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겨울 129호 - 들다방 메뉴판이 많이 바뀌었어요 / 오하나

by 노들 posted Feb 14,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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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다방 메뉴판이 많이 바뀌었어요

 

 

 

 

 

 

 오하나

들다방 카페 바리스타의 장애인 근로지원인으로 일하다 지금은 카페 전반의 일을 하고 있습니다.

 

 

 

 

 

 

 

 

      들다방은 2016년 노들장애인야학 학생들의 무상급식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급식하는 식당과 차를 주문해 마시는 카페가 시작이었죠. 지금은 외부 도시락, 아이스크림 배달 판매뿐 아니라 온라인 쇼핑몰, 홈페이지 제작관리 등 다양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들다방이라는 이름부터가 노란들판의 이기도 하고, 여럿의 들(multi), 많을 다()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이름에 충실한 행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래도 들다방, 하면 사람들이 제일 많이 떠올리는 모습은 노들과 다방이란 이름에 걸맞게 급식을 먹고 차를 마시는 공간이겠죠. 들다방의 대외적인 모습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코로나 전후로 많이 바뀐 들다방, 그중에서도 카페 메뉴판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그림 1 2018년도 2월쯤 들다방 풍경..JPG

그림 1 2018년도 2월쯤 들다방 풍경.

 

 

   

     2018년도 2월 어느 날 들다방 식사 풍경을 담은 사진입니다. 이전에는 식사시간이면 주방 앞에 사람들이 긴 줄을 서고, 커다란 테이블에 야학 학생, 활동지원인, 각 단위 활동가, 손님 등이 빈자리를 비집고 옹기종기 모여앉아 밥을 먹고 차를 마시곤 했지요. 사진에는 어림잡아 스무 명이 넘는 사람들이 식사를 위해 줄 서 있고, 카페테리아 원형 식탁에 열 명 정도 되는 이들이 둘러앉아 있네요. 들다방이 다른 카페나 식당에 비해 장애 접근성을 많이 고려해야 하는 공간임을 알려주는 사진 같아 가져와봤습니다. 사람들 뒤편 벽면 칠판에 하얀 분필로 들다방이라 쓴 큰 글씨, 그 밑으로 메뉴로 보이는 자잘한 흰 글씨가 적혀 있어요.

 
 
 

 

 

그림 2 들다방 초창기 벽면 메뉴판 앞에 선 바리스타 진호씨.JPG

 

 

 

 

 

      

 

 

 

 

 

 

 

 

 

 

 

 

 

 

 

 

 

 

 

 

 

 

 

 

 

 

 

 

 

그림 2 들다방 초창기 벽면 메뉴판 앞에 선 바리스타 진호씨

 

 

 

그림 3 초창기 들다방 메뉴판. A4용지 사이즈, 1면. 메뉴와 가격이 글자 위주로 나와 있다..JPG

 

 

 

 

 

 

 

 

 

 

 

 

 

 

 

 

 

 

 

 

 

 

 

 

 

 

 

 

 

 

 

 

 

 

 

그림 3 초창기 들다방 메뉴판. A4용지 사이즈, 1면. 메뉴와 가격이 글자 위주로 나와 있다.

 

 

 

      여기 들다방 초창기 사진을 두 장 더 가져와보았습니다. 왼쪽은 벽면 칠판 사진이고, 현재까지 들다방 음료를 책임지고 있는 바리스타 변진호 님도 보이네요. 오른쪽은 A4용지 한 장 사이즈의 메뉴판을 촬영한 것입니다. 칠판에 큼직하게 들다방이라 쓰인 글이 간판을 대신할 만큼 눈에 띕니다.

      들다방의 초창기 메뉴판은 모두 글자와 숫자로 되어 있었어요. 커피 원두와 노랗게 익은 벼, 과일 그림이 간간이 보이는 종이 메뉴판은 필름 코팅되어 건물 입구 등에 붙어 있었고요. 손님들은 주문대에서 주로 벽면 칠판 글씨를 보며 메뉴를 파악했습니다. 칠판의 글씨는 손때가 타면 몇 달에 한 번 다시 쓰며 누군가의 손글씨로 다시 태어나곤 했습니다.

