이 ‘서울형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로 전환되어, 최중증장애인에 대한 새로운 노동과 직무를 제시했다는 점이다. 이외의 많은 사건이 지난 10년 동안 있었고 야학은 계속 변화해 왔다.
2. 야학의 변화
1) 학생의 변화
노들야학의 학생 구성은 1993년 이후 30년간 많은 변화가 있었다. 학생 수도 지속적으로 늘어났고, 야학의 활동과 교육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학생들의 장애 유형에도 변화가 있었다. 개교 당시 학생은 중검반 5명, 고검반 9명으로 총 14명이었고, 모두 뇌병변장애였던 것으로 파악된다. 교사는 15명이었다.
2013년 노들야학의 학생 구성은 다음과 같았다. 청솔1반 13명, 청솔2반 14명, 불수레반 13명, 한소리반 16명으로 총 학생 수는 56명이었다. 학생 수가 개교 당시보다 4배 불어났다. 학생들의 장애 유형은 뇌병변장애 34명, 지체장애 9명, 발달장애 8명, 정신장애 3명, 언어장애 1명, 미등록 1명이었다.
2023년 현재 노들야학에는 총 84명의 학생이 나오고 있으며, 장애 유형은 뇌병변장애 29명, 지체장애 9명, 발달장애 43명, 정신장애 3명이다. 2013년과 비교했을 때 발달장애 학생들이 크게 늘어 과반을 넘게 되었다.
〈노들장애인야학의 장애 유형별 학생 수 변화〉
년도/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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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병변장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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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체장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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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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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장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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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학생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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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 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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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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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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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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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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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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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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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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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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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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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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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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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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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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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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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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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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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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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유형에 따른 전체 학생 변화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가장 큰 변화는 발달장애 학생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뇌병변장애 학생 수가 감소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변화는 인강원 거주인들의 입학, 발달장애인들의 탈시설, 재가 발달장애인의 입학 등을 원인으로 볼 수 있다. 야학 학생들의 장애 유형은 탈시설운동과 맞물려 변화되었다고도 볼 수 있는데, 탈시설 초기에는 뇌병변장애인들이 많았던 반면, 2010년대 중반 이후에는 발달장애들인의 탈시설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2) 교사 수의 변화
1993년 야학 설립 당시에는 자원활동 대학생 교사 15명으로 출발하였고, 2003년의 교사 수는 16명이었다. 2013년에는 상근교사 9명, 자원활동 교사 11명, 특활반(미술반, 연극반, 음악대) 교사 3명 등 총 23명이었다. 1993년 이후 과정별 반도 확대되었고, 교과목의 증가, 특활반 개설도 전체 교사들이 확대되는 계기가 된 것으로 본다.
2023년 현재에는 상근교사 15명, 자원활동 교사 21명, 낮수업 강사 20명 등 총 56명으로 늘어났다. 이러한 교사 수 증가는 야학 상근자의 증가, 낮수업 진행, 저녁수업 교육과정의 다양화, 발달장애인 대상 담당 교사수의 증가로 인한 것이라 분석될 수 있다.
3) 수업의 변화
1993년 개교 당시에는 중검반과 고검반 두 반으로 수업이 구성되었다. 이후 초등반이 증설되었다. 수업은 검정고시 과목 위주로 구성되었다.
2003년 수업시간표는 기초문해에 해당하는 우리반, 초등과정인 청솔반, 중등과정인 불수레, 고등과정인 한소리반으로 구성되었다. 우리반은 국어와 수학, 청솔반은 국어, 수학, 과학, 불수레반과 한소리반은 국어, 수학, 영어, 과학, 국사, 사회 등으로 구성되었다.
2013년 수업시간표는 청솔1반, 청솔2반, 불수레반, 한소리반으로 구성되었고, 월, 화, 목, 금 주 4회 교육과정으로 편제되었다. 수업은 국어, 수학, 사회, 과학, 특활 등으로 구성되었고, 국어와 수학의 경우에는 수준별 수업을 시도하였다.
