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9.20.
삼각지역
110차 삭발결의자
이상우
노들장애인야학 학생,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권익옹호 활동가
안녕하세요?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권익옹호활동가 이상우입니다.
삭발하는 이유는 장애인 이동권 때문입니다. 이동권이 보장돼야 일을 할 수가 있습니다. 공부도 할 수 있고 가족을 보고 싶을 때 만나러 갈 수 있습니다.
28년을 장애인거주시설에서 살았습니다. 가족이 너무 보고 싶어서 시설에서 나왔습니다. 또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지내고 싶었습니다. 시설에서는 남녀의 방이 구분되어 있어 함께 지낼 수 없었습니다. 시설에서 저와 같이 중증장애를 가진 아내를 만났고 탈시설해서 결혼을 하였습니다.
시설에서 나올 때 가족은 제가 짐이 될까 봐 걱정을 하였습니다. 탈시설한 이후, 종로구 복지일자리의 일을 하면서 생계를 유지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시설에 있을 때 저는 비장애인이 장애인과 함께 살아갈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여기며 살았습니다. 그런데 탈시설해서 비장애인 활동지원사, 활동가와 지내며 이들이 저에게 어떻게 그렇게 열심히 활동하며 지내냐고 격려해줄 때 이제 비장애인도 장애인과 함께 살아가기를 원한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비장애인이 계속해서 장애인과 함께 살아가기를 바라면 좋겠습니다. 아직도 저와 같이 시설에서 지냈던 친구들은 시설에서 나오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바라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과 살아가는 것과 계속해서 일할 수 있는 것, 이 두 가지입니다. 결혼한 지 3년 4개월이 되었습니다. 저와 아내는 둘 다 언어장애가 있고 중증장애인입니다.
우리는 서로의 장애로 인한 소통의 어려움, 신체상의 어려움을 애정으로 이겨내 왔습니다. 같이 있을 때 나는 그 어떤 때보다도 행복합니다. 밤에 이야기 나누고 싶을 때 이야기 나눌 때, 맛있는 거 같이 먹었을 때, 같이 여행 갔을 때, 모두 모두 시설에서 느낄 수 없었던 행복입니다. 이 결혼 생활을 계속해나가고 싶습니다.
저와 제 아내 집안이 모두 부유하지 않기에 저와 제 아내가 함께 살기 위해서는 일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지금 종로구 복지일자리를 통해서 권익옹호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하는 일은 지하철 버스 모니터링, 편의시설 점검, 연대행사 참여, 인권교육 등이 있습니다.
누군가는 중증장애인에게 꼭 이런 일을 맡겨야 하냐고 물을 수 있습니다. 시설에서 오래 살아서 이런 활동의 필요성을 누구보다 잘 느끼고 있습니다. 또한 지금도 연락하는 시설 친구들이 탈시설하면, 보다 좋은 환경에서 살아갔으면 하기에 열심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일자리도 매년 심사를 거쳐서 탈락자를 만들기 때문에 매번 불안에 놓일 수밖에 없는 처지입니다. 일자리에서 떨어지기라도 하면 활동지원시간도 줄어들기 때문에 혼자 이동하고 먹고 움직일 수 없는 저는 생활에 제약이 생기게 됩니다. 그래서 몸이 좋지 않아 쉬고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참고서 일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중증장애인 복지일자리에 좀 더 다양한 활동이 생겨나고, 좀 더 안정적인 일자리가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탈락 가능성 때문에 매년 생계 위기에 놓여야 한다는 것은 너무 불안한 삶입니다. 원하는 것은 복지 일자리를 해나가며 사랑하는 사람과 살아가는 것입니다.
추가로, 지하철 이용 시 휠체어 바퀴가 열차와 승강장 사이에 빠지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이 너무 무섭습니다. 발판을 좀 더 쉽게 이용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비장애인들이 계속해서 장애인과 함께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아직도 시설에 있는 제 친구들이 용기를 내어 살고 싶은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길 바랍니다.
투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