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마로니에 스케치
박정숙
나는 노들야학 한소리반 학생이면서 사단법인 노란들판 활동가입니다.
코로나19로 10월부터 미뤄졌던 제28회 노란들판의 꿈이 11월에 19일 드디어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가을의 끝자락 단풍 가득한 아름다운 날 행복한 꿈이 펼쳐졌다. 겨울 문턱인데 춥지도 않았고 햇살도 눈부신 예쁜 날이었다.
공원 입구에 마련된 방역 부스를 지나오면 방역 팔찌와 선물 한 아름, 지나가는 시민과 동네주민들과도 만나는 소통의 자리이기도 했다.
각 단위마다 자기 색을 드러내며 부스를 세우고 오랜만에 만나는 동지들과의 담소와 긴 시간 고민하며 정성껏 준비한 굿즈를 홍보하고 온정을 나누는 모습을 보며 이것도 우리의 삶이고, 사랑이고, 투쟁이 아닐까. 한 해를 투쟁 속에 서로의 마음을 나누고 팔뚝질하며 목 터져라 구호도 외치고 억울함에 부대끼는 동지 손 잡고 함께했던 뜨거움을 축복하고. 더욱더 가열찬 내일의 행로를 위해 회포를 푸는 아름다운 우리의 희망 파티 노란들판의 꿈,이 아닐까.
굿바이 코로나 제2회 종로구 동네노래 자랑으로 시작으로 축제는 시작되었다. 예선전을 거쳐 실력자 8명이 본선에 진출하였고 아직은 준비에 분주한 공원의 열기를 폭발 시키고 모두가 함께 춤을 추며 노래를 따라했고 박수와 함성으로 응원하며 하나가 되는 1시간이었다. 전년도 우승자 00은 올해는 참가상을 받았는데 앵콜이 없어서 아쉬워 했지만 상금으로 받은 티겟으로 비건 디저트를 사먹으면서 내게 자랑하며 금방 즐거워하니 나도 같이 웃음이 나고 즐거웠다.
들다방에서 제공해주신 밥도 좋았고 노들야학에서 준비하신 현장에서 즐기는 포장음식도 있었다. 디저트와 포도주 비건도시락 모두 좋았지만 흠이라면 양이 적어서 밥 대신 먹은 비건 도시락은 여러개를 먹었는데 배가 고팠다. (내가 좀 많이 먹어야 포만감을 느끼긴 하지만 ㅎㅎ) 들다방에서 파는 뜨거운 아메리카노와 벤앤제리스 아이스크림의 조합은 최고였다. 권리중심 공공일자리 D.P 행진도 있었다. 마로니에 공원을 출발해 혜화로터리를 돌아 공원으로 들어오는 요란하고 재미있는 동네 한바퀴였다. 부스를 지키느라 같이 가지는 못했지만 공공일자리 만 개 보장하라 외치는 커다란 인형 만장을 들고 깃발을 휘날리는 모습과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풍물꾼들의 소리만으로도 마음이 콩당콩당 하고 간질거렸다.
전장연 동지 정규와 소리의 사회로 ‘이것도 노동이다’가 진행 되었고 권리중심 중증장애인맞춤형 일자리에서 일하고 계신 동지들의 사진영상과 권리중심 일자리 노들야학 동영상과 강동, 남은자, 중랑, 은평, 김포 센터, 한국근육장애인협회 일자리 동지들의 공연은 감동적이고 신나는 시간이었다. 나는 1년 내내 만들었던 대가리 인형을 부스에서 팔았다.
처음엔 팔려고 만든 것이 아닌데 만든 것이 많아서 팔아보기로 하고 부스를 꾸며 보았는데 의외로 잘 팔려서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 공연도 보고 인형도 팔고 즐기다보니 나와 신행쌤이 사회 봐야 하는 ‘노란들판의 꿈’ 시간이 되어버렸다. 오후 5시 정말 촉박하게 알게 되어서 제대로 준비도 안된 터라 무지하게 긴장되고 떨렸다.
권리를 노래하고 춤추고 그린다. 제 28회 노란들판의 꿈.
먼저 나의 멘트로 시작되었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사단법인 노란들판 활동가 정숙입니다. 엄혹했던 코로나19 시간이 지나고 단풍 아름다운, 깊은 가을 우리의 앞마당 마로니에공원에서 이렇게 만나 축제가 열리니 기쁘고 행복합니다. 오늘 불타는 금요일, 맞죠~~~ 내일의 굳건한 투쟁을 위해 오늘은 우리 서로 마음을 열고 하나 되어 맘껏 불태우며 즐겨봐요,”
신행 쌤과 주고받으며 순서를 진행하며 무슨 말을 했는지 잘 생각나진 않지만 노들을 사는 동지들의 소개와 야학 민중가요반의 노래, 관악기연주단 캄캄의 멋 드러진 연주, 테크노전사들의 열정, 노들 몸짓패 야수의 포효하는 몸짓, 너무 멋있어서 마지막 멘트를 까먹을 뻔했다. 순서가 끝나고 내려오는데 갑자기 부끄럼과 안도가 몰려 왔다. 29회 노란들판의 꿈도 참석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러려면 건강 잘 지키고 살아야 겠다. 잠깐 쉬는 타임에 들다방에서 저녁을 먹고 포도주와 비건 도시락 안주로 우아한 시간을 보내고 대항로 사람들의 무대가 펼쳐졌다.
권달주,박경석,박김영희,최용기 대표님들의 격려와 축하의 인사말이 있었고 일과노래의 콘서트 “우리가 가는 길이 역사다” 라는 기획공연이 있었다. 나는 민중가요, 투쟁가를 좋아한다. 그런데 이번 공연은 정말 최고였다.
뒤에서 들으며 목이 터지게 따라하고 춤을 추었다. 그곳에 있었던 전장연 동지들의 힘들었던 투쟁의 피곤함이 확 풀어지는 열정의 도가니로 보였다. 모두가 나와 춤을 추고 서로의 어깨를 잡고 빙글빙글 돌며 기차춤을 추는 모습은 우리가 하나 될 수밖에 없는 투쟁이 바로 저기서 그 뜨거운 열정에서 얻어지는 힘이구나 생각했다.
마지막을 장식한 활동가 인사와 합창 감동이 아닐 수 없었다. 그 바쁜 와중에도 매주 화요일 마다 모여 연습하고 또 연습했던 노래 상록수. 첫날은 들으면서 어쩌냐 했는데 점점 소리가 모아지고 화음이 아름다운 상록수로 만들어지는 대항로 동지들의 완성 되어지는 연습 소리를 들었기에 그날 밤 공원에 퍼지는 노래 소리가 더없이 아름다웠다. 하나된 그 소리가 동지들의 마음이.. 이렇게 그날, 마로니에 공원은 노들의 정원이고 땅이었다. 29주년에 다시 사랑하는 노들과 대항로 동지들과 만나기를 소망하며 스케치를 마친다.