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노들장애인야학
백일장이 체질
2021 백일장이 체질
준비위원장의 말
이현아
글쓰기를 딱히 좋아하거나 잘하지는 않지만 백일장 준비위원장을 세 번째 맡았습니다.
‘올해에도 백일장을 한다면 매번 상을 받던 사람만 받게 되지 않을까?’라는 지금 생각하면 괜한 걱정으로 작년은 백일장을 한 해 쉬어가기로 했다. 그리고 2년 만에 열린 ‘2021 백일장이 체질’. 노들야학 후원주점의 공식 제목이 되어버린 ‘평등한 밥상’처럼, ‘백일장이 체질’은 백일장이 체질인 노들야학에 너무나 잘 어울리는 훌륭한 제목이라 올해도 그대로 사용하기로 만장일치로 결정되었다.
올해 백일장은 예년보다 빵빵한 재정 지원(!) 덕에 사전에 글쓰기 특강을 4주차에 걸쳐 마련하여 노들인들에게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마구마구 피어날 수 있도록 하였다. 첫 강의로 다양한 경험을 가진 장애인 당사자의 글이 더욱 많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김원영 님, 노들에서의 오랜 상근의 경험을 진솔하게 나누어 준 홍은전 님, 장애인운동의 한 방법으로서의 글쓰기의 경험과 많은 꿀팁들을 대방출해 준 김상희 님, 몫소리 없는 자들의 ‘어쩔 수 없는’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 준 고병권 님. 아무리 잘 아는 사람들이라 할지라도, 제한된 시간에 다양한 욕구와 배경을 가진 이들에게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을 텐데, 지면을 빌어 감사드린다는 말을 전한다.
코로나19의 온갖 방해로 시상식이 2주 미뤄졌고, 미뤄진 시상식마저 전면 온라인으로 전환해야만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들인의 글과 그림 쓰기에 대한 열정은 막을 수 없었는데, 그 어느 해보다 다양한 사람들의 많은 작품이, 훌륭한 작품이 출품되었다. 올해에도 학생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글과 그림 쓰기를 열심히 독려한 국어교사들(이창현, 박준호, 김필순, 유지영)과 글쓰기반 교사(천성호)의 열정과, 이에 기꺼이 화답한 많은 학생들, 교사의 저조한 참여를 만회하겠노라고 기꺼이 자신의 글을 내어준 교사들 덕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 의미 있는 과정의 마무리를 노들야학과 오랜 시간 함께 호흡해 온 ‘페스테자’가 예쁜 노래와 영상으로 함께 해주어 더욱 힘이 나고 고마웠다.
직접 얼굴 보고 이야기 나누기 힘든 시절에, 글과 그림으로나마 각자의 삶을 엿볼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참 좋았다. 나만이 쓸 수 있는 글과 그림을 쓰는 일이 정말 중요함을 너무나 공감하면서도 막상 나만이 쓸 수 있는 글과 그림을 쓰는 것이 너무나 어려운 나로서는, 이 모든 과정 자체가 경이롭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각자가 글과 그림을 쓰는 계기는 다양하겠지만, 그러한 계기들이 모여 무언가를 쓰고 다른 이들과 글을 통해 소통할 수 있는 장이, 노들야학을 넘어서도 더 많이 펼쳐졌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나도 심사위원장님 따라 이렇게 마무리해야겠다. 내년에는 이렇듯 너무나 중요한 자리인 백일장 준비위원장을 기꺼이 양보하겠노라고!
줌으로 진행한 백일장
페스테자의 온라인 축하공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