2023년 현재에는 낮수업(권리중심 공공일자리)과 저녁 수업으로 나뉘어 진행되고 있다. 낮 수업은 발달장애인 대상의 수업으로 구성되어 있다. 저녁 수업은 월, 화, 금은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국사 등 기본 교육과정 수업으로 진행되며, 목요일은 음악대, 연극, 민중가요, 미술, 권익옹호, 음악감상 등의 특활수업으로 구성되어 있다. 월요일 1, 2교시에는 철학과 장애학 등으로 구성된 인문학 선택 수업이 진행된다. 야학은 정규 교과 수업 외에 모꼬지, 단합대회, 학급회의, 총학생회의 등의 학사 일정이 진행된다. 또한 장애인 운동의 주요 일정과 맞물려 현장 수업도 진행한다.
전체적으로 노들야학 수업의 변화는 교육과정의 세분화, 학생 장애 유형의 변화, 학생 수의 증가, 야학 교육목표의 다양화, 장애인 공공일자리의 확대, 장애인 권리의 획득 및 장애인 정책의 변화와 맞물려 이루어지고 있다.
3. 노들야학 학제개편위원회의 활동
1) 노들야학 학제개편위원회의 설치 배경
이번 학제 개편은 3, 4교시(저녁 7시 반에서 9시까지의 수업)에 학생들의 출석률이 높지 않은 것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되었다. 이는 몇 년 전부터 이어지고 있는 현상이기도 했다. 2012년에도 학제 개편에 대한 논의가 있었는데, 이때는 각 학생의 진도에 맞는 반 배치, 학생의 수준에 대한 고민, 과목의 난이도와 관련하여 야학의 교육과정을 좀 더 체계화하는 것이 목표였다.
최근 몇 년 사이 3, 4교시 출석률이 높지 않은 이유는 몇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노들야학에서 기존에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던 했던 건 뇌병변장애 학생들이었다. 그런데 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 공간의 확대, 자조 모임의 증가, 공공일자리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증가, 고령화에 따른 건강 문제 및 체력 약화 등으로 늦은 시간의 출석이 어려워진 측면이 있다. 한편 앞서 언급되었듯이 발달장애인들의 탈시설 증가, 주간에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공간과 활동 프로그램의 부재 등으로 발달장애 학생들은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다. 최근 몇 년간 야학 입학 문의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도 발달장애인들이다. 발달장애 학생들의 경우 탈시설을 준비하는 분들은 3, 4교시에도 참여도가 높고, 장애인활동지원 시간이 부족하다 보니 야학이 머무는 시간이 길며, 전반적으로 출석률이 높은 편이다. 반면에 재가 발달장애인의 경우에는 3, 4교시의 출석률이 그리 높지 않다.
학제개편위의 고민은 3, 4교시에 학생들의 출석률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이 시간대의 수업 운영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이다. 기존의 방식을 유지하면서 3, 4교시의 참여율을 높일 것인가? 아니면 3, 4교시를 새롭게 재편해야 하는가? 주간의 공공일자리 참여와 늦은 시간대의 야학 출석은 어떤 보완적 관계를 맺어야 하는가? 이런 고민과 문제의식을 가지고 학제개편위의 활동이 시작되었다.
2) 노들야학 학제개편위원회 활동
학제개편위는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가기 전에 교사수련회를 통해 세 번의 토론 과정을 거쳤다. 우선 2022년 1월 교사수련회에서는 박경석 전 교장이 탈시설 장애인의 현황, 권리중심 공공일자리, 장애인평생교육법, 교육부 매뉴얼 등을 소개하면서, 앞으로 변화될 수밖에 없는 현실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또한 야학의 교사, 학생, 수업의 변화에 따른 준비, 그리고 전장연, (사)노판들판, 들다방과의 관계에 대해 교사들과 함께 논의했다. 2022년 7월 교사수련회에서는 1차 토론의 테마들을 좀 더 세부화해 논의가 진행되었다.
