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_2023년 420장애인차별철폐투쟁]
우리는 서울시 적이 아니다!
박찬욱
노들장애인야학 상근활동가
3월이면 이곳 유리빌딩은 안 그래도 정신없는 곳이 조금 더 정신없어지기 시작한다. 많은 이들이 알고 있듯, 3월 26일은 2002년 최옥란 열사가 터무니없는 최저생계비의 현실화를 요구하며 투쟁하다 유서를 남기고 돌아가신 기일이다. 이 날을 시작으로 4월 20일 ‘장애인차별철폐의 날’을 지나 5월 1일 노동절까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를 중심으로 한 진보적 장애인운동 진영은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아래 420공투단)을 꾸린다. 이 기간에 각 지역 장차연도 별도로 시청이나 도청, 구청들을 대상으로 하는 지역 420투쟁을 진행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3․26 전국장애인대회를 시작으로 420공투단이 출범했다. 전국 각지의 장애인단체와 여러 시민사회단체에서 많은 동지들이 서울 시청으로 모였다. 과거 대한민국 정부가 28만 원의 수급비로 장애인의 인간다운 삶을 부정하고 모욕했다면, 올해 서울시는 활동지원 수급자 일제 조사, 자립생활센터 자료 제출, 단체활동 지원금 현장 실사의 이름으로 우리를 모욕했다. 우리가 투쟁으로 쟁취한 권리들에 대해 ‘착각하지 말라고, 그것은 시혜와 동정의 부산물이었다’고 서울시가 이야기하는 듯했다. 노들야학의 학생들이 삭발하고 한강 다리 위를 기어 쟁취했던 그 활동지원제도라는 권리는 우리가 언제든 앗아갈 수 있으니 너희는 투쟁도, 아무 요구도 말라는 협박이었다.
서울시의 의도대로 활동지원 일제 조사 안내문을 받은 야학의 학생들 사이에서는 술렁임이 있었다. “이러다 활동지원 시간 줄면 어떡해요.” 지금도 활동지원 시간이 부족해 불안과 걱정을 안고 살아가는 이들을 협박하기에 꽤나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수많은 대화의 시간을 가지며 우리의 투쟁이 왜 정당한지, 이 서울시의 안내문이 얼마나 얄팍한 것인지 다시 곱씹는다. 불안함이 없어지지는 않지만 저마다의 분노로 다시 투쟁을 외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전장연이 사회적 강자라고 말한다. 탈시설을 준비하는 사람에게, 밖에서의 생활이 힘들면 다시 시설로 돌아올 수 있는 기회가 있어야 한다며 장애인 거주시설 선택권을 얘기한다. 오세훈이 시설 생활인을 붙잡고 그 말을 하던 순간이 마침 영상으로 남아 있어, 야학 학생들과 함께 봤다. 온갖 탄성들이 튀어나왔다. 시설이 얼마나 폭력적인 곳인지 모른다고 하더라도 그처럼 쉽게 내뱉어선 안 되는 말이었다. 서울시 김상한 복지정책실장은 ‘24시간 활동지원 서비스가 필요한 장애인은 지역사회가 아닌 시설에 살아야 한다’, ‘탈시설에는 예산이 많이 들어간다’며 예산과 비용의 논리로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의 확대를 가로막고,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을 정면으로 부정한다. 작년 서울시 탈시설지원조례의 통과를 기뻐했던 순간이 무색하게, 시설 시스템을 유지하고 개편하는 방향으로 서울시의 정책이 전면 재검토되고 있다. 이 역주행을 멈춰 세우자고 노들야학의 학생들도 서울시청으로 모였다.
‘열차가 어둠을 헤치고.’ 올해 420공투단의 슬로건이다. 누구는 태우고 누구는 남겨둔 채 떠나는 열차가 아니라,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시민권 열차를 말하고 싶었던 것일 테다. 올해의 시작부터 우리는 열차에 탈 수 없었고,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지하철 탑승조차 거부됐던 것은 물론이고, 시청역 지하에 농성장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많은 활동가들이 다쳤으며, 발달장애인 활동가는 연행됐다. 발달장애인법 제13조에 따라 전담 사법경찰관이 있는지 질의하려고 했으나 ‘장애인’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입을 닫고 답변을 거부했다. 공권력에 의한 폭력과 불법이 아무렇지도 않게 자행되는 시간들이 이어졌다. 1박 2일 동안 우리가 맞닥뜨린 수많은 폭력과 서울시의 협박에 굴하지 않고 우리는 끝까지 저항할 것이다. 저들의 탄압이 거세질수록, 평등의 열차에 타기 위한 우리의 투쟁은 더욱더 강고해질 것이다. 투쟁!
사진출처: 비마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