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들아 안녕]
노들 모꼬지를 고대하며
서재현
안녕하세요. 노들장애인야학 신입교사 재현입니다. 화요일마다 청솔 3반 학생분들과 만나며 국어 수업을 하고 있어요. 바쁜 일정 속에서 정신없이 수업하고 일도 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에서도 활동을 하다 보니, 욕심만큼 수업 준비를 하지 못해 늘 학생분들에게 미안한 마음입니다. 피곤한 몸과 ‘이번 주 수업은 잘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 속에 수업에 들어가면서도, 매번 학생분들이 건네주시는 웃음과 이야기에 힘을 받습니다. 야학 교사를 하기 전에는 5층에 있는 동료들과만 주로 인사를 나눴는데요, 이젠 2층에서도 학생분들이 보내주는 환대에 늘 민망하고 감사한 마음입니다.
노들야학이 궁금했던 건 옆에서 같이 일하고 있는 동료의 표정 때문이었던 거 같아요. 야학 이야기를 하며 짓는 웃음, 그리고 학생분들과 나누는 농담, 대화 중간에 대답 없이 갑자기 떠나버리는 학생분들의 묘한 매력(!)에 이끌려 야학은 도대체 어떤 곳일까라는 질문이 떠올랐어요. 또 현장 투쟁을 기획하고 준비하고 참여하면서, 커다란 구호나 숫자로 표현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었고, 학생분들과 많은 관계를 만들고 싶었던 거 같아요.
그럼에도 아직은 많이 모르고 어려우며, 학생분들과 더 자주 보지 못해 아쉬운 마음입니다. 시간이 부족하다는 게 제 스스로 준비해 둔 그럴듯하고 안정적인 핑계가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마음을 다시 한번 다져봐야겠다고, 이 글을 쓰며 생각합니다.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수업을 하고,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 고민입니다. 정교사로 인준받기 이전에 참관수업을 더 많이 참여했어야 했는데, 이것 또한 저의 업보(?)이겠지요.
최근엔 학생분들이 과거에 찍어 뒀거나 혹은 최근에 찍은 사진을 함께 보고, 사진에 담긴 이야기를 나누고, 말투 그대로 기록하는 수업을 해보고 있는데요. 저는 학생분들의 사진과 이야기를 보고 들으며 항상 놀라고 있는데, 학생분들은 또 어떻게 느끼고 계실지 궁금하기도 해요. 다른 한편으로는 이것이 국어 수업인가 아닌가 혼자 고민에 빠지기도 하고, 그렇다면 국어 수업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라는 질문도 떠올려봅니다.
수업에 대해 학생분들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더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고 싶어요. 사실 학생분들이 그런 것처럼(?) 저도 공부하는 것보다 노는 걸 더 좋아합니다. 아직 야학 모꼬지도 같이 가보지 못해서, 올해는 그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학생분들 덕분에, 노들야학이라는 공간 덕에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이야기가 늘어나고 있어 감사합니다. 올해도 잘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