2023년 1월의 교사수련회에는 천성호의 발제를 통해 지난 30년간 노들야학의 교육에서 나타난 변화 및 야학 출석률을 반별/학생별로 정리하여 제시하고, 학제 개편은 더 미룰 수 없는 과제임을 확인했다. 그리고 2023년부터 1학기부터 학제개편위원회를 정식으로 구성하여 회의를 진행할 것을 제안했다.
이에 따라 학제개편위에 참여할 교사들이 10명 선정되었고, 격주로 목요일 7시에 회의가 진행되었다. 학제 개편에 대해 구성원들과 다양한 의견을 나누면서, 학생들에 대한 전반적인 실태조사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학생들이 ‘왜 야학에 오는 것일까?’에 대해 교사들의 의견이 아닌, 학생들로부터 직접 답을 듣고 싶었다. 그래서 전체 학생에 대상 설문조사가 진행되었으며, 2023년 1학기에 모두 7차례의 학제개편위 회의를 진행했다.
3) 노들장애인야학 학생 대상 설문조사 결과
2023 노들장애인야학 교육과정 개편을 위한 학생 설문조사
□ 조사기간: 2023. 5. 20 ~ 6월 말
□ 응답자: 노들야학 학생 61명(노들야학 53명, 주간반 8명)
□ 조사내용:
1. 기초 자료 조사
-입학년도, 소속, 장애유형, 출생연도, 최종학력, 일자리 유형, 노동시간, 기초생활수급여우, 동거형태, 주거형태, 활동지원시간, 이용중개기관, 등학교 시간, 등하교방법, 타프로그램 참여, 자기소개
2. 학교생활 조사
-노들야학 재학 기간, 입학이유, 입학경로, 출석이유, 휴학경험, 주당수업출석횟수, 참여교시, 참여이유, 3,4교시 결석이유, 앞으로 개선점
3. 야학 수업 내용과 방식
-전반적 만족도, 개선방향, 개설희망과목, 선호수업 시간대, 시청/이용 매체조사, 학습목표, 희망졸업시기, 졸업 희망이유와 시기, 졸업 비희망이유, 가정내 학습지원환경, 희망하는 일자리 참여 여부
4. 장애인일자리
-일자리 시작이유, 3,4교시 선택시 수강의향, 저녁수업수강, 현재 일자리 장점, 개선점, 직무개발 필요한 사항
5. 기타
- 학제개편에 바라는 점
학생 실태조사를 통해 파악된 주요 내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전체 응답자 55명 중 35명이 공공일자리(서울시/종로구)에 취업 중이다. 공공일자리 외에도 다양한 형태로 취업 중인 학생이 많았다. 건강 및 개인적 사유로 취업을 원치 않는 학생을 제외하면 야학 학생은 대부분 취업이 되어 있는 상황이다. 다만 취업한 학생들의 고용형태가 문제이다. 공공일자리의 경우 복지형(주 15시간)과 시간제(주 20시간)로 한정되어 있다. 또한 취업 유형이 아르바이트, 단기직, 비정규직, 계약직으로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불안정한 조건에 있었다. 실제로 서울시 공공일자리의 경우, 작년에 1년 단기 계약제로 참여한 12명의 학생은 올해 계약이 해지되어 실업자로 전락했다.
3, 4교시에 결석하는 이유는 ‘몸이 피곤해서’가 14명, ‘너무 늦은 귀가 때문에’가 9명, ‘활동지원 시간이 부족해서’가 7명, ‘장애인 콜택시 때문에’가 5명으로, 응답자의 절반 정도가 불가피하게 출석하기 어려운 것으로 확인되었다.
학생 본인이 선호하는 수업 시간은 ‘1, 2교시만’으로 응답한 학생이 총응답자 52명 중 29명으로 절반이 넘었다. 다만 유형별로 나눠보면, 발달장애 학생들의 경우에는 3, 4교시 수업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이 설문을 통해 확인된 것은 3, 4교시 수업 참여가 쉽지 않다는 것이며, 발달장애 학생의 경우는 3, 4교시에 대한 대안적 수업이 요구된다는 점이다.
