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들바람을 여는 창
김도현
〈노들바람〉 편집인
안녕하세요. 김유미 교사가 이번 학기부터 노들장애인야학 사무국장을 맡게 되면서 당분간 『노들바람』 편집인을 맡게 된 야학 교사 김도현입니다. 노들장애학궁리소 연구활동가로도 일하고 있지요. 꽤 오래 전인 2016년, 김유미 교사가 안식년을 갔을 때에도 일 년간 편집인 역할을 한 적이 있었는데요, 오랜만에 이렇게 다시 인사를 드리려니 조금 쑥스럽기도 하고 감회가 새롭기도 합니다.
저는 얼마 전 『장애의 정치학을 위하여』(바버라 아네일‧낸시 J. 허시먼 엮음, 후마니타스, 2023)라는 장애학 번역서를 한 권 내게 되었는데요, 이번 ‘노들바람을 여는 창’에서는 이 책의 서문 중 일부를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올해로 30주년을 맞은 노들야학의 활동도, 또 저희가 22년째 이동권을 외치고 있는 것도, 어쩌면 이 같은 새로운 ‘연립’(聯立)와 ‘공생’(共生)의 세상을 열어내기 위한 것이 아닐는지요.
“이 책의 저자들 또한 논하고 있는 것처럼, ‘돌봄을 좀 더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별도의 범주로 다루어지지 않을 때, 그 밖의 모든 이들과 다르지 않은 것으로 여겨질 때, 실질적인 승리가 다가올 것이다. 우리는 어릴 때, 나이 들었을 때, 또는 상해나 질환에 의해 장애를 갖게 되었을 때만이 아니라, 모두가 그리고 언제나 도움을 필요로 한다. …… 당신이 한 켤레의 신발을 신은 채 걷고, 책을 읽고, 컴퓨터를 사용하고, 친구에게 조언을 구하고, 차를 운전하고, 어떤 도구를 빌리고, 아침 식사로 따뜻한 오트밀을 만들고, 문자를 보내고, 은행 계좌를 사용하고, 선거에서 투표를 하는 모든 순간, 당신은 당신에게 그런 활동이 가능하도록 만들어 준 수천 명의 사람들 덕분에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들 가운데 일부는 더 이상 생존해 있지 않고, 그들 가운데 일부는 이 행성의 반대편에서 살아가고 있으며, 또 그들 가운데 일부는 아마 당신의 집에 초대하는 것을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이들일 것이다. …… 우리는 단순히 ‘의존의 보편성’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 이 책이 강력하게 요청하고 있는 것처럼, 상호 돌봄과 도움이 우리 인간 존재에게 공기나 물과 같음을 인정하는 데까지 나아가야만 한다.” (본문 14, 1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