 

 

너무 문자 위주이던 들다방 초창기 메뉴판

      누군가는 불편 없이 보던 메뉴판이겠지만, 개선할 점은 분명히 있었습니다. 기존 들다방 메뉴판은 시각 중심이고, 특히나 문자 위주였습니다. 시각장애가 있거나, 글을 모르는 손님은 접근할 수 없었어요. 뜨거운 음료와 차가운 음료는 영어 ‘HOT’‘ICE’로만 구분되어 있었습니다. 영어를 모르면 같은 메뉴인데 가격이 다른 이유를 알 수 없었죠. 시각장애가 있는 손님은 자신이 아는 카페의 기본 메뉴를 바리스타와 스무고개 하듯 찾아나가야 했고, 글을 모르는 손님은 마실 거’, ‘우유’, ‘주스등 스스로에게 익숙한 음료를 찾아 얼추 비슷한 메뉴로 주문해야 했습니다. 마음속에 정해둔 음료를 콕 집어 주문하고 싶은 손님은 활동지원인이나 야학 선생님의 도움이 필요했습니다. 문자 그중에서도 한글 중심의 메뉴판이다보니 한글을 모르는 외국인 손님도 메뉴를 선택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카페를 일상 속에서 이용하지 못하는 이들에게는 메뉴 이름 자체도 장벽투성이였어요. ‘아메리카노’ ‘카페라테등은 한국어도 영어도 아닌 오로지 카페에서만 쓰는 말이니까요. 카페가 익숙지 않은 장애인 시설 거주자의 경우, 메뉴를 읽어도 이름만으로는 어떤 음료인지 알 수 없었어요.

      카페를 일상 속에서 자주 이용하지 못하는 재가 장애인의 경우도 상황은 비슷했습니다. 동결 커피분말, 프림, 설탕이 배합된 한국식 인스턴트 커피만을 커피로 알고 살아온 이에게는 아메리카노만 해도 까맣고 쓰기만 한 사약같은 맛에 충격을 받곤 했죠. 그럴 때는 되는 대로 설탕을 넣거나, 음료를 도로 무르고 우유 넣고 설탕 넣은 커피로 교환받거나 해야 했습니다.

 

 

주문판은 시각 위주, 주문 접수는 청각 위주

      문제는 또 있었죠. 시각 위주인 메뉴판에 비해 주문 방식 자체는 청각 위주였습니다. 메뉴판은 눈으로 볼 수 있어야만, 주문은 입으로 또박또박 발음할 수 있어야만 접수가 가능했습니다. 청각에 장애가 있거나, 언어장애가 있는 손님은 여러 불편을 감수하며 입모양으로 간신히 주문해야 했습니다. 들다방에 수어가 가능한 직원이 없으니, 수어 사용인이 와도 제대로 응대할 수 없었죠.(카페 스텝 두 사람이 퇴근 후 수어를 배우긴 했는데, 제대로 익히지는 못 했어요.)

      이런저런 문제의식 속에 개선사항들을 모았고, 좋은 기회가 생겨 들다방 사무국과 <노들바람>을 디자인 제작하는 디자인스튜디오 다다 분들이 모여 한 해에 걸쳐 들다방의 식당과 카페를 표현하는 멋진 간판 그림(CI)을 만들고, 메뉴판을 개선하게 되었습니다.

 

 

 

 
 

 

모든 메뉴에 그림 설명이 들어간 메뉴판을 만들다

      2020년 새롭게 바뀐 들다방 메뉴판 사진을 가져와보았습니다. 무엇보다 환한 노란색 바탕에 메뉴마다 그림 설명이 달렸습니다. 각 메뉴마다 음료 번호도 매겼습니다. 벽면 칠판의 메뉴판은 두 배로 커졌습니다. 기존 한 면짜리 종이 메뉴판도 4면짜리 그림 메뉴판이 되었습니다. 앞장에 표지가 생기고, 뒷장에 특별주문 방식이 추가됐습니다. 기존 알음알음 판매되던 음료 상품권, 식권에 대한 구입 안내도 추가했습니다. 이 메뉴판을 주문대 상판에 펼쳐 손 등으로 짚을 수 있게 비치했습니다. 점자를 사용하는 시각장애인 손님을 위한 점자 메뉴판도 2면짜리로 따로 만들었습니다.

