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들야학 30주년 슬로건이 정해졌어요!
“노들오래대다노들좋다노들쭉가자”
남호범
노들장애인야학 상근활동가
이미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겠지만 2023년 올해, 노들장애인야학은 3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지난 1993년 8월 8일 개교한 이래 노들야학은 단지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시민으로서 당연히 누렸어야 할 교육의 권리조차 누리지 못한 이들과 함께하며 배움과 투쟁과 노동의 일상을 보내왔습니다. 그리고 3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노들이라는 ‘희망의 터’를 지켜올 수 있던 것은, 야학을 통해 연결된 수많은 학생, 교사, 동문, 후원인분들의 한결같은 지지와 연대가 있었기 때문일 겁니다.
그래서 올해 노들야학은 우리 모두가 함께 지난 30년을 기념하고, 또 앞으로의 30년을 생각해볼 수 있는 자리들을 많이 준비해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그에 앞서 야학의 30주년을 기념할 슬로건을 정해보고자 했습니다. 30주년을 맞이한 노들야학이 야학의 안과 밖 사람들에게 꼭 이야기하고 싶은 진솔한 내용을 짧은 문구에 잘 담아 보고 싶었거든요. 그렇게 지난 3월 한 달 동안의 슬로건 공모를 통해 야학 학생, 교사, 활동지원사 등은 물론 야학 밖의 많은 분들에게서도 여러 다양하고 소중한 의견을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사실 수많은 의견 가운데 딱 한 개만을 뽑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어요. 각자의 개성과 생각이 담긴, 마냥 재밌기도 혹은 사뭇 진지하기도 한 슬로건 제안들이 많았거든요. 그래서 30주년 준비팀 회의에서도 각각의 표현이나 의미가 우리가 지향하는 가치와 맞는지 따져보기도 하고, 직접 입으로 발음해보기도 하면서 나름대로 심사숙고의 시간을 가졌답니다. 사실 준비팀원들 각자의 관점과 의견이 조금씩 달라 회의가 끝날 기미 없이 계속 이어졌죠.
그렇게 다들 오랜 회의에 지쳐나가던 와중, 청솔 3반 최원균 학생이 응모한 “노들오래대다노들좋다노들쭉가자”가 번뜩 모두의 눈에 띄었답니다. 사실 원균의 슬로건은 맞춤법도 띄어쓰기도 다소 많이 틀린 문장이지만, 야학의 학생이자 장애인 당사자로서 원균의 당찬 목소리와 야학을 아끼고 좋아하는 마음이 너무나 잘 느껴진다고 생각했어요. 직접 입으로 연이어서 말해보면 마치 구호 같기도 하구요. 그리고 실제로 야학의 30주년과 다 뜻이 통하고 연결되는 말들이기도 해요. 말 그대로 노들은 오래되었고, 노들은 좋고, 앞으로도 노들의 역사가 쭉 이어지길 우리 모두가 바라니까요.
그렇게 한 순간 30주년 준비팀 모두의 의견이 만장일치가 되었고, 이후 전체 교사회의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아 “노들오래대다노들좋다노들쭉가자”가 빠르게 올 한해 노들야학의 30주년을 대표할 슬로건으로 결정되었습니다. 올해 여러 행사들 속에서 이 슬로건이 더욱 그 빛을 발하길, 당사자의 당당한 목소리로 외쳐지길, 그리고 다들 좋아해주시길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