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_2023년 420장애인차별철폐투쟁]
권리중심 공공일자리를 위한 사생결단 Disability Pride!
조은소리
전국권리중심중증장애인맞춤형공공일자리협회(아래 전권협)에서 활동하고 있다. 전권협 전체 이름도 내 이름도 길어서 자기소개를 할 때면 입에 침이 다 마르지만, 무엇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이름이라 늘 입에 침이 마르게 소개한다.
2023년 3월 21일부터 5월 1일까지 매주 목요일 오후 2시마다 서울시청 동편이 시끌벅적했다. 지속가능한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아래 권리중심 공공일자리)를 위한 Disability Pride가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권리중심 공공일자리는 지금까지 노동의 영역에서 배제되어 왔던 최중증장애인이 주체가 되어 참여하는 일자리로 2020년 7월 서울에서 처음 시작되었다.
2023년인 지금은 서울뿐만 아니라 경기, 강원, 인천, 경남, 전남, 전북으로 확대되었고 이 일자리에 참여하는 노동자는 약 1,200여명이 있다.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이 노동자들은 장애인 권익옹호, 장애인 인식개선, 문화예술 활동으로 이루어진 직무들을 수행하면서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을 홍보하고 모니터링하며, 협약 속의 권리가 현실에서 이행될 수 있도록 한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에서 명시하고 있는 장애인의 권리를 생산하는 노동을 하는 것이다.
그러한 노동 중 하나가 바로 서울시청 동편에서 진행한 Disability Pride로 보통 ‘DP’라는 약칭으로 불리며, 장애인들의 존엄한 행진이라는 함의를 지닌다. DP는 권리중심 공공일자리 직무 중에서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 중 하나다. 장애인 노동자가 지역사회에서 행진을 통해 자신의 권리를 말하고,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며, 자기 자신을 지역사회에 온전히 드러내는 모습은 너무도 흥겨워 나도 모르게 행진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게 된다.
사진출처: 비마이너
DP에서 또 빠질 수 없는 것은 멋진 선전물들이다. 각 DP의 의제에 맞춰서 권리중심 공공일자리 노동자가 직접 만든 선전물들은 각자의 개성이 드러나서 보는 재미가 있다. 멋진 선전 문구도 많아서 선동을 하거나 사회를 볼 때 참고하기도 한다. 3월 21일부터 진행된 DP는 지속가능한 권리중심 공공일자리를 위한 DP로 권리중심 공공일자리의 제도화와 안정화를 요구하며 행진을 진행했다.
이번에 진행한 지속가능한 권리중심 공공일자리 DP는 서울시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를 표적 수사하면서 권리중심 공공일자리를 부당하게 조사하는 것을 규탄하며 시작했다. 서울시는 권리중심 공공일자리 사업의 3년 치 자료를 요구했고, 조사는 사업에 대한 이해도 없이 업무 사진을 보며 집회를 했는지 안 했는지 확인하는 데 급급했다. 권리중심 공공일자리 수행 기관에서 노동자가 근무하는 공간이나 근무활동 영상을 보여주려고 해도 무시한 채, 캠페인 수나 시위 수를 파악하고 조사표에 기재해서 가져갔다.
전권협은 서울시에서 권리중심 공공일자리를 진행한 4년 동안 면담을 진행하며 이 일자리를 안정화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러나 그동안의 면담 결과를 뒤집고 권리중심 공공일자리를 공격하는 서울시의 행태에 맞서 ▲ 권리중심 공공일자리 위탁기관 평가방식 도입 ▲ 권리중심 공공일자리 노동자 5명당 전담 인력 1명 보장 ▲ 2024년 권리중심 공공일자리 1천 개 보장 등 3가지 요구안을 가지고 행진을 진행했다.
권리중심 공공일자리는 지금까지 노동시장에서 배제되어 왔던 중증장애인의 노동권을 실현하기 위해 만든 일자리이다. 즉 생산성을 기준으로 노동이 불가능한 사람으로 취급되어왔던 중증장애인에게 맞춰 직무를 구성함으로써, 노동을 비장애인의 전유물로 남겨두지 않기 위해 만든 일자리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은 중증장애인의 노동권을 철저히 외면해왔다.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의 명칭에서 알 수 있듯, 우리 사회는 소위 ‘재활’이 가능한 경증장애인 위주의 장애인 노동 정책을 펼쳐왔다. 대한민국은 그동안 외면해왔던 중증장애인의 노동권을 보장하기 위한 의무를 다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대한민국 정부가 중증장애인의 노동권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을 다하도록 이번 5월 1일 노동절에 「중증장애인 노동권 보장 및 고용 활성화를 위한 공공일자리 지원 특별법」(아래 중증장애인공공일자리지원특별법,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 대표발의)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을 통해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가 대한민국 정부에 권고한 ‘장애인 인식개선에 대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노력’을 기반으로, 노동시장에서 더욱 배제되는 최중증장애인을 우선적으로 고용하는 공공일자리 사업에 대한 법적 지원체계를 만들려고 한다. 중증장애인공공일자리지원특별법 제정에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리며, 이 법이 제정될 때까지 함께 투쟁해 나가도록 하자.
사진출처: 비마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