 

 

그림 4 2020년 새롭게 바뀐 들다방 벽면 메뉴판 커피 안내 면.JPG

 

그림 4 2020년 새롭게 바뀐 들다방 벽면 메뉴판 커피 안내 면

 

 

 

그림 5 2020년 새롭게 바뀐 들다방 벽면 메뉴판 과일차와 특별주문 안내 면.JPG

 

그림 5 2020년 새롭게 바뀐 들다방 벽면 메뉴판 과일차와 특별주문 안내 면

 

 

 

그림 6 2020년 들다방 그림 메뉴판. 카페 각 메뉴마다 그림을 넣고, 음료 번호를 매겼다..jpg

 

그림 6 2020년 들다방 그림 메뉴판. 카페 각 메뉴마다 그림을 넣고, 음료 번호를 매겼다.

 

 

      이제는 글자를 못 읽거나 언어장애가 있어도 음료 번호나 그림을 함께 찾아본다거나 메뉴판을 짚으며 가리키면 되었습니다. 들다방 홈페이지 카페 메뉴를 새로 만들어 시각장애가 있는 손님이 음성 설명을 들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현장에서도 각종 메뉴를 안내하는 연습을 하였습니다. 점자 사용자는 점자 메뉴판으로 주문할 수 있게 되었고, 카페 메뉴는 갈래를 묶어 설명을 달았습니다. 큰 틀에서 커피와 커피 아닌 (우유) 음료’, ‘차와 탄산음료, 커피는 다시금 달지 않고 쓴 커피/우유 넣은 달달한 커피등으로 나누었습니다.

 

 

 

그림 7 2020년 들다방 그림 메뉴판 표지. 커피 내리는 사람, 위생모를 쓰고 밥을 푸는 사람 가운데 한손에는 숟가락, 다른 한손에는 컵을 든 사람이 보인다..JPG그림 8 2020년 들다방 그림 메뉴판 맨 뒷장에는 특별주문 방식을 따로 표기했다..JPG

 

 

 

 

 

 

 

 

 

 

 

 

 

 

 

 

 

 

 

 

 

 

 

 

 

그림7(왼쪽)  2020년 들다방 그림 메뉴판 표지. 커피 내리는 사람, 위생모를 쓰고 밥을 푸는 사람 가운데 한손에는 숟가락, 다른 한손에는 컵을 든 사람이 보인다.

그림8(오른쪽)  2020년 들다방 그림 메뉴판 맨 뒷장에는 특별주문 방식을 따로 표기했다.

 

 

 

 

 

그림 9 변동 이전(2019년) 가격과 최소한의 메뉴만이 기재된 점자 메뉴판, 단면 2장이 1세트..jpg

그림 9 변동 이전(2019년) 가격과 최소한의 메뉴만이 기재된 점자 메뉴판, 단면 2장이 1세트.

 

 

 

 

그림 메뉴판을 사진 메뉴판으로 바꾸자

      2020년과 2021년 만으로 두 해 들다방 그림 메뉴판으로 카페 접수를 해보니 여러 사항들이 많이 개선된 듯 보였습니다. 그런데 역시나 부족한 점들이 속속 나오더라고요.

      무엇보다 그림 메뉴판의 그림을 이해 못하는 분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단순하게 추상화한 2차원의 그림이 실물을 대신할 수는 없었습니다. 갈색 음료가 담긴 그림만으로는 아메리카노/카페라테/코코아/밀크티 등 여러 갈색의 음료를 구분하기 어려웠습니다. 얼음을 표현한 그림도 흰 상자나 각설탕으로 착각하기 쉬웠죠. 페퍼민트 차와 녹차라테를 혼동해서 주문하는 경우도 많았어요.

      또한 그림과 글자가 어떤 이들에게는 만족할 만큼 크지 못했어요. 모든 메뉴에 그림을 넣었지만, 그림이 우표만큼 아담해서 저시력인 손님에게 불편했어요. 코앞에 메뉴판을 가져가야 분간이 가능했습니다. 글자도 충분히 크지 않았죠. 꼭 저시력 장애가 아니어도 어느 정도 나이대가 있는 비장애인 손님은 노안 때문에 작은 글씨를 힘들어했습니다.

      결론은 메뉴의 그림을 사진으로 바꾸고, 휴대용 컴퓨터(태블릿 피시)을 활용하는 것이 가능한 대안이었습니다. 태블릿 화면에 메뉴판을 옮겨 글자와 사진 크기를 손가락이나 터치펜으로 마음대로 조절 가능하게 하면 되었죠. 보이스오버 등 접근성이 두루 보장된 애플사의 아이맥이 가장 좋은 모델이었고요. 그러나 결론은 돈이 없어서 염원하던 태블릿은 못 샀답니다. (!) 대신 기존 그림 메뉴판을 사진 메뉴판으로 바꾸고 몇 가지를 수정 보완하기로 했어요.

