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6.28.
삼각지역
60차 삭발결의자
박영일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
안녕하십니까?
1998년에 산업 현장에서 일하다가 250T 프레스에 왼손이 압착당하는 산업재해 사고로 중도 장애를 가지게 된 후 현재는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거주시설연계 사업 활동을 하는 박영일, 투쟁으로 여러분께 인사드립니다. 투쟁!
저는 오늘 탈시설지원법 제정을 요구하기 위해 삭발식에 참여했습니다. 2019년부터 4년에 걸쳐 장애인거주시설의 거주인을 대상으로 거주시설연계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10여 명의 거주인이 자립해 야학 학생, 권익옹호활동가 등 자신의 선택으로 사회 일원이 됐습니다. 이들은 가고 싶은 곳에 가고,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사회에서 잘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처럼 탈시설해서 사회 구성원으로 사는 이들에게 다시 시설에 돌아갈 것인지 질문하면 ‘다시는 시설에 가지 않겠다’고 이야기하며 탈시설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만약 이분들이 시설에 있었다면 지금처럼 자신의 욕구에 따른 일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었을까요? 개인의 자유로운 일상이 아닌, 시설이 짠 일정에 따라 생활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현재 시설에 남은 거주인이 제게 ‘자립을 언제 할 수 있는지’, ‘먼저 탈시설한 거주인처럼 언제 집에서 살 수 있는지’를 많이 물어보십니다. 정부는 귀를 열고 이 말을 들어야 합니다. 장애인 탈시설권리는 유엔장애인권리협약에 명시된 권리입니다. 정부는 이 국제협약을 준수할 의무가 있음을 기억하고, 소규모 거주시설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시설을 폐쇄해야 합니다. 또한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독립적으로 생활하는 걸 지원하는 게 국가의 의무라는 규정도 기억하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기획재정부는 당장 장애인권리예산을 보장해서 장애인이 탈시설하고 지역사회에서 비장애인과 함께 어울려 살 수 있도록 하십시오. 교육받을 권리와 활동지원서비스 24시간을 보장하십시오.
이러한 우리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굽힘 없이 투쟁하겠다는 의지를 담아 삭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