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화역 지하철 출근 선전전
장애인도 지하철 타고
출근합시다!
박미주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노들을 만나 장애인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노들과 함께라는 것은 언제나 자랑스럽습니다."
2021년 12월 6일, 교통약자법 연내 개정을 위한 출근 선전전 진행을 위해 선전물품을 챙겨 혜화역으로 향했다. 하지만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건 위험 글자가 적힌 노란 테이프로 봉쇄된 엘리베이터였다. 그날 아침의 당혹감과 허탈함은 4개월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다. 장애인 이동권을 보장하라는 선전전을 막기 위해 장애인 이동권을 폭력적인 방식으로 당당하게 차단하고 “승객들의 안전을 위해”라는 이름으로 둔갑하여, 장애인 승객에 대한 배제를 당연시한 혜화역. 이것이 우리나라 장애인 이동권의 현주소다. 21년을 장애인도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고 싶다, 버스 타고 지하철 타고 당신들과 함께 이동하며 일상을 살아가고 싶다고 이야기해왔다. 하지만 여전히 차별(계단)버스는 장애인을 남겨두고 떠나고, 출·퇴근 시간 지하철에 장애인의 자리는 없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감히’ 지하철에서 선전전을 진행해야만 하는 이유이다. ‘왜 출근시간에 쓸데없이 기어나와 출근하느라 바쁜 비장애인들 발목이나 잡고 있냐’고 많이들 따져 묻는다. ‘너네들 때문에 이제 장애인 지지 안 한다’며 지지철회 선언을 하기도 한다. 나는 그들에게 되묻고 싶다. ‘왜’ 장애인은 당연히 출근을 안한다고 생각했나요? ‘언제부터’ 장애인을 지지하셨나요?
21년을 목놓아 이야기했지만 들은 척도 안하고 빠르게 흘러가던 사회가, 장애인들이 출근길 지하철에 오르니 화들짝 놀라 머뭇거린다. 비장애인의 영역을 침범당한 사람들은 장애인들에게 집중했고 자신들의 권리를 침해당했다며 다시 너네가 있던 곳으로 돌아가라 등을 떠민다. 2001년 지하철 선로로 내려갔던 이후 21년 만에 비장애인 중심으로 견고하게 굴러가던 사회에 장애인이 다시금 등장했다. “반짝” 등장했다 사라지지 않기 위해, 우리는 여기 함께 살고 있음을, 살아있음을 더욱 크게 이야기하고 장애인의 존재를 드러내야한다. 장애인의 존재만으로도 놀라는 사회 안으로 성큼성큼 더욱 깊숙이 들어가 균열을 일으켜야한다. 그 잠깐의 균열을 통해 아무도 남겨두지 않는 일상을, 사회를 우리가 우리의 힘으로, 투쟁으로 만들어야한다. 지하철 선전전은 우리의 ‘존재투쟁’이자 변화할 사회의 출발점이다.
장애인의 기본적인 권리가 권리답게 보장되기 위해서는 법을 제·개정하고, 정책을 수립·개선하고 그에 마땅한 예산이 반영되어야 한다. 지난 3월 9일 대통령 선거를 통해 20대 대통령이 당선되었다. 3월 14일부터 정권 인수가 시작된다고 한다. 윤석열 당선인의 ‘장애인권리예산’을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받고 기획재정부가 책임있게 예산을 반영할 때까지 우리의 지하철 선전전은 계속될 것이다.
장애인도 지역사회에서 이동하고, 교육받고, 노동하며 함께 살자!
장애인도 지하철 타고 출근합시다!
평일 아침 8시, 혜화역 승강장 5-3(동대문 방면)에서 만납시다! 투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