 

 
 

 

 그림 10 2021 들다방 사진 메뉴판. 지난 메뉴판의 그림을 모두 사진으로 바꾸고 되도록 실사에 가까운 그림 이미지를 넣었다..jpg

그림 10. 2021 들다방 사진 메뉴판. 지난 메뉴판의 그림을 모두 사진으로 바꾸고 되도록 실사에 가까운 그림 이미지를 넣었다.

 

 

      새로 바뀐 사진 메뉴판을 가져와보았습니다. 기존 그림 메뉴판의 모든 그림을 실제 사진으로 바꾸었어요. 또한 특별주문 면의 따뜻하게/ 미지근하게/ 실온으로그림은 도저히 사진 표현이 불가능해 과감히 삭제했어요. 대신 그 자리에 영수증항목과 디카페인(잠을 못 자요)’ 그림을 넣었습니다. 자립생활을 시작한 장애인야학 학생과 활동가들의 경우 영수증을 꼭 챙기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지요. 또 저녁에 커피를 마셔 낮밤이 바뀐 채 고생하는 경우를 듣곤 해서 우리의 선택지 안에 카페인 없는 커피도 있음을 알리고자 했습니다.

 

 

 

그림 11 2021 사진 메뉴판 표지. 사람 그림의 기존 표지 대신 실제 음료 사진을 넣었다..JPG

그림 12 2021 사진 메뉴판 뒷장 특별주문면. 온도 주문을 삭제, 디카페인과 영수증 항목을 추가했다..JPG

 

 

 

 

 

 

 

 

 

 

 

 

 

 

 

 

 

 

 

 

 

 

 

 

 

그림11(왼쪽) 2021 사진 메뉴판 표지. 사람 그림의 기존 표지 대신 실제 음료 사진을 넣었다.

그림12(오른쪽) 2021 사진 메뉴판 뒷장 특별주문면. 온도 주문을 삭제, 디카페인과 영수증 항목을 추가했다.

 

 

 

 

메뉴판 접근성을 높이며 얻은 효과들

      들다방 초창기 메뉴판부터 최근에 바뀐 사진 메뉴판까지 간단하게나마 훑어봤습니다. 우리의 목표는 어찌 보면 간단했습니다. 어떤 장애가 있어도 비장애인과 같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알기 쉬운 메뉴판을 만들자. 특히 들다방을 자주 찾는 야학 학생과 권리중심 일자리 장애인 당사자분들이 노들야학 내 들다방에서만큼은 차별 없이 카페를 이용할 수 있게 하자고요. 그간 자기 취향과 의사를 언어로써 정확히 표현하기 힘든 발달장애인, 뇌병변장애인은 장애 접근성에 대한 고민이 없는 여러 카페에서 당연하다는 듯 메뉴 선택권이 제한되어왔으니까요.

 

      완전하진 않더라도 필요했습니다, 앞으로 함께 하게 될 장애를 가진 동료를 맞이하기 위해서도 이러한 변화는, 들다방이 사회적 소수자의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려는 취지로 생긴 곳이기도 하니. 현재 들다방에서 일하는 중증의 발달장애가 있는 바리스타도 메뉴 주문 접수의 순간을 어려워했었어요. 들다방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일하는 곳이니까요. 카페 손님만을 위한 변화는 아니었어요

 

야학 학생이 편히 카페를 이용하도록, 들다방 바리스타가 더 자신 있게 일하도록, 메뉴판에 변화를 주다보니 외국인, 아동, 어르신 등 많은 비장애인들도 들다방을 편히 이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글자 문해와 복잡한 메뉴 이름을 말해야 한다는 보이지 않는 문턱 없이 주문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들다방 카페에서 조금씩 뭐라도 하려고 꼼지락 꼼지락 변화를 시도하는 모습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지켜봐주셨으면 합니다. 이런 점을 고쳐보면 좋겠다는 건의사항도 언제든 받고 있어요.

 

 

아쉬운 점, 개선할 점들

사진 메뉴판을 새로 비치한 지 얼마 안 되어서 효과는 더 두고 봐야 할 테지만, 현재 아쉬운 점들이 여전히 보입니다. 기회가 되면 조금씩 또 바꿔보려고요. 나중에 까먹지 않기 위한 메모이기도 하고, 이 글이 카페 내 장애 접근성을 높이려는 다른 분에게 착안점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적어보아요.

