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9.14.
삼각지역
107차 삭발결의자
박지호
노들장애인야학 학생,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권익옹호 활동가
안녕하세요. 저는 노들센터 권익옹호 활동가이자 노들야학 학생 박지호입니다. 저는 재가장애인으로서, 태어난 지 100일이 됐을 때 밤에 갑자기 열이 났는데 그때는 야간통행금지로 병원에 가지 못해 장애인이 됐습니다.
태어나 34년 동안 집에서만 먹고 자고 밖에 나가지 못해, 창문을 통해 보는 세상이 제가 보는 세상의 전부였습니다. 또래 친구들은 밖에 자유로이 나가 학교도 가고, 놀이터도 가고, 오락실도 갔지만, 저는 집에서 온종일 TV만 봤습니다. 저도 친구를 만나 사귀고 같이 놀고 싶었지만, 장애 때문에, 비장애인 중심 사회 때문에, 모든 삶을 빼앗긴 채 살아갔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비장애인 중심으로 세상이 굴러가는 것은 똑같습니다. 20년 전에 외쳤던 “장애인도 비장애인처럼 이동하고 싶다”는 구호를 지금도 외치고 있습니다. 우리가 요구하는 이동권에 관한 정책들은 검토만 하겠다고 하지, 실행에 옮긴 적은 없습니다. 언제까지 검토만 할 것인지, 제가 죽을 때까지 검토만 할 것인지 의문이 쌓여갑니다.
대한민국은 장애인예산이 OECD 국가 중 꼴찌 수준이라고 합니다. 단순히 순위를 따지자는 게 아닙니다. 장애인권리예산은 장애인의 당연한 권리인, 이동하고, 교육받고, 노동하고, 탈시설해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권리를 위한 기본적인 예산입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기본적인 권리조차 저버리며 장애인을 무시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실을 모르는 비장애인은 우리가 지하철을 탈 때면 본인이 피해 본다는 생각에 욕을 합니다. 욕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안 좋습니다. 비장애인들이 아무것도 모르면서 우리에게 욕하는 행위를 멈췄으면 좋겠습니다.
장애인이 언제까지 삭발을 하고 지하철 타면서 욕을 먹어야 할지, 우리의 권리 투쟁이 언제 끝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야학에서 공부도 하고 노들센터에서 권익옹호 활동을 하면서, 권리를 쟁취하는 활동을 동지들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의 20년간 투쟁의 결과입니다. 그래서 이런 활동을 여기 계신 동지들, 지역에서 활동하는 동지들과 함께 끝까지 해나갈 것입니다. 투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