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퍼는 명절이죠~
창현
노들장애인야학 교사, 노동하고 행동하는 성소수자
코로나19로 인한 제한이 끝난 후, 명절이 다가오듯 2023년도 퀴어퍼레이드가 다가오고 있었다. 이전에는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에서 진행하는 부스에 함께하는 정도로 참여했지만 이번에는 노들야학 상근자로, 그리고 준비팀의 일원으로 참여를 하게 되었다.
‘올해도 똑같이 서울광장에서 진행하겠지?’라고 생각하며 부스를 어떻게 꾸릴지 이런저런 계획을 세워봤지만, 이런 계획은 곧 다 깨지게 되는데.
서울광장 사용 불허!
맙소사, 매년 퀴퍼 행사를 진행해 왔던 서울광장을 사용할 수 없다니.
한 기독교 단체에서 청소년과 청년을 대상으로 한 회복콘서트로 같은 일자에 광장 사용을 신청했고, 서울시에서는 청소년 행사를 우선한다는 지침에 따라 그 기독교 단체에 사용 신청을 허가해 주었다고 한다. 퀴어 중에도 청소년이 있는데….
이때부터 물론 조직위 등에서 장소 사용에 대해 분주히 대응했지만, 개인적으로 당장 서울시에 쳐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광장 사용에 대한 회의 수기록을 보고 나서는 더더욱 분노스런 감정이 남아서, 며칠 동안 화가 난 상태로 지내기도 했다.
하지만 7월 1일 퀴퍼는 무조건 진행한다!
올해 노들야학은 부스뿐만 아니라 차량 운행에도 같이 참여하게 되었다. 차량에 선정되는 것은 크게 기대를 하지 못했는데, 선정되었다는 소식에 무척 즐거웠다.
행진준비팀에서 차량에 올라갈 사람이 필요하다고 연락이 왔고, 사람을 찾으러 이곳저곳 수소문을 하고 다녔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잡으면서 “저기 퀴퍼 행진 차량에 올라가실 생각 없으세요?”라고 간절한 마음으로 물어보았지만 “전 괜찮아요”, “ㅎㅎ 아니요”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결국 나랑 노들야학의 노동자이자 학생인 박성숙 님이 올라가는 것으로 정해졌다. 성숙 님에게 퀴어퍼레이드에 대해 설명하고 사진을 보여주며 “차량 위에서 함께 춤추고 공연하는 거 성숙 님 하고 싶지 않으세요?”라고 여쭤보았고, 성숙 님은 “네, 하고 싶어요”라고 말해주셨다. 그렇게 창현, 성숙의 차량 공연이 정해졌다.
얼마 후 퀴퍼가 을지로에서 열린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길거리에서의 퀴퍼도 오랜만이지만 늘 하던 서울광장이 아닌 다른 장소이다 보니, 부스의 배치나 동선 등에 대해 감을 잡지 못했다. 조금은 초조하고 불안한 가운데 시간이 흘러갔고, 7월 1일이 되었다.
전날 있었던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 전동 행진과 행진 차량 꾸미기 노동의 여파로 체력이 떨어진 상태였지만, 무거운 몸을 이끌고 아침 일찍부터 부스 준비를 시작했다. 차를 끌고 온 노들야학의 임당 동지, 그리고 여러 준비팀 동지들의 도움으로 빠르게 준비할 수 있었다.
낯선 을지로 거리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다른 단체에 활동하는 동료들, 오래간만에 보는 친구들, 그리고 조금은 보기 싫었던 사람들까지, 정말 명절 같은 분위기가 느껴졌다.
“안녕하세요. 노들야학입니다. 부스 구경하고 가세요~ 특별 굿즈도 있어요~~”
찜통 같은 열기가 느껴지는 부스에서 안내를 하고 노동을 하는 현장. 아무리 물을 마셔도 전부 땀으로 물이 빠져나오는 인체의 신비를 느끼며, 현장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행진 차량이 오면서 성숙 님과 차량에도 올라가 보고, 정성 들여 고른 음악을 들으면서 준비를 하고 있었다.
행진 시작해요!!
시간이 흘러서 행진 시간이 되었고, 노들야학은 1번 차량! 차에 올라간 순간 나도 성숙 님도 얼마간 긴장을 했다. 성숙 님에게 컨디션은 괜찮은지 체크를 하고, 대화를 계속 주고받으면서 차량이 서서히 출발하고, 인파가 차량을 따라 움직이면서 퀴어퍼레이드의 꽃 거리 행진이 시작되었다. 음악에 맞춰 드렉퀸분들의 공연이 이어졌고, 대오와 함께 구호도 외친 후 명동을 지나간 순간, 성숙 님과 창현의 공연이 시작되었다.
퍼포먼스의 달인, 역시 멋진 성숙님! 연습을 제대로 못해서 긴장한 창현^^ 어떻게 한 건지도 모르게 공연이 끝났다.
모두의 존재, 모두의 권리를 외치고 요구하면서 행진은 목적지에 다다랐다. 이전 퀴퍼에서도 무대 공연이나 차량 공연의 경험이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이번 2023년 차량 행진이 가장 즐거웠다. 함께한 성숙 님도 수많은 사람 앞에서 같이 춤추고 공연한 일이 무척 즐거웠다고 평가해 주셨다.
이번 퀴퍼는 내가 일하는 단체의 소속으로 동료들과 함께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퀴퍼 사상 처음으로 차량에서 발달장애인 당사자가 함께 공연을 했다는 점에서 무척 의미가 깊었다. 퀴퍼 끝 무렵 뜨겁게 달아오른 동료들의 시원한 웃음을 끝으로 모든 행사를 마무리했다.
내년에는 과연 어떻게 준비를 하게 될지 모르지만, 올해처럼 모두에게 즐거운 퀴퍼가 되길 희망하며 외쳐본다.
장애인에게 권리를! 성소수자에게 권리를!
우리에게 평등한 권리를!
차별은 이게 그만! 혐오는 쓰레기통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