먼저, 글자 크기를 키워야겠습니다. 네모반듯한 돋움체에 크기는 15포인트 이상, 명확하게 분간할 수 있는 글자체와 크기로요.

그리고 실물 사진을 더 눈에 띄는 곳에 배치해야겠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돈을 많이 들여 모든 메뉴의 실물 견본을 만들어 유리장에 비치하고 싶습니다. 최대한 실제에 가깝게요.(그러나 이 경우도 온도 등은 표현이 안 되겠네요.)

 

 

원하는 온도를 주문 시 정할 수 있는 장치도 만들고 싶습니다.(그림 메뉴판 때 만들었는데 상용화가 안 되어서 삭제했어요.) 휠체어를 이용하는 뇌병변장애 등 근육강직 등이 있는 손님은 유리잔이나 머그잔 사용보다 일회용잔을 선호합니다. 그리고 뜨거운 음료도 빨대를 꽂아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뜨거운 음료를 빨대로 마시면 식도를 타고들어가 정말 위험하다고 해요. 종이빨대도 위험하지만, 플라스틱 빨대가 녹아 생기는 환경호르몬은 또 어떻고요. 그런데 자유롭게 꺾이는 빨대는 플라스틱뿐이라 이게 참 난감합니다. 처음부터 음료의 온도 조절이 관건인데, 그래서 주문시 누가 마실 거니 온도는 이만치 해주세요하는 선택을 쉽게 할 장치를 만들고 싶습니다.

 

 

 

그림 13 들다방 2020년 그림+점자 메뉴판의 온도 조절 항목.jpg

 

그림13 들다방 2020년 그림+점자 메뉴판의 온도 조절 항목

 

 

 

카페에서 메뉴를 주문할 때 요청드려요

쓰다 보니 들다방 카페를 이용하는 분들께 부탁드릴 것들이 떠올랐어요. 몇 번 오지 않는 지면이니, 좀만 더 적어볼게요.

들다방 카페는 발달장애가 있는 바리스타가 전면에 나서서 일하는 곳이 되고자 합니다. 그러니 몇 가지 규칙 혹은 매너를 지켜주세요. 가장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다음과 같아요. 들다방 카페 메뉴를 주문할 때는 정확한 메뉴 이름을, 천천히, 잘 전달되는 목소리로, 일행과 대화하지 않고말해주세요.

 

메뉴 이름을 줄이지 않고 말해주세요. 메뉴 이름을 줄여 ,’ ‘,등으로 말하면 바리스타가 혼란스러워 주문 접수 자체가 어려워집니다.

 

천천히 잘 들리게 말해주세요. 주문 접수대 자체가 투명 가림판과 마스크에 가려져 서로의 소리를 듣기가 어렵게 되어 있어 몇 번씩 말하게 될 수 있어요.

 

주문대 앞에서는 주문만 해주세요. 그러니 주문하기 전 메뉴를 잘 정해주세요. 동행인과 대화 속에서 메뉴를 정하면, 음성 정보량이 너무 많아 바리스타가 힘들어합니다. 또 근황 묻기 등 서슴없는 스몰토크도 잠시 삼켜두시거나, 바리스타가 준비되었을 때 부탁드려요.

 

이런저런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메뉴판을 보며 번호나 해당 음료를 가리키시면 되어요. 되도록 모든 방식이 가능하도록 만들어놓았어요.

카페 안에는 이미 스피커를 향한 배경음악과 사람들의 대화 소리, 집기 다루는 소리 등이 범람하고 있어, 특히 자폐가 있는 바리스타는 혼신의 힘을 다해 집중해야 합니다. 그만큼 스트레스가 따르고요. 그래서 이런저런 부탁의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런데 써놓고 보니, 모든 카페 노동자 앞에서 지켜야 할 매너라는 편이 맞겠네요. 글이 너무 길어져 이쯤에서 휘리릭 줄일게요. 그럼 이만 총총.

 

 
 
 
 

 그림 14 2021년 10월 칸막이 1인 테이블 한 사람씩 앉아 있는 들다방 주방과 카페 식구들..jpg

그림 14 2021년 10월 칸막이 1인 테이블 한 사람씩 앉아 있는 들다방 주방과 카페 식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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