한편 ‘야학을 졸업하고 싶은가’라는 문항에는 ‘졸업하고 싶지 않다’는 응답이 총응답자 53명 중 73%인 39명을 차지해, 많은 학생들이 야학을 졸업하지 않고 계속 다니고 싶어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2023년 여름 교사수련회에서 진행된 학제 개편 토론회
4) 학제 개편의 방향
2023년 2학기에도 학제개편위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논의의 핵심은 3, 4교시를 어떻게 학생들의 현실을 반영한 수업으로 편제할 것이냐의 문제다. 이 문제를 3, 4교시만 놓고 볼 수는 없으며, 1, 2교시 과목과 교육과정도 같이 연동하여 생각할 수밖에는 없다. 학제 개편의 방향을 설정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풀어야 할 고민이 있다.
첫 번째로 청솔 1반은 발달장애 학생들 17명을 A반과 B반으로 나누어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학생 수가 각각 8∼9명이다. 발달장애 학생반은 8명도 그 수가 많은 편이라 3∼4개 반으로 개편하는 안이 있을 것 같다. 더불어 야학의 교사들은 발달장애 학생에 대한 교수 방법, 일상생활 지원, 감정표현, 어려운 행동 지원 등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관련 교육과 함께 학생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필요하다. 청솔 2반, 청솔 3반, 불수레반, 한소리반의 출석과 관련해서도 수업 조정이 필요하다. 이렇게 야학 수업을 개편한다고 가정했을 때, 1, 2교시와 3, 4교시의 기초 수업 및 수준별 수업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두 번째로 현재 야학은 학교 형태의 교육과정으로 구성되어 있기에 학생도 전체 수업에 필수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하지만 앞으로는 학생이 자신의 관심, 욕구, 시간에 따라 과목별로 일부 수업에만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고민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방안이 실행될 수 있으려면, 학생의 수업 참여 횟수에 따른 시와 교육청의 지원 근거도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또 다른 방안으로는 지역의 장애인들에게 장애학, 자립생활, 인문교양, 문화예술 교육 등을 열린 프로그램의 형태로 제공하면, 장애인들이 자신의 여건과 필요에 맞게 다양한 형태로 참여하는 방식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현재는 노들장애학궁리소가 이러한 역할을 일부 수행하고 있는데 공동의 논의가 필요하다.
세 번째는 권리중심 공공일자리를 포함하여 장애인의 노동과 교육의 관계가 고민되어야 한다. 평생교육의 여섯 번째 영역인 ‘직업능력교육’의 일환으로 노동과 교육을 연결해 볼 수 있으며, 특수학교의 전공과와 같은 과정을 야학에 개설하는 방안도 고민해 볼 수 있을 것이다.
4. 이후의 전망
모든 사회운동과 변혁은 민중들의 아픔과 모순이 있는 곳에서 발생한다. 노들야학이 설립된 1993년도 장애인이 인간으로 대접받지 못하던 시절이었다. 골방과 시설에서 자유를 속박당한 채 지내야 했다. 장애인들이 지역사회로 나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노들야학은 30년간 교육, 이동, 노동, 탈시설, 자립생활 운동 등 모든 장애해방 운동에 동참해 왔다.
노들야학의 교육 목적은 자신의 삶과 권리를 찾기 위한 실천에 함께하고, 배움을 통해 스스로 의식화되는 것이다. 야학의 배움은 단순히 교실만이 아닌 현장과 거리에도 있는 것이며, 이러한 투쟁과 배움은 스스로를 새롭게 정체화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노들야학의 30년을 되돌아보면 검정고시 준비반에서 지금의 권리중심 공공일자리까지 많은 변화가 이루어졌다. 앞으로 장애인의 권리와 자유가 확대되는 형태로 노들야학도 더욱 다듬어져야 한다. 앞으로도 세상의 약한 존재들과 함께 연대하고 투쟁하자. 노들의 지난 역사에서 배우고 새로운 혁신을 실천하면서, 아직 오지 않은 노란들판을 만들어 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