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들아 안녕
사람 사는 세상
노들세상
류재용
여기는 좀 다를 것 같긴 했다. 안경 쓴 풍채 좋은 선생님이 연신 싱글벙글 웃으며 나의 입학상담을 하는데, 왜인지 기분이 좋아졌었다. 이 선생님은 내가 알아듣지 못해도, 빠르게 대답하지 못해도 나를 이상하게 바라보지 않았다. 그래서 이 학교에는 나를 애자라고 부르고 답답하게 여기며 무시하는 사람도 없을 것 같긴 했었다.
진짜 노들학교에 다니고 보니 도통 알아듣지 못하는 소리만 하던 국어시간도, 수학시간도 없다. 내가 알아듣지 못해도 가볍게 웃어버릴 수 있다. 누구나 실수하고 실수가 부족함이 아닌 재미남으로 웃어진다. 서로 주고받는 눈길이 재밌다. 더 이상 내가 못하는 것이 창피하지 않다. 애자도 이상한 것도 아니다. 그냥 재미있는 류재용씨로 바라보고 불러주고 웃어준다. 그것이 좋다.
여기 노들학교에서는 답답하지 않다. 줄로 꽁꽁 묶여있던 발이 풀리고 손이 풀리고 입이 열린 것 같다. 사람 사는 세상에서 나만 사람이 아닌 것 같았는데, 여기서는 나도 사람인 것 같다. 노들세상이다. 사람 사는 세상 노들세상. 나도 사람인 세상 노들세상. 숨이 크게 쉬어진다. 나는 류재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