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겨울 133호 - 11월 30일 삼각지역 140차 삭발결의자 / 구용호

by 루17 posted Sep 15,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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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30.

삼각지역

140차 삭발결의자

 

 

구용호

노들장애인야학 학생

 

 

 

구용호_삭발.jpg

 

 

  삭발을 결의하고 이 자리에 나온 저는 노들장애인야학(아래 노들야학)에서 공부하는 학생입니다. 공부하고 싶은 열망에 노들야학에 적을 둔 지도 십여 년이 훨씬 지났습니다. 작은 목소리이긴 했을지언정 오랜 세월을 두고 이동권, 교육권, 노동권 등을 외쳐왔습니다. 살아가기 위해 필요불가결한 우리들의 외침입니다. 우리 장애인도 내 나라 내 국민임을 분명히 아시기를 바랍니다.

 

  출근길에 지하철에 올라야만 하는 우리의 행동에 정당성을 고집하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우리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내 살을 깎는 아픔을 감수하고 결정한 행동입니다. 화장실에 들어가고 나올 때의 마음이 같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1년이 넘게 대화하자는 공수표 남발과 검토해 보겠다는 입바른 말밖에 할 줄 모르는 관계 기관장들에게 경고합니다. 순간만을 모면하려는 사탕발림식 졸속행정은 그만 멈추십시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아래 예결특위)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장애인권리예산이 우리가 원하는 만큼 예결특위를 통과하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이제 세계 10대 경제 대국에 어울리는 복지예산이 집행되기를 간절히 기대합니다.

 

  외모에 민감했던 어린 시절, 위생적인 측면과 관리를 손쉽게 한다는 이유로 장애인거주시설 측에서 머리를 기르지 못하게 하여 짧은 머리에 대한 트라우마가 강렬하게 있습니다. 그렇지만 나의 목소리를 진정성 있게 듣기를 바라는 절실한 마음에서 삭발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앞서서 삭발하신 동지분들께 경건한 찬사를 보내고 이제 나의 뒤에서 삭발하시는 장애인 동지들이 없기를 간곡히 바라마지 않습니다.

 

  두서없이 사족이 길었습니다. 장애인도 내 나라 내 국민임을, 비장애인과 어울리며 함께 살아가고 싶은 진정한 마음을 가지고 있음을 꼭 기억하길 진정으로 바랍니다. 오늘보다 훨씬 가깝고, 아끼고 싶은 이웃으로 살아가는 내일을 꿈꾸며 이만 삭발의 변을 줄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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