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노래는 우리가 만든다
만수
노들노래공장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2022년 2월부터 노들노래공장(아래 노노공)에서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 노동자들과 함께 노래를 만들고 있는, 음악하는 만수(이민휘)라고 합니다.
노래를 짓고 사람들과 함께 부른다는 것은 이상한 기분을 느끼게 합니다. 아주 개인적인 이야기도 우리의 이야기가 될 수 있고, 반대로 우리의 이야기로 지은 노래가 홀로 있는 개인에게 힘을 주기도 하지요. 제가 노노공에서 노동자들과 함께 하고 싶은 일은 정확히 이것입니다. 우리의 노래를 우리가 지어 부르는 것. 전문 음악가가 이미 만든 노래를 개사하거나 따라 부르지만 말고, 노동자가 스스로 노랫말과 가락을 지어 노래를 부르는 것.
사실 처음에는 고민이 많았습니다. 특히 노노공 초반에는 ‘노래를 만든다’는 생각 자체를 어려워하시고, 이미 아는 옛날 가요만을 부르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바로바로 노래를 지어 부르는 것을 너무 쉽게 생각했나, 그다지 현실성 없는 계획에 불과했나, 하는 걱정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몇 주가 지나자 노동자들이 저보다 훨씬 빠르게 만들고 싶은 노래의 주제나 가사, 멜로디를 이야기하시며 흥얼거리시는 걸 보고, 외려 제가 (일평생…) 작곡을 너무 부담스럽고 어렵게만 생각하고 있지 않았나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노노공을 참관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는 창작 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기보다는 저희 반 노동자들이 말씀하신 노랫말이나 가락을 받아쓰는 보조적인 역할만을 맡고, 혹은 맡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노래에서 다루어지는 주제는 사랑, 동물, 투쟁, 감자와 고구마 등등 정말로 다양합니다. 떠오르는 대로 말씀하시는 것들로부터 창작이 되기 때문에, 다양하게 뻗어나가는 이야기들은 일상 주제를 다룬 노래는 물론이고 투쟁가라고 해도 우리의 매일에 너무나 밀접하게 맞닿아 있습니다.
「우리들의 행진」
매주 목요일 우리가 간다 여기저기로 동네 한 바퀴
탈시설해서 밖에 나가자 내 마음대로 살고 싶어요
저상버스 지하철 빨리 타고 싶어요
똑같은 이야기를 너무 오래 했어요
그래도 노래 불러요 우리가 행진하면 세상 바뀐다
이런 가사들은 정말 노노공이 아니라면, 당사자가 아니라면 쓰기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행진하면 세상 바뀐다”고 임실 님이 말씀하셔서, “맞아요 그렇죠”하면서 모두가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네요.
노들에서 저는 너무 많은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제가 참여하고 있는 노노공부터가 그렇습니다. 노노공이 속해있는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는 그 자체가 비장애인 위주의 사회 구조와 돈이 되는 일만을 가치 있는 일처럼 취급하는 자본주의의 구멍을 지적하는 방식으로 존재합니다. ‘내가 공부하고 있는 음악과 거리에서 외치는 구호가 어떻게 만날 수 있을까?’ 학부 때부터 해왔던 고민이 무색하게, 이미 여러 사람들이 오랫동안 고심 끝에 차려놓은 밥상에 제가 숟가락만 얹고 많은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제가 알고 있었던 ‘장애’라는 단어는 얼마나 억압적이고 차별적으로 고립되어 있는지, 또 장애 문제가 다른 모든 사회 문제와 왜 동떨어져 존재할 수 없는지, 알아야만 했던 문제에 대해 뒤늦게나마 생각해보면서 제가 익숙했던 모든 것에 대해 의심하게 되는 과정을 반기고 있습니다.
우리가 만든 노래가 집에 혼자 있을 때에도, 거리에 함께 있을 때에도 항상 따로 또 같이 마음속에 흐르고 있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을 해봅니다. 또 그런 방식으로 우리가 만든 노래가 (아직) 장판 밖에 있는 사람들의 삶에도 스며들 수 있는 날을 고대합니다. 모두 반가워요.
*노들노래공장 홈페이지: http://nonogong.kr
노들노래공장에서는 노래 제작 의뢰를 받고 노래를 만들어 드리는 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장애인 투쟁 현장, 혹은 어떤 주제(ex. 고장샘의 생일 축하송을 만들어주세요!)와 관련된 노래라도 원하시면 신청해주세요. 노노공 노동자들이 논의하고 채택되면 만들어드립니다. 노노공 홈페이지에서 신청함을 